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뒷 Book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미현 Dec 30. 2020

싸우고 싶은 게 아니라
이기고 싶은 겁니다

 <체공녀 강주룡>을 읽고


2020년 섬북동의 마지막 책은 체공녀강주룡(두둥!)

펄떡이며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와 넘실거리는 롤러코스터 같은 감동의 스토리, 

생동감 넘치는 사투리로 그 시대의 대사까지 재현해낸 

완벽하고 완벽해서 누구라도 한 번 읽으면 입을 다물지 못하게 되는 책!

책장을 여는 순간부터 강주룡에게 푸욱 빠지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을 쓴 박서련 작가에게 매혹 당하고야 만다. 

진정 잘 쓴 책을 만나면 그 주인공이 내 앞에 툭하고 떨어지는 기분이 들지 않는가?

게다가 이 강주룡은 가상의 인물이 아닌, 실존인물이다.

그렇게 우리들은 <체공녀 강주룡>을 각자 만나고, 토요일 낮에 카톡으로 모였다. (줌회의를 하면 채려입어야 하지만

단톡방에 모이면 말도 다 텍스트로 남고, 아주 좋습니다.~ -좋은거 맞아?)

표지가 강렬하다는 옥의 말이 끝나자 마자 영은 표지가 매우 맘에 안들었다고 하고

왜 저렇게 디자인을 했을까 계속 생각했다고 했다. 윤은 아조 맘에 들었다고 하고 그러다 결국

은은 본인이 너무나 닮은 거 같아 좋아했다는 이야기까지 흘러갔다.

여기서 잠깐 을밀대에 올라가 있던 강주룡님의 실제 사진을 올려본다. 책표지와 흡사하게 닮았다.

영화화 한다면 주인공으로는 은이 제격이라며 은과의 싱크로율 80%까지 후하게 내어드려본다.

옥은 토지 스타일의 책인가 싶었다고 딱히 보고싶지 않았다고 했다.

정은 너무 오래전에 읽어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옵저버로 참여하겠다는 시작을 알렸고

표지의 품평회가 끝나면서 다시 제목의 문제점 제기! 소공녀도 아니고 체공녀? 라고

이 책의 처음은 정에게서 시작되었는데, 정 역시 이다혜 기자의 추천으로 읽었고, 그 후 현이 읽고

현이 인스타에 올린 것을 보고 옥이 읽은 후 정작 발제는 은이 하게 되었다는 돌고 도는 물레방아는 아니고

하여튼 그렇게 우리는 '체공녀 강주룡'을 만나게 되었다.


Q. 전체적인 감상평을 들어보자

진은 단 한 마디로 '존잼' 이보다 확실한 표현이 없을 듯! 이어 영은 '대유잼' 윤의 핵존잼이 이어지며

라임을 뽐냈다. 체공녀에 안 어울리는 현대적인 말이라며 단칼에 체공녀처럼 정이 말을 했고 우린 정신을 차렸다.

영은 뭐 이런 소설이 다 있지? 대박이다 싶은 생각을 계속 했다고 했다.

옥은 감정적으로 울컥하게 만드는 책을 오랜만에 읽은 것 같다.

진 역시도 표지가 좀 장벽이었는데 재미있다는 소식을 듣고 구매했고, 정말 잘 샀다고 생각했다.

은 : 넘나 재미있게 읽었어요. 첨엔 로맨스물인가 싶다가 갑자기 장르가 변하면서 

넘나 멋진 여성을 알게 된 것 같아서 다 읽고 한참을 이 소설 속 주인공에 대해 찾아봤다.

윤 : 사투리를 이렇게나 제대로 내다니 넘 놀라웠고요

진이 마치 대본집을 보는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정말 책을 읽으면 말들이 살아서 펄떡거리는 느낌과

음성지원이라도 되는 것처럼 귓가에 쟁쟁하다.

옥과 진은 드라마나 연극으로 보고 싶다고 하고, 아니나 다를까 옥이 찾아봤더니 벌써 판권이 다 팔렸다고 한다.

질문중에 캐스팅을 한다면 어떤 배역을 누구에게 주고 싶은지 생각하고 이야기 나누자가 있었는데

다들 기다렸다는 듯이 캐스팅디렉터가 되어 거침없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붕위에 올라간 사진은 예쁘다고 했다. 전체적으로 선이 고운 사람인데

표지의 그림이 투박하게 생긴 주인공이 어울리지 않을까 싶었다며 은이 말을 꺼냈다.

옥은 너무 예쁘면 방해가 될 듯하고 정은 90%의 확률로 김태리가 될거라고 

은은 강소라나 임수정을 이야기하고! 진도 '김태리'에 이입하여 봤다고 했다.

