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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ud Silence Jun 20. 2023

비가 오고 더위가 좀 가시니
그런 비는 반갑더라

아쉬우면 어쩌겠어, 적당히만 아쉬워하는 거지

비가오면 좀 낫겠다. 시원하겠네


더위를 몰아내주는 소나기는 반갑다.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관성으로 입던 긴 팔 셔츠가 미워지려고 할 참이었다. 어제까지 신나게 내리쬐던 햇살은 오늘은 보이지 않았고, 간간히 내리는 빗줄기에 온도는 조금 내려간듯 했다. 아직 사라지지 않은 관성으로 꺼내입은 셔츠는 몸을 시원하게 만들어주기 딱 적당한 정도로 비를 맞아 곧 시원해질거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비가 온다고 반가워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비가오면 우산도 챙겨야 하고, 옷과 신발이 젖어 망가지고, 헤어스타일도 마음대로 되지 않기 마련이다. 흐려진 날씨는 기분을 차분하게 하고, 괜스레 나쁜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특히, 애매하게 내리는 비는 우산을 쓸지 말지도 애매하게 하여 사람을 곤란하게 만든다. 드라마에서는 비가 오는 날 연인이 헤어지거나, 예상치 못한 난관이 생기거나, 악당들은 나쁜 일을 도모한다. 


그런 비라도 가끔은 반가울 날이 있다. 한 여름으로 가는 중, 더워지는 도중에 내리는 비는 더위를 식혀줘서 반갑다. 카페에 앉아있는데 통창으로 내리다가, 집에 갈 때 그치는 비는 이내 반갑다. 컨디션이 안 좋은 상태로 나갈 약속이 있었는데, 우천으로 약속이 취소되면, 그런 비는 고맙기 까지 하다. 


어쨋든 비는 우리의 계획의 통제할 수 없는 변수 중에 하나이다. 예측은 할 수 있다고 하지만, 나는 일기예보를 보면서 '만약 틀린다면'까지 생각하는 사람이다. 특히나 중요한 약속이 있는 날에는 더 그렇다. 내가 노력한다고 오지 않을 비도 아니거니와, 대비할 수 있는 방법도 마땅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 것이라면, 적당히 미워하고 적당히 싫어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천으로 여행이 취소되었다면 아쉽지만, 조금만 아쉬워하고 다른 재밌는 걸 찾는 것이 우월전략 아닐까. 물론 사람 마음이란게 아쉬운 것이 우선이고, 어렵게 낸 시간이란 것도 알지만, 결국 마음이 다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아쉬운 감정을 오래 갖고 있어봐야 누구하나 좋을 것도 없다. 지나간 아쉬움이 있다면, 지금의 아쉬움도 지나간다는 것을 우리는 알지 않는가.


반가운 비는 마음 껏 반겨주자. 내게 나쁘게만 다가오던 것이 드물게 반갑게 다가오는 날이다. 대단히 반갑진 않더라도 웃어주고 웃어보자. 다음에 비가 올 땐, 또 무슨 일정이 취소되고 옷이 지저분해질지 모른다. 그 때, 오늘을 생각하면서 한 번 봐주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한 번 더 웃어주자. 그렇게 한 번 씩 더 봐주면서 찾아오는 마음의 여유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매번 좋을 수도 없지만, 매번 나쁘지도 않을 것이다.
다만, 좋은 날을 기억하며 스스로를 챙겨보자.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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