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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mi Lee Nov 02. 2018

더 이상 성공은 삶의 목적이 아니다?

 인생의 목표가 확실하지 않았던 20대에는 성공 처세 자기 계발에 관한 책을 정말 많이 읽었다. 성공하고 싶었고 잘 살고 싶었다. 효도하고 싶었고 부모님 앞에서 떵떵 거려 보고 싶었다. 젊어서 좋다는 10대 시절이나 20대가 전혀 그립지 않은 이유는 나에게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모님은 옆도 뒤도 돌아볼 틈 없이, 휴가 한 번 제대로 못 보내고 열심히 사셨다. 일 욕심이 어찌나 많았는지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고 그 시간을 모두 돈으로 바꾸는 걸 보고 어린 나는, 내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 것이 마냥 아쉬웠다. 그래서 조금 큰 후에 엄마가 슈퍼 장사를 시작하자, 그렇게 카운터를 꿰차고 앉아 뭐라도 해보려고 애썼나 보다.    

  

 가난한 집이 부유한 집보다 더 많이 싸우는 걸 아는가. 얼마 전, 행복을 돈 주고 살 수 없다면, 통장 잔고가 부족한 것이 아닌지 확인하라는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말을 들으니 풉 하고 웃음이 났다. 경제력이라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분명 필요한 것이다. 이는 부모, 배우자뿐만이 아니라, 내가 나 자신을 먹여 살리는 데도 필수다. 금수저 흙수저 타령 중에는, ‘내 부모가 금수저를 안 물려줘서’라는 모종의 한탄이 포함된 것 같아 왠지 더욱 듣기 싫다. 가난하게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죄책감에 시달리기 마련이며, 기 죽이지 않고 더 잘하려고 노력한다. 더 이상 어린이가 아닌 나이가 되었으면 나뿐만이 아닌 부모님을 챙기려고 돈을 번다는 것도 깨달아야 한다. '먹고 살기 어려워서 결혼도 안 하고 어지러운 세상에 아이도 낳기 싫어요',라고 젊은 세대들이 말한다. 이 말을 듣는 부모님의 마음을 생각해 보라. 내가 젊음을 다 투자해서 애지중지 키운 내 아이가, 성인이 되어서 세상 살기 힘들다며 어깨가 처져 있다면, 부모 마음이 얼마나 쓰릴 것인가.     


 다들 힘들다. 무슨 연유에서든 힘듦은 사라지지 않는다. 사는 것이 너무 좋지 않냐며 마냥 평화로운 시절이 오기를 기다리는 건, 동화 속 이야기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문제를 찾았으면 빨리 해결을 하고 봐야 하는 우리는 성인이라는 것이다. 전체 계층 중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이 20~40대 청년이다. 기둥이 되어야 할 청년이 고개 숙이고 청년이 어깨를 움츠리고 있으면 세상은 누구를 믿고 돌아갈 것인가. 빨리빨리 대책을 찾아 팍팍 치고 나가도 부족한데 아, 힘드네 하고 버퍼링 걸려 있는 시간 시간이 너무나 아깝다. 아파도 괜찮아 힘들어해도 괜찮아 놀아도 괜찮아 맛있는 거 먹어도 괜찮아하는 것이, 진짜 최선을 다한 사람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여야 하는데, 사실 얼마나 달콤한 말인가, 너도 나도 주워듣고 편한 대로 즐기며, 여행도 좀 하고, 좀 놀면서 젊어서 노세 하는 건 좀 아니지 않나? 나를 위해 돈을 써 봤으면 모아도 보고, 나를 위해 행복해 봤고 뒹굴거려 봤으면, 열심히 살아도 보고 열심히 벌어도 봐야 한다. 무엇보다 내 사람과 내 가족을 위해서. 내년에 당장 죽을 것처럼 올해 계획을 세우면 안 되지 않은가.     


 대가라는 말을 잊으면 안 된다. 놀고 나면, 쉬고 나면 대가가 있기 마련이다. 너도나도 달콤한 말에 현혹되어서 모두 다 놀지 말자. 후회는, 부추긴 말을 한 사람의 몫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짜로 얻어지는 건 없다. 우리 부모님이 우리를 키우면서도 안 놀고 싶어서, 안 쉬고 싶어서 이토록 열심히 달렸겠는가. 효도하고 싶다고? 열심히 살아야 효도한다. 한 살이라도 더 젊을수록 그렇다. 성공하고 싶지 않은가? 돈뿐만이 아닌, 시간, 내 사랑하는 사람, 내가 원하는 걸 지키며 결국 '행복하게' 살고 싶지 않은가. 첫 단추를 어떻게 끼울 것인지. 어떤 인생을 살 것인지 생각해본 후에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뛰어야 한다. 내 앞가림을 잘 하고 부모님에게 해드릴 수 있는 물심양면을 해드릴 수 있다면, 내 사랑하는 사람을 내 힘으로 지킬 수 있다면, 이것만큼 풍요로운 인생이 또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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