(김태리 배우님은 저희들을 모르시겠지만, 저희는 간절하게 너무나도 김태리 배우님을 좋아하고 있습...)

이런 시나리오에 안 달려들 여배우들은 없겠고, 아무래도 모두다 김태리로 생각하고 윤은 박혜수를 

추천했다. 역시 체공녀 강주룡은 우리끼리 캐스팅에는 '김태리'배우님으로 결정!

전빈 부터 캐스팅을 하자고 하면, 영은 임시완 또는 도경수를, 전빈은 무조건 잘생겨야 하고, 달헌은 샤프한 인텔리여야 하고 세상 다들 멋진 배우들 말할때는 눈이 반짝거려(안 봤는데 어찌 아냐면 분명히 그럴 것입니다.)

영은 이 극의 남자주인공은 전반부는 전빈, 후반부는 달헌이라며 각자의 사심을 드러내고

은은 달헌 역에는 '김선호 배우'를 꼽았다. 윤은 전빈은 좀 보호본능을 느껴야 하니까

갑자기 달이 나타나서는 김태리 김선호 가자며 (어딜 가니?ㅋ) 단언을 하자. 

남주혁을 놓지 못하는 정이 그래도 얼굴은 남주혁이 아니냐며. 아무짝에 쓸모없을 사심배틀이 계속 되었다.


이 모든 소리들이 ㅆ ㅣ ㄹ ㄷ ㅔ 어 ㅄ 고 영양가 없는 소리지만 이런거 할 때마다 

열을 내고 제일 뜨겁고도 빠르게 단톡방이 채워진다. 이렇게 열띤 헛소리를 해야 

독서모임이 재밌지 않을까 다시 봐도 재밌는 이야기들!


전빈은 남주혁, 광운은 변요한, 조진웅과 박성웅이 접전을 벌이는 상황(아직도 독서모임이 아닌 캐스팅 난항중)

영은 예산에 제약이 없으니 맘껏 주연급 배우들을 캐스팅플렉스해버리자고 했다..

이진욱, 이준혁을 거쳐 전빈은 또 다시 정해인, 이렇게 배우들의 접전 이야기는 "그만해~"라고 자체 편집점 

유준상과 마동석까지 나왔다가 박서준에게도 한 자리를 주고 싶다는 말에 특별출연까지 설정을 하고

결국 이 모든 캐스팅을 잠재운 사람은 정이었다. 정이 1930년대 이야기를 쓰던 중에 이 책을 봤었는데

완전 절망했었다. 이렇게는 못 쓴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말 잘 쓰는 사람이다. 연구해서 나올 이야기가 아니라

그냥 타고난 작가다. 공감입니다. 첫장부터 마지막까지 최고의 경신이니까요~

이제 캐스팅은 마쳤고!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 하자

Q. 주룡의 매력에 대해

정 :  일단 저는 초반에 아버지가 어거지로 시킨 정략 결혼인데 남편과 사랑하는 사이라는 게 너무 놀라웠음

      내가 그 시대란 이럴 것이다는 편견에 찌들어 있었구나 반성했다.

은 : 전 너무 멋있었어요 진짜 진짜 초반에 전빈에게 하는 말 하나 하나가 지혜롭다는 생각을 했다. 

진 : 선결혼 후사랑

윤 : 주룡이의 넓은 그릇.

정 : 내가 쓰는 남자들은 다 찌질한데.이 작가는 남자를 멋있게 그리면서도 여자가 더 크고 멋있으니까 대단하다

윤 : 주룡에게 기쁨을 주는 존재로 확실한 전빈

Q. 주룡 외의 인물들은 어땠는가?

진 : 주룡과 함께했던 남자들은 주룡이 만큼 멋졌다. 

영 : 글도 가르쳐주고, 독립운동, 세상에 눈뜨게 해주니까.

     그래서 자기가 생각보다 중요한 일을 할 수 있구나 싶게 만들어 주었다.

윤 : 멋진 여자에게 멋진 남자들이 오는 건가

정 : 1930년대 여자들이 정말 대단하긴 한데, 그걸 보고 이렇게 인물을 생생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게 대단해여

정 : 귀여운 옥이이 캐릭터가 인상적이었다. 초중딩 때 실수하고 그 친구 얼굴 못보고 그러던거라든가, 친구뿐이 아니고   나도 그랬고, 유치하고 쪽팔렸던 건데 기억속에 묻어두었던 것이 읽으니까 다 떠올랐다.

영 : 주룡이 집을 나갈때 마다 좋았다. 

