무언가 처음일 때 그곳에는 두려움과 서투름이 존재한다. 미숙해 보이기보다는 숙련돼 보이고자 하는 사람의 심리로 인해, 처음이라는 솔직한 고백은 어쩐지 당당하게 느껴진다. 여행가를 미치도록 꿈꾸던 때가 있었다. (물론 지금도 그 꿈은 유효하지만) 당시에 도서관과 책방을 드나들며 여행 에세이를 줄기차게 읽어나갔다. 그때 우연히 집어 들게 된 신간 에세이, '스무 살은 처음이라'라는 책이 있었다. 제목이 참 신선하다고 생각됐다. 그 이후로 '엄마는 처음이라', '연애는 처음이라', '이번 생은 처음이라' 등 왠지 처음이라는 말에 뭉클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나에게도 가슴 뭉클한 '처음'이 꽤나 있었을 거다. 동생이 태어나 처음으로 외동딸에서 언니가 된 순간, 조카가 태어남으로 인해 어린 나이에 처음 고모가 된 순간, 사범대학에 들어가 어린 학생들에게 처음으로 선생님이라는 호칭으로 불리게 된 순간 등. 그렇게 처음으로 인솔자도 되어보았다. 어리숙한 모습을 내보이는 빈도가 차츰 줄어들고 손님들의 신뢰를 받아내기 시작했을 무렵, 생소한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었다. 적응을 좀 했다 싶었는데 또다시 처음인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새로운 유형의 사람을 만나게 된 것이다.
고백하건대, 나는 어린 사람들이 어렵다. 나에게는 동생이 있지만 이상하게도 내 동생을 제외한 모든 어린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참으로 난감하다. 쉽게는 존댓말을 써야 할지 반말을 써야 할지부터 시작해서, 부모님들이 아이를 나에게 인사시킬 때는 애써 외면하거나 쥐구멍에 숨고 싶기까지 하다. 심지어 그들의 과한 친근함에 어색할 때도 있다. 하지만 제일 어려운 것은 무심한 그들의 태도에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순수한 눈망울로 나를 빤히 쳐다볼 때면 왠지 웃어주고 또 웃게 만들어줘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느껴지는데, 그 느낌이 참으로 부담스럽다. 그런 나에게 제일 어려웠던 손님, 5살 아기 손님이 찾아왔다.
으레 아이들은 다 예쁘다고 하지만, 이름뿐만 아니라 얼굴까지 정말로 예쁜 아이였다. 나만큼이나 낯가림이 많은 아이여서 오히려 마음이 갔다. 마음 같아서는 먼저 다가가서 놀아주고, 여행이 힘들지 않냐고 다독여주고, 잘하고 있다고 칭찬도 해주고 싶은데 애처로운 눈빛만 발사해댔다. 표현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아냐고 애인에게 서운함을 토로하는 나였는데, 정작 나는 아무도 몰라줄 새로운 의사소통 방식을 혼자서 개발해냈다. 내 눈빛이 아이에게 통했는지 안 통했는지 여부를 채 알기도 전에 어린 손님과의 출장이 끝이 났다.
처음이라 서툴 수밖에 없는 순간들. 그 흔적들이 사라질 즈음에는 더 난이도 높은 처음인 순간들이 또다시 찾아올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경험치가 쌓여있을 것이고, 처음이 주는 느낌에 마냥 두려워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나 역시도 5살 손님이 떠난 뒤 10대, 20대 그리고 80대까지의 손님들과도 당차게 세계를 돌아다닐 수 있었다.
여행지뿐만 아니라 매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사람여행까지도 했던 시간들. 인솔자라는 직업을 통해 얻게 된 경험치가 일상에서 어떻게 발휘될까 생각해보면 그 기대감이 작지는 않다. 다음 편에서는 일상에서의 사소한 변화에 대해 적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