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한 끗 차이
조금만 더 빨랐어도, 조금만 더 참았어도.
삶의 방향이 갈라지는 찰나들. 내 인생의 한 끗을 되돌아본다.
그날, 5분의 간극
그날은 괜히 늦장을 부렸다. 서둘렀다면 5분쯤은 일찍 나섰을 것이다. 하지만 묘하게 지체되었고, 나는 정확히 5분 늦게 고속도로에 올랐다. 그 앞에서 사고가 났다. 잔해가 흩어져 있었고, 차량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조금만 빨랐으면…”
그때 처음으로 ‘늦게 나서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우연이었을까, 신호였을까. 인생이 갈라지는 찰나는 그렇게 조용히, 아무 예고 없이 온다.
손을 들까 말까 망설였던 강연장도 생각난다. 질문자 중 한 명에게 도서와 강연 참가권을 주겠다고 했다. 나는 두 번쯤 손을 들려다 내렸다. 그리고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행운은 담담하게 다른 이의 손에 쥐어졌다. 지나고 나면, 그게 뭐 대수인가 싶지만, 그날 밤 나는 베개에 얼굴을 묻고 혼자 중얼거렸다.
‘그때 그냥 한번 해볼걸…’
박사과정 접수 마감일도 마찬가지였다. 서류는 다 준비되어 있었지만,
“이 나이에 무슨…”
그 말이 입안에 돌다가 마음까지 식혀버렸다. 며칠 후, 접수가 마감됐다는 공지를 봤다.
기회는, 기다려주지 않았다.
어느 날은 남편과 다투고 화가 치밀어 말도 없이 차를 끌고 나왔다. 운전대를 부여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고, 도로 위에서 사고가 났다. 차는 크게 다치지 않았지만, 내 마음은 무너졌다. 조금만 참았더라면. 그 한 끗의 감정. 그 찰나의 폭발이 모든 걸 뒤흔들었다.
우리는 늘 갈림길 위에 있다. 잠깐만 더 일찍, 혹은 잠깐만 더 늦게. 한마디를 더 하거나, 참거나. 손을 들거나, 내리거나. 삶은 그렇게 방향을 튼다. 거창한 결심보다 그날의 컨디션, 그때의 기분, 그리고 한순간의 용기나 주저함.
한 끗 차이란
결국 ‘살짝 더’ 혹은 ‘조금 덜’의 세계다. 하지만 그 찰나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나는 오늘도 생각한다. 그때, 그 길을 택한 내가 지금 여기 있는 건 정말 우연일까. 혹은, 아주 작은 그 한 끗 덕분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