진 :  시대적 배경도 진지하게 그리지만 인간관계 속 미묘한 감정 표현도 놓치지 않아서 진짜 재미있었어요

영 : 전빈이랑 독립운동 한다고 시댁을 나갈 때, 아빠가 영감한테 시집보내서 엄마한테 편지 쓰고 나갈 때

은 : 가족에게 얽매이지 않고 아버지에 대해 객관적으로 보고 단호하게 끊어내면서 자기 삶 찾아 떠나는 거 좋았다. 특히 그 시대라고 하면 더 힘들었을 것 같은데 자기 인생 찾아가는 거 너무 멋있어요

영 : 전빈과 독립운동한다고 나갔다고 돌아와서 아빠를 객관적으로 보게된 것 같아요.

은 :  그리고 원래도 멋찐 주룡이지만 광운이든 전빈이든 달헌이든 

      누군가의 말에 의해 또 그만큼 성장하는 모습이 너무 매력적이었다. 

옥 : 캐릭터가 생생하니 그런 극단적인 선택들이 인위적으로 보이지 않고 이해가 되었다.

윤 : 도입부에 쓴 죽어가는 느낌도 소름이었다. 자기가 자기가 먹는 이미지라니..

진 : 첫장면부터 그 장면이 나왔지만 읽는 내내 죽을거란 사실은 다 까먹었다.


디테일에서도 감탄을 했는데 첫 대사는 이렇게 시작한다.


오래 주렸다. 씹어서 연하게 만든 것이 목구멍을 지나가는
느낌이 어땠는지 떠올릴수 없게 되었다.

다들 중간중간 묘사하는 디테일도 멋지고, 훌륭하다고 찬사와 감탄을 섞어가며 작가님을 떠올렸다.

(박서련 작가님 이렇게 팬들이 늘어갑니다) 옥은 책을 읽다가 울기까지 했다고 하고, 전빈과 마지막은 힘들어했다고들 했다. 이어서 시월드에 대해서는 한 바가지 욕을 해댔다. 예나 지금이나 '며느라기' 진절머리.

영은 광운과 전빈 사이에서 오갈때 아슬아슬했다고 하고, 극한에서도 로맨스는 피어나는 법이라고도 하고, 

그래도 주룡이 지조를 지켜서 좋았다고도 했다. 감옥을 가는 주룡이 때문에 치를 떨며 봤다고 하고 이어서 공장장이 더 최악이라고 이제는 누가누가 최악인가에 대해 설토를 시작했다. 

Q. 주룡 말고, 기억에 남는 인물은 있을까요?

정은 옥이! 영은 달헌의 얼굴과 옷브랜드까지 까뒤집어 보고 싶다고 했다. 진은 삼이도 궁금하다고 했다.

윤 : 3일만에 애 업고 나와 일했다는 삼이에게 너무 놀랐다.

정 : 공장장 개새끼. 

은 : 공장장은 진짜 개쌍놈의 새뀌예요 진심

옥 : 삼이는 주룡처럼 살진 않았지만 곧은 심지가 느껴지는 여성, 시대의 강요를 이기지는 못했지만

진 : 그럼에도 주룡은 공장장까지도 애잔하게 바라본다. 그렇게 미워했던 

     사람이 나랑 같은 편에 서있는 모습을 보면서 착잡해하던 주룡이 보며 진짜 대단하다고 생각함

영 : 애잔한 마음과 분노가 같이 섞여 있지.. 저런 새끼가 나랑 같은 패라니


Q. 다들 그 시절에 태어났으면 어땠을 것 같아요?

윤 : 난 꽃꽂고 다녔을 것 같은;;

은 : 삼이와 비슷했을 것

정은 단호하게 그 소설에는 안나오겠다고 출연거부를 했고

영은 자기 몸은 챙기면서 적당히 용감한 주변인물 정도가 되었을듯 하고

진은 주룡이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만 하는 삼이 정도

은도 주룡이 옆에 붙어서 주룡을 동경하며 사는 정도가 아니었을까 싶다고 했다. 

나는 달헌같은 인텔리를 생각했었다. 기왕이면 남성으로.

기왕이면 그때라면 여자가 아닌 남성으로 태어나 주룡같은 여자를 만나 훗날을 그려보는 ..(어떻게든 힘든 건 하기 싫음.ㅋ)

정이 이 소설은 페미니즘 소설이다. 결혼해 보았더니 다 빚이고, 윤은 주룡이 그 오래전에도 출산휴가를 주장했으니 주룡이 페미니스트였다. 정은 이런 소설을 읽을 때마다 내가 지금 시대에 태어난 것이 감사할 따름이라고 했다. 윤은 지금 무엇을 해야 100년후가 달라질까 생각을 하는 중이라고 했다. 

