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결국 돌아갈 자리
Ludovico Einaudi - Elegy for the Arctic
by
글다뮤
4시간전
루도비코 에이나우디의 〈Elegy for the Arctic〉를 몇일간 계속 들었다.
빙하 위에 놓인 피아노.
그 위에서 연주되는 단순한 선율.
과장된 분노도, 격한 외침도 없다.
다만 조용히 반복되는 음들이
사라져가는 북극을 대신해 말을 건넨다.
엘레지.
애가(哀歌).
이미 잃어가고 있는 것에 대한 노래.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죽은 뒤, 나를 이루던 원자들이 흩어져
강이 되고, 나무가 되고, 바다가 되고,
어쩌면 다시 별의 일부가 된다면
나는 과연 자연을 지금처럼 대할 수 있을까.
우리는 자연을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말한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는
잠시 다른 형태로 모여 있는 자연일지도 모른다.
내 몸을 이루는 탄소도, 산소도
오래전 별의 내부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나는 우주의 먼지였고,
지금은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자연을 해치는 일은
결국 돌아갈 자리를 허무는 일일지도 모른다.
〈Elegy for the Arctic〉의 피아노 소리는
차갑지만 맑다.
비난하지 않고, 설득하지도 않는다.
그저 묻는 듯하다.
당신은 어디에서 왔는가
그리고 어디로 돌아갈 것인가
나는 그 질문 앞에서
조금 더 조심스러워진다.
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거창한 구호보다
내가 결국 돌아갈 자리라는 생각 하나면
태도는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강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고,
나무를 쉽게 베어내지 못하고,
바다를 쉽게 오염시키지 못할 것이다.
그곳이 언젠가
내가 다시 흩어질 자리라면.
오늘은 그 음악을 다시 틀어둔다.
그리고 조용히 생각한다.
나는 자연 밖에 서 있는 존재가 아니라
자연의 한 순간이라는 사실을...
[빛글음 오늘 음악]
Ludovico Einaudi - "Elegy for the Arctic" - Official Live (Greenpeace)
https://youtu.be/2DLnhdnSUVs?si=BfDm3L0gp75aSu
K2
이 곡은 북극해 한가운데, 녹아내리는 빙하 위에 설치된 피아노에서 실제로 연주된 작품입니다.
그 장면은 다큐멘터리처럼 촬영되어 공개되었고,
기후 변화로 사라져가는 북극을 애도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Elegy(엘레지)’는
애가(哀歌)
, 즉 슬픔과 추모의 노래라는 뜻이에요.
따라서 제목은
“북극을 위한 애가”
, 또는
“북극을 위한 추모곡”
정도로 번역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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