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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te by Sep 02. 2023

(7) 제가 글을 좀 씁니다





  "학창 시절 글짓기 상을 많이 받았거든요."

"출간 작가입니다."


  글 수업을 하다 보면, 좌중을 압도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소위 '글짓기 상'이라 하면 학창 시절 받은 다양한 상장들이겠지요. 교내 글짓기 대회, 백일장, 구청 대표, 시 대표, 도 대표.. 아직 국가대표 까지는 없는 것 같습니다.


  다양한 공모전에 열심히 참가하며 경력을 쌓아가는 분들 이야기를 들으며 그 내공에 감탄하곤 합니다.  비슷한 이야기 소재로 등장하는 것이 독서 경력입니다.


  천권의 책을 읽었다거나, 미라클 모닝에서 매일 독서록 한편씩 썼다는 노력가들도 자주 뵙니다.  지난한 노력의 과정이 빛나는 분들입니다. 이런 분들이 더 글을 배우러 오실 때, 코치는 더 겸손해집니다. 공부할 것도 더 많아집니다.



사진: Unsplash의Hannah Olinger

  누군가 '글 좀 썼다'라고 자기소개를 하면, 그런 경력이 없는 분들이 슬그머니 자신감을 잃습니다. 글을 안 쓰게 됩니다. 첫 주에는 바빠서 과제를 못했다고 하고, 그다음 주에는 아파서 못했다고 합니다. 신기한 건 계속 수업에는 온다는 사실이지요. 글 이야기 하는 시간은 재미있고 행복하다는 반증입니다. 그럴 경우 이유는 하나겠지요. 자기 글을 수업에서 '평가'받는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저는 글이 안 써져요."

생각보다 괴로워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다 잘 쓰는 것 같은데 왜 저만 이렇죠?"

낙담도 합니다. 비교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그분을 괴롭히는 것은 멋진 글을 써내야 한다는 부담이겠고요. 그러면 글쓰기가 괴로운 노동이 되고 맙니다.



사진: Unsplash의Hannah Olinger



  의사들도 VIP 신드롬이 있다고 하지요. 개인적으로 부탁받은 환자의 수술은 오히려 경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것입니다. 수영을 할 때도 제일 먼저 배우는 것이 힘 빼기이고요. 글쓰기 시작은 힘 빼기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글짓기 상을 많이 받았든 무슨 상관입니까?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 그들은 내가 아는 것을 쓰지 못합니다. 이쯤 되면 조금 자신감이 붙으실까요?


  저는 이런 위축감이 때로는 글 앞의 자신감보다 오히려 건강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글 앞에서 작아지는 경험은 저도 매일 하기 때문에 깊은 연대감을 느낍니다.


  글쓰기 시작은 한 줄 글쓰기입니다. 한 줄을 쓰면 다음날은 한 줄 더 쓸 수 있습니다. 오늘 쓰면 내일도 쓰게 됩니다. 그렇게 매일 한 줄 글쓰기로 글이  모입니다. 문장이 모여 문단이 되고, A4 한쪽을 채우면 1000자의 글이 됩니다. 두려움도 서서히 사라집니다.



사진: Unsplash의charlesdeluvio


  한 줄 글쓰기는 마법의 주문과 같습니다. 흰 종이 앞에 앉아서 힘을 빼세요. 근사한 글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 남들이 읽고는 "나도 이런 글은 쓰겠다!" 하는 글 정도면 됩니다.


  그 사람과 여러분의 차이를 기억하세요. 당신은 글을 쓰고 있고, 그들은 쓰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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