그나마 싸우지 않고 누릴 수 있는 것이 많아졌다. 앞서 걸은 사람들이 싸워서 얻어놓은 걸 누리면 된다는 영의 말이 끝나자 그러나 아직도 산업안전재해법 통과 못되고 직원실수로 죽었다는 소리나 하고 있다는 정의 말에 순간 갑분싸였지만 정말 갈길이 아직 먼 것이 사실이고, 모두가 관심이 필요한데도 놓치고 있다

갈길이 먼것도 사실이고, 한 숟갈의 관심이 필요한데 우리가 모두 그걸 놓치고 있다는 각성이 되었다.

윤은 해변가 청소하는 스쿠버 활동도 멋지다고 생각했고, 영은 주룡이처럼 뭔가 대단한 활약을 하지는 못하지만 자기 자리에서 할 일을 하자고 은은 일단 음식물쓰레기 줄이기에 동참하기 위해 잘 먹는데 집중하겠다고, 윤은 배달을 덜 시키겠다고 노력중이다.

Q. 기억에 남는 명장면이나 에피소드 있을까?

진 : 34쪽 "이만하면 오늘도 떳떳하다" 이 한마디가 주룡이 어떤 사람인지 와닿게 했어요

영 :  저는 전빈과 독립운동하러 가던 그 겨울길과, 전빈과 싸우고 울면서 친정으로 돌아오던 그 추운 길, 

      그리고 혼자 광목천 끊어 을밀대에 올라가던 장면. 

정 : 205 _ 혼자 있을 때 주룡은 그 자리에 있기는 하나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 흙먼지 같은 것이다. 흙먼지는 흰 빨래 같은 데에 앉아야 비로소 눈에 띈다. 보는 사람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216 _ 세상에 싸우기 좋아하는 이가 있답데까? 싸우구 싶다는 거이 순 거짓입네다. 싸움이 좋은 거이 아이라 이기구 싶은 거입네다.

     217 _ 주룡 씨. 사람은 소진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자신을 아끼시오. 아껴야 제때에, 쓸 곳에 쓸 수 있습니다.

윤 :  180 여직공은 하찮구 뫈 껄은 귀한 것이 아이라는 것. 고무공이 모단 껄을 꿈꾸든 말든, 관리자가 그따우로 날 대해서는 아니 되얐다는 것.

은 :  72페이지에 나오는 광운의 발언도 좋았어요.  부억데기이고자 하면 부억데기 취급이고 독립군 행세하면 독립군 취급을 받는다는 발언

옥 : p.128 반장이 옆자리 직공들의 작업대에서 멀쩡한 고무신 몇 컬레를 빼다 주룡의 상 위에 두었다. 시방 머입니까?   시비를 따지자는 게 아니라 정말 몰라서, 놀라서 물은 것이었다. …  잘했다, 잘했어. 뭘 잘했다는 걸까? 멀거니 서 있는 저의 어깨를 선배 직공들이 감싸고 두드려주는 것에 주룡은 어리둥절해했다.


각자 주룡의 매력에 빠져서 박서련 작가에게 빠져서 보낸 시간. 결국 누군가는 인스타 팔로우를 하고, 

정은 박서련 작가의 다른 책 <마르타의 일>에 대한 추천평도 아끼지 않았고, 

코로나 시대에 이렇게 랜선모임으로 이야기할 수 있어 좋았다는 말을 이어갔다. 



저는 요즘 영 독서가 잘 안 됐는데 이 소설로 치유받았어요

이런 소설은 다 읽었으면 좋겟는데 책은 진입장벽이 있어서..

영화나 드라마가 나와서 세상이 모두 함께 떠드는 날이 꼭 왔으면 좋겠어요

제가 늘 고민하는 주제 중에 하나가 마리아와 마르다 거든요

판권이 2년 남았는데 그 사이에 안나오면 제작하자고 회사에 이야기 할까봐여

각색은 언니가 해줘요. 나는 투자를 할게요. 영미권에 진출한다면 번역을 할게요


정말 이 책으로 그렇게 된다면 참말로 좋겠다.

그렇게 의미없는 플렉스가 의미있게 되는 날이 오면 좋겠다.

2020년 우리의 섬북동은 코로나에도 이어나갔다.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투쟁중이란 사실!

부디 건강하게! 내년에도 쭈욱~


삶이란,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고 투쟁하는 것.

책의 띠지에 이렇게 적혀있었다.


2020년 12월 19일 오전 11시

각자의 집에서 한 마음 한 뜻으로

은, 영, 윤, 옥, 진, 정, 현 그리고 달


체공녀 강주룡 

박서련 지음 / 한겨레출판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