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ote by May 08. 2023

(6) 중요한 이야기거든요




 글에는 기본적으로 자기애가 담겨있습니다. 이해받고 싶은 마음에서 출발하지만, 이내 자신을 점점 더 사랑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내 삶을, 그다음에는 나를, 그다음에는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의 나를... 글에 자기애가 담겨 문제 될 것은 없습니다. 문제는 그 자기애의 강도와 중독성 때문에 독자를 잃는 것 뿐.


 현대인들의 제한된 시간은 나에게 새로운 것을 알려주거나 나와 접점을 이루는 글에나 일시적으로 머뭅니. 내 마음대로 쓰는 인터넷 공간에서 독자에 대한 신중한 배려 없이 말 그대로 '마음대로' 쓰는 것은 자유입니다. 많이 올릴수록 데이터가 쌓일 뿐.


 S님의 오디오북 <기타와 두 아들>은 제목에서 짐작하듯이 두 아들에게 남긴 부성애의 기록입니다. 나중에 아버지가 떠난  후에도 아이들이 아버지와의 추억을 간직할 수 있는 디지털자산을 남기고 싶다고 했습니다. 코치는 이런 작업을 만날 때 가슴이 뛰지요.


 여기서 S님의 이야기가 자신의 개인 서사로 머물었다면 독자들과의 연결고리는 느슨했을 것입니다. 이 글은 사춘기 사내아이들을 키워본 대한민국의 모든 아버지들의 묵직한 마음과 공감을 이룹니다. 아버지가 된다는 것의 의미를 경험한 모든 사나이들의 마음을 건드립니다. 아버지가 아닌 독자들도 그들의 아버지를 떠올리겠죠. 여기서 공감의 장치로 사용한 것이 기타입니다.


 코칭 과정에서 기타의 F코드를 글쓴이의 삶의 비유와 상징의 키워드로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내가 기타를 잘 모르기 때문에 S님에게 많은 질문을 했어요. 그리고 음악를 모르는 독자도 이해하기 쉽게 풀어쓰는 꿀팁도 드렸습니다. 샾은 '우물 정자'로, 플랫은 'b'처럼 생겼다고 적은 문장은 독자를 위한 신중한 배려입니다.


기타를 배우는 사람들에게 F 코드가 마의 구간인 이유는 파, 라, 도, 미... 간단한 구성음으로 이루어져 만만해 보이기 때문이라고 해요. 글에서는 그 만만함을 2014년 5월 첫 사업을 시작할 때처럼 자신만만해서 우습게 보였던 순간과 비유했습니다.


 배운 운지법 대로 연주해도 최악의 사운드... 손가락에 쥐가 나고 굳은살이 잡히는 지루한 연습... 그 '기억하기 싫은 F코드'는 20대 중반 군입대로 인한 첫사랑의 실패와 고통과 연결했고요. 그리고 고약하고 배려 없고 잔인한 코드를 마스터하지 않고는 더 많은 곡을 연주할 수 없어 버틴 과정을 직장 15년 맷집으로 비유했습니다. 그것을 마스터했을 때의 벅찬 감동은 '작년 겨울 금요일 저녁'이라고 구체적인 시간도 넣었어요. 처음 제대로 소리를 낸 순간이 자우림의 <스물다섯 스물하나>라고 제목도 함께...


 "나에게는 중요한 이야기예요. 우리 아이들만 들어도 됩니다."

 S님이 이렇게 고집해도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가 "나에게 중요한 이야기가 당신의 이야기이기도 해서요."라고 악수를 건네었기 때문에 좋은 글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그것도 구수한 부산 사나이의 중후한 음성으로 듣는 이야기라니!


 글의 생명력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힘입니다. 나의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가 될 때 독자들이 모입니다.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독자의 시간이야말로 글을 쓰는 사람에게 해일과 같은 벅찬 감동이 아닐까요.





이전 05화 (5) 오래 전 이야기에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