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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디 May 22. 2020

덴마크에 살고 싶다면

덴마크 진출 전략

지금까지 소개한 덴마크 생활을 살펴보면서 '이곳에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한 분들이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한국인이 덴마크에 가서 취직을 하고 정착하는 것은 생각만큼 호락호락해 보이진 않았다. 대도시인 코펜하겐 주변지역은 상황이 조금 다를 수도 있지만 적어도 오덴세에서는 외국인이 번듯한 직업을 구하기 쉽지 않아 보였다. 내가 다니던 회사는 '예외'에 속했다. 산업용 로봇이라는 기술집약적 제품에 대한 연구개발을 수행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엔지니어가 필요했고, 오덴세 지역의 인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내가 다니던 회사의 R&D 부서에는 다양한 국적의 엔지니어가 일하고 있었다. 이곳에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 가족이 다같이 덴마크로 이주한 경우도 상당수 있었는데, 이들의 부인들을 보니 오덴세에서 취직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었다. 핀란드에서 일하다 덴마크로 넘어온 인도 출신 엔지니어의 와이프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다. 덴마크에 처음 왔을 때에는 아기를 새로 낳아서 한동안 일을 하지 않았지만, 아이가 자라면서 직업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지역에서 취직이 쉽지 않았고, 결국에는 우리 회사에 입사하였다. 폴란드 출신 엔지니어의 배우자도 덴마크에서 열심히 구직활동을 하였지만 소득이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입사한 곳은 이번에도 우리 회사였다. 덴마크 어학원을 다닐때 덴마크 남편을 만나 몰타(Malta)라는 나라에서 오덴세로 이사온 여성분이 있었는데 대학에서는 경영학을 공부하였다고 한다. 그분도 직업을 구하려 노력하였지만 여의치 않았고, 당장 생계를 위해 대학교에서 청소 업무를 하고 있었다. 취직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덴마크어가 필요하다며 열공 모드였다. 이 외에도 주변의 많은 외국인들이 오덴세에서 직업을 구하는데 애먹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덴마크어를 하지 못하면 카페나 음식점 아르바이트도 구하기 어려웠다.


덴마크에서 취직이 어려운 점은 수요과 공급의 원리로 설명 가능하다. 일단 덴마크일자리가 넘쳐나는 것은 아니다. 노동 집약적인 제조업이 아주 많은 것도 아니고, 관광업이 특별하게 발달하지도 않았다. 다시 말하면 수요가 과도하진 않다. 그런 가운데 공급은 넘친다. 아무리 세금이 높고 물가가 비싸더라도 절대적인 급여 수준이 높기 때문에 임금 수준이 낮은 스페인이나 터키, 동유럽 국가들에서 이민을 희망하는 인구가 상당하다. 더구나 같은 유럽연합 국가라 거주권을 받기도 수월하고 대학교 학비도 지원되니 덴마크는 매력적인 옵션이 분명하다.


언어적인 장벽도 존재한다. 사실 대부분의 덴마크인들이 영어를 잘하긴 하는데, 그렇다고 그들의 모국어는 아니다. 덴마크인들끼리 있으면 당연히 덴마크어로 말하고 주요 문서도 덴마크어로 작성한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게 아니라면 굳이 덴마크어가 안되는 외국인을 선호하진 않을 것이다. 문제는 덴마크어가 배우기도 어렵다. 쓰는(Written) 언어는 그나마 할만한데, 말하는(Verbal) 것을 배울 때 멘붕이 온다. 일단 발음 자체가 너무 어렵고, 비슷하게 생긴 알파벳으로 구성된 단어인데 전혀 다르게 읽는다. 심지어 같은 단어에 대해 덴마크인들끼리 발음도 제각각인 경우도 허다하다. (물론 자기들끼리는 어찌어찌 잘 알아듣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회는 있다. 특히 준수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에 대한 수요는 항상 있는 것 같다. R&D 부서에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던 스페인 출신 동료가 있었는데, 오덴세에서 여자친구를 사귀게 되었다. 어느날 여자친구가 다른 지역으로 직장을 옮기게 되었고, 이 친구는 한동안 고민이 깊더니 결국 우리 회사를 떠나 다른 지역에서 직장을 구했다. 물론 실력이 좋고 경험이 충분한 친구여서 그랬겠지만 짧은 시간 내에 여러 곳에 합격한 것으로 보아 엔지니어들에게는 기회가 있는 것 같다. 소극적인 링크드인(LinkedIn) 활용법 편에서 언급한 것처럼 링크드인이나 글래스도어 등을 통해 일자리(Job)을 찾아보자!


