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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te by Apr 27. 2023

(3) 이렇게 쓰는 거에요?

 



  "이렇게 쓰는 거에요?"

 글쓰기에 들어가면 등장하는 질문입니다. 쓰긴 썼는데 이렇게 쓰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는 뜻이죠. 일단 남이 읽게 될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일 것입니다.


  그런데 그럴 걸 알면서 기어코 글을 쓰겠다고 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이 고민도 잠시입니다. 글을 쓴다는 건 이해받고 싶어서니까요. 누군가에게 이해받고 싶을 때 무엇을 할까요? 일단 내 생각과 느낌을 상대에게 말로 설명하지 않을까요?


 는 말을 그대로 받아쓴 것이 글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특별한 기교나 기술이 필요하지 않아요. 여행길에 목이 말라 잠시 들른 슈퍼 평상에서 목을 축이고 있을 때, 곁에서 나물을 말리는 할머니의 몇 마디….  단지 종이에 글자로 활자화하지 않았을 뿐 삶의 단단한 내공과 촌철살인의 문장들이잖아요.


 코칭을 할 때 글쓰기를 자신 없어 하는 분일수록 말로 이런저런 질문을 많이 합니다. 글이 되는 말을 기다리는 것입니다. 오가는 ‘티키타카’ 사이에 많은 사담이 쌓이는데 ‘이거다!’ 싶은 지점에서 멈춥니다.      


 E 님의 오디오북 <내 인생은 러닝타임>은 그렇게 완성된 책입니다. 몇 해 전 처음 수강생으로 만난 E 님은 경계심이 보였습니다. 막 인생 새 출발을 시작한 시기였습니다. 접은 게 여러 개였습니다. 30년 넘게 운영한 피아노 학원, 결혼 생활, 사랑하는 남자와의 관계를 접었고,부모님을 떠나 보내며 길고 긴 병간호도 접었습니다.


 이제 자유롭게 새 출발을 할 시기였지만, 온갖 의무에서의 갑작스러운 분리에 불안해했습니다. 얼굴도 익힐 겸 E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경제활동은 어떻게 하고 계세요? 다시 피아노 학원을 하고 싶진 않으세요?”

 “학원은 싫고, 이것저것 하는데…. 재미있어요.”

의외로 낙천적인 성격이더군요.

 “가사도우미도 재미있더라고요. 사람들 사는 거 보는 게.”

 다른 사람의 무질서한 공간에 들어가 그것을 말끔히 정돈하는 일이 좋다고 했습니다.

 “제가 청소를 아주 파워풀하게 끝내거든요. 다시 와줄 수 있느냐고 묻는데…. 스케줄 보고 연락하겠다고 했어요. 바로 대답하면 자존심이 상해서.”


 는 계속 타이핑을 하고 있었어요. 조금 더 이야기를 끌어냈습니다.

 "청소 못하는 사람들 좀 가르쳐주셔도 좋겠어요. 돈도 벌고 피아노 학원보다 마음도 편하고. "

 “저 가사도우미 교육 강사도 했잖아요. 여기저기서 불러대는데 완전히 꿀통에 빠진 곰돌이 푸가 된 느낌? 그런데 이 가사도우미 한 이야기는 글에 별로 안 넣고 싶은데요….”

 늦었습니다. 저는 이미 촉이 왔거든요.

 “그런데  가사도우미 하려면 어떻게 하면 돼요?”

 “쉬워요. 어플, 대리 주부요. 근데 코치님, 청소 잘하세요?”

 “분리불안 그런거 됐고, 이 이야기로 씁시다.”

E 님의 첫 오디오북 <내 인생의 러닝타임>에서 독자들이 가장 재미있어하는 부분이 이 가사도우미 파트입니다. 


 경험상 의 작은 결론! 좋은 글은 말을 닮은 글입니다. 짧고 쉽고 한 번에 읽힙니다. 그대신 평소에 글 쓰듯이 말하며 살면 됩니다. 언젠가 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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