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by 백수웅변호사

요즘은 시간이 많아 걸을 때가 많다.

정동을 품고 살다 보니 산책코스가 다양하다.

하루는 덕수궁 돌담길을 걷고 다른 하루는 청계천을 다닌다. 그런데 유독 가기 싫은 산책 코스가 하나 있다.

돈의문 터가 있는 삼성병원 뒷 길이다.

아가가 더 아가였을 때 의자에 떨어져 머리를 쿵한 적이 있다. 에어리언 같은 엄청난 회복력을 가진 아가였기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가는 계속 아프다고 했다. 구토 증상도 있었다.

놀란 마음에 삼성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늘 에너지가 넘쳤던 아가였다.

응급실 침대에 누워 풀이 죽은 표정을 짓고 있는 아가의 얼굴을 바라보니 가슴이 아팠다.


아가 : 아빠. 아파요.


미안했다. 진짜로 미안했다.

아플 수만 있다면 대신 아프고 싶었다.

그날의 기억은 아빠에게 너무나 강렬했다.


그날 이후, 아빠는 돈의문 터 쪽을 지나가지 않는다.

삼성병원이 무슨 잘못이 있겠냐만, 그냥 그곳이 싫다.

그곳을 가면 사랑하지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못난 아빠의 모습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아기야.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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