간혹 덴마크 진출의 교두보가 될 수 있는 유용한 기회가 있을 수도 있다. 2019년, 한국로봇산업협회에서는 덴마크 로보틱스 인턴십 프로그램을 진행한 바 있다. 덴마크의 연구기관과 협력한 사업인데, 왕복항공료 및 체재비 등을 지원하였다.


대학원으로 유학을 떠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덴마크인이나 유럽연합 국민들처럼 학비지원을 받지는 않겠지만 경쟁력 있는 대학교에서 좋은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대학원생들은 연구조교(Research Assistant) 또는 수업조교(Teaching Assistant)로 일하며 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다는 점도 잊지 말자. 일단 덴마크에 가서 생활하다보면 취직 등의 기회가 있을 수 있다.


아직 나이가 어리다면 워킹홀리데이(Working Holiday)도 좋은 선택이다. 비자 인터뷰를 할때 담당자분께서 말하길, 워킹홀리데이만한 게 없다며 돈만 있으면 일자리 못 구해도 다양한 경험을 하고 여차하면 그냥 놀다 와도 된다며 강력하게 추천했다. (소위 '개꿀'이라며..) 만 18세 이상, 30세 이하인 자는 신청 가능하다고 한다. 외교부 워킹홀리데이 인포센터에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한다.


직장생활에 회의가 느껴지고,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 덴마크로 떠나고 싶다면 IPC(International People's College)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이곳은 외국인을 위한 폴케호이스콜레(Folkehøjskole, 영어로 Folk High School)라고 하는데, 성인을 위한 자유학교라고 한다. 한국의 주입식 교육과 달리 다양한 교과목을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배운다고 한다. 등록금은 2020년 봄학기 24주 과정 기준으로 34,600 DKK(약 630만원) 이며, 덴마크에서 이정도 비용으로 교육 뿐 아니라 숙식까지 해결되는 것은 메리트가 있다. 무엇보다 이곳은 워킹홀리데이와 달리 나이 제한이 없다.


아직 대학교를 졸업하지 않았다면 교환학생을 적극 추천한다. 주변에도 코펜하겐 대학교에서 교환학생을 다녀온 선후배가 있는데, 다들 너무 만족한다며 극찬했다. 오덴세에도 매년 열명 넘은 한국인 교환학생이 SDU에서 공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진 않지만 덴마크에서 호떡장사를 하여 유명한 분이 있는데, 이분도 교환학생으로 덴마크를 처음 접했다고 한다. 이분은 네이키드 덴마크(NAKED DENMARK)라는 미디어 그룹을 설립하여 덴마크와 한국을 연결하는 멋진 일을 하고 있다.


덴마크 진출을 꿈꾸는 한국인에게 한가지 호재가 있다. 덴마크의 어린 친구들을 중심으로 K-pop 인기가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한달에 한번정도 코펜하겐 광장에서 KPOP RANDOM PLAY DANCE 라는 모임을 하는데, K-pop 음악을 랜덤으로 재생하고 안무를 아는 노래가 나오면 중앙으로 나가서 춤을 춘다. 앞으로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관심 갖는 덴마크인들이 많아지고 이런 친구들이 사회의 주역이 되면 한국인들이 이곳 덴마크에서 할 수 있는 일들도 많아지지 않을까 행복회로를 돌려본다.

K-pop 랜덤댄스 모임, 덴마크 코펜하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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