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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te by Apr 26. 2023

(2) 쓸 이야기가 없어요





   "딱히 쓸 이야기가 없어요."

 자주 듣는 말입니다. 글을 쓰고 싶지만, 딱히 무슨 이야기를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 그 안에는 ‘이런 것도 이야기가 될까요’라는 질문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저도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글쓰기 코치로 다양한 분들을 글로 만나면서 얻은 지혜이지요.  


 가장 좋은 주제는 일상입니다. 우선 내 일상은 내가 제일 잘 아니까요. 나 자신의 이야기도 좋고, 가까이 바라본 사람의 이야기글감으로 좋습니다. 디테일한 관찰에서 시작해서 느낌과 생각으로 확장할 수 있습니. 는 글을 처음 쓰는 분이라면 나보다 주변인 이야기로 시작하기를 권하는 편입니다. 뭔가 내 안의 이야기를 끄집어내야 할 것만 같은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어 가벼워요. 그런데 갑자기 주변인 이야기를 쓰라니? 누구를? 어떻게?


  K 님은 젊은 시절 아내와 만나 결혼한 과정을 글로 남기고 싶다고 했습니다. 청년부 전도사와 주일학교 교사였던 두 사람은 교회 주차장에서 우연히 처음 만났습니다. 같은 교회 주차장에서 ‘오늘부터 1일’을 시작하기까지 2년…. 순수하고 애타던 젊은 날의 아련한 기록입니다.


 그렇게 완성된 오디오북 <당신을 위한 사랑 이야기>내게도 의미가 있습니다.  지금은 세상을 떠난 아내와의 기록을 글로 남기는 작업을 코칭해 드렸기 때문이에요. 아내분이 이 글 선물에 진심으로 자랑스러워하고 기뻐할 것이라 말씀드렸습니다. 코칭에서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한편의 영화같은 로맨스로 이야기를 정리하되 그 이야기가 글쓴이만의 기억에 머물지 않게 하는 것.... 이야기를 듣는 독자들의 마음에 떠오르는 누군가의 기억과 접점을 만드는 작업이었습니다.      


   익숙한 인물들뿐 아니라 직장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훌륭한 글감이 됩니다. J 님은 산후조리원 테라피스트로 일하며 직장에서 관찰한 경험을 공익적인 글로 완성한 경우입니다. 오디오북 <우리는 지금 따뜻한 터치가 필요하다>는 J 님이 산모들의 산전 산후 특이사항을 기록한 차트에서 출발했습니다.


  글쓴이는 산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산모가 겪는 어려움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에 그치지 않았어요. 부종, 체중, 산후통의 효과적인 해결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리고 싶다고 했습니다. 코칭 포인트는 의학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를 일상 언어로 풀어내는 문체였고요. 이 직업이 사회에서 매우 유용하고 필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부분도 세상에 알리고 싶었습니.


  J님과 이어서 완성한 두 번째 책은 산후 문제를 미리 방지하기 위해 '임신 기간 동안 제발 이건 하지 마세요' 컨셉의 사용설명서입니다.  한여름에 산모뿐 아니라 아기 아빠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면 안 되는 이유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어요.


  원고 코칭 작업이 끝났고 곧 오디오 콘텐츠 탑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쓸 이야기가 너무 많다고 합니다. 그 힘든 직장에서 글쓰기가 활력이 되고 더욱 자신의 직업에 소명의식을 갖게 된 경우 입니다.


  나의 삶, 집, 직장, 동네 어느 곳이든 글감이 있습니다. 글 쓰는 이가 그것을 찾아내기 어려워하면 코치가 말을 걸어 그리로 가도록 도우 됩니다. 글감에는 어떤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요. 때로 웅장한 주제로 시작하는 경우 의외로 첫발을 떼기 어렵거든요. 식재료보다는 어떻게 ‘요리’하는가가  글맛입니다.


  에세이든 소설이든 시나리오든 이야기란 인간의 희로애락 생로병사 아닌가요. 별밤, 할머니 무릎을 베고 듣던 옛날이야기가 그렇게 좋았던 이유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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