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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te by Sep 30. 2023

(9) 당신 글의 도착지는 어디입니까?




  


  글쓰기를 시작할 때 반드시 생각해야 하는 것은 글의 목적지입니다. 내가 왜 이 글을 쓰고 있는가를 정하고 시작하는 것입니다. 저는 수업에서 “이 글을 독자들이 읽고 제일 먼저 무슨 말을 하면 좋겠어요? 말풍선을 달아보세요.”라고 합니다. 수강생 대부분 갑작스러운 질문에 생각에 잠깁니다. 누군가 내 글을 읽고 어떤 ‘반응’을 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은 것입니다.      


  대중을 향해 글을 쓰고자 하는 분이라면 반드시 독자를 의식해야 합니다. 저녁 밥상을 준비하며 그 음식을 맛볼 가족들을 의식하는 것과 다를바 없습니다. 바쁘고 피곤한 일상 중에 잠시 할 일을 멈추어 내 글을 읽어준 독자는 참으로 고마운 존재가 아닙니까? 그러니 독자를 생각하고 다시 내 글을 보면 구체적으로 글의 목적이 생깁니다.     


  

  저는 대중 글쓰기의 목적은 크게 네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재미’입니다. “글이 한 번에 순식간에 읽혔어요.” 또는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요” 같은 반응이야말로 글쓴이에게 기쁜 일입니다. 그 재미란 ‘웃기다’, ‘슬프다’, ‘무섭다’, ‘엉뚱하다’, ‘병맛이다’, ‘기이하다’ 등등 각종 감정적 반응을 말합니다. 내 글이 이런 독자의 감정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은 가슴 벅찬 일입니다.      


  대중 글쓰기의 두 번째 목적은 ‘공감’입니다. 독자들은 나와 관계없는 남의 개인적인 상념의 일기 글에서는 매력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러니 개인적인 경험이라고 해도 독자의 보편적인 감정과 접점을 이루어 내야 합니다. 나의 글이 그 접점을 신중히 고려하였다면 독자는 나와 같은 감정을 느끼며 글을 읽을 것입니다. 내 글을 읽으면서 누군가를 떠올렸을 수도 있습니다. 나의 글이 그의 경험과 링크되는 것이지요. 얼굴도 이름도 알지 못하는 사람과 나는 그렇게 연결됩니다.      




  대중 글쓰기의 세 번째 목적은 ‘정보’입니다. 많은 독자가 직업 이야기를 특히 좋아합니다. 그건 내가 살지 못한 삶을 다른 사람의 글을 통해 경험하기 때문입니다. 국정원 블랙 요원의 삶, 피아니스트의 삶, 강원도 속초 오징어 난전 아가씨의 삶은 내가 모르는 세계입니다. 그러니 알고 싶어서 그의 글을 읽는 것입니다. 그 세계의 용어, 치열한 현장, 인간미, 그 삶에서 축적해온 성찰은 읽는 이에게 무한한 간접 경험의 세계를 열어줍니다.     


  대중 글쓰기의 네 번째 목적은 ‘편견의 변화’입니다. 글은 논리 구조에 따라 전개하게 되어 있습니다. 당연히 말보다 설득력이 있습니다. 큰 목소리로 외치더라도 사라지는 일시적인 말과 달리 글은 각인되어 남습니다.


  글은 증거입니다. 신중히 적은 글은 거듭 읽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내가 살아온 방식에 대한 성찰을 부릅니다.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네….’ 뒤돌아보게 합니다. 나와 다른 세대, 성별, 상황의 서사에 귀 기울이는 과정에서 확신은 희미해집니다. 글을 많이 읽을수록 황희정승이 됩니다. ‘그럴 수 있겠지.’ ‘그랬구나.’ ‘나라도 그랬겠다.’ 귀가 순해집니다. 자아도취 진동하는 글에 대해서도 무관심할 수 있게 됩니다. ‘뭐, 이런 사람도 있는 거지.’



  대중 글쓰기의 다섯 번째 목적은 ‘액션’입니다. 각성과 행동을 부릅니다. 안 하던 일을 해볼 수 있는 용기를 줍니다.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글의 종착지입니다. 대부분 독자의 반응은 사적이고 조용합니다. 그러니 글을 쓴다는 행위는 허공을 향해 내가 낼 수 있는 가장 명징한 소리를 내려 애쓰는 무모한 퍼포먼스와 다름없습니다.


  그래도 글을 쓰고 싶다면 긴 여정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저도 사실은 작가의 자격을 알지 못합니다. 조용히 하루하루 글을 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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