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카시아꽃 결혼(그사람생각)

아카시아꽃 결혼

by 허정구

까맣게 잊고있다가 아카시아꽃 보게되면

결혼했던 그날 생각이 난다.


결혼기념일이 22일인지.23일인지 24일인지

매년 헷갈렸지만...

그날 아카시아 꽃 향기 풀풀 풍기며

주렁주렁 매달린 아이보리 빛깔 꽃송이는

잊혀지지않고 선연하다.


딱한번 결혼을 했었다. 재수좋게

딱한번 이혼도 했지만.


매년 5월이 되고 우연히 아카시아 꽃을 보게되면

아...5월에 결혼했었는데 깨닫게 된다.


지난해 5월 어느날 여기 광양에서 우연히 아카시아 흐드러지게 핀 길옆의 작은 언덕풍경을 보며


20년전 서울 남산 어느 웨딩홀을 찾아가며 보게 된

아카시아꽃 기억이 선연히 떠오올랐다.


지금 생각해도 많이 웃기고 황당한 놈이였다.

다들 있는 웨딩카조차 없었고

찾아준 손님들 다들 떠나고 난뒤

신부화장을 한 피곤한 신부와 택시를 타고 한강다리를 건너

신림동에 마련한 신혼집으로 일마치고 퇴근하듯 갔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참 어이가 없고 미안하고 ...할말이 없네.


그땐 무슨 생각이였을까.

뭐가 그렇게 당당했을까.


또다시 찾아 온 5월

아카시아 꽃을 보러 그 언덕 찾아 갔었다.


그리고

결혼사진 찍듯 아카시아 꽃을 혼자 찍었다.


20180504_153451.jpg
keyword
이전 14화잔향 殘香(그사람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