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딱세줄 07화

오늘 기뻤던 일~나를 2인칭으로 표현하기

<딱 세 줄만 5기> 7일 차~10일 차

by 소율


강소율여행연구소 대표,

여행작가 소율입니다.


아래는 21일 동안 진행하는

<딱 세 줄만 5기> 여러분과 함께 쓰는 글이에요.


<딱 세줄만 5기>

https://brunch.co.kr/@soyuly/269






7일 차: 오늘 기뻤던 일


벼르던 옷 리폼을 했다.

소소한 수선은 직접 하는 편이다.

바지단 줄이기나 티셔츠 소매 떼어내기, 길이 늘이기 같은 간단한 것들.

솜씨가 뛰어나서가 아니라 갖다 주고 찾아오는 과정이 귀찮아서 그렇다.

오늘은 레깅스에 받쳐 입을 티셔츠.

작년에 여러 벌 샀던 민소매의 아래단을 잘라서 이어 붙였더니 알맞게 엉덩이를 가린다.

같은 기능성이라 실밥 처리도 필요 없고 그냥 숭덩숭덩 박음질.

민소매는 배꼽티로(입을 일이 없을 듯), 운동 티들은 롱티가 되었다.

모두 세 장이다. 든든하다.

봄이 되면 마음껏 레깅스를 입어야지.

짤동하니 튀어나온 엉덩이를 신경 쓸 일이 없을 테니 기쁘군. 흐흐흐.


8일 차: 지하철에서 생긴 일


출퇴근 시간대만 피한다면 지하철만큼 편리한 교통수단이 있을까?

싸고 빠르고 정확하다.

가끔 인상이 찌푸려지는 풍경 하나.

젊은 청년이나 최소 오십 이상은 되어 보이는 아저씨, 아줌마가 버젓이 임산부석을 차지하고 있을 때,

나는 남몰래 강한 레이저를 쏜다.

그들이 느끼는지는 모르겠지만.

누군들 안 피곤하겠냐만, 아주 작은 예의 정도는 챙기고 살았으면.

그렇게 아등바등하는 거 인생에 큰 도움은 안 된다.

다들 잘 알면서 그래.


9일 차 내가 샀던 기념품


여행지에서 데려오는 기념품은 주로 일상에서도 쓰는 물건들이다.

옷, 귀걸이, 머그컵, 모자, 가방 등.

냉장고 자석 같은 기념을 위한 기념품은 사지 않는다.

내가 퍽 실용적인 부류인지 몰라도 집에서 자주 사용하는 것들이 좋다.

파란색 머그컵 2개는 알래스카의 이마트 격인 '프레드 마이어'에서 샀다.

워낙 가기 힘든 지역이라 그저 동네 마트의 머그컵조차 특별하게 느껴진다.

아들은 그냥 흔한 컵이라고 하지만 한국에서는 구할 수 없는 거니까 귀한 게 맞다.

여행할 수 있는 태평 세대는 언제 오려나.

그때는 아마 해외여행의 새로운 역사가 펼쳐지겠지.

어떤 세상이 오려는지 궁금하고 기대되고 걱정된다.


10일 차: 나를 2인칭으로 표현하기


벌써 밤 8시가 되었네.

당신 종일 이것저것 하느라 애썼어.

아침엔 무척 졸려하더니만 토스트 한 장 먹고 다시 침대로 가더라.

웬일로 잠깐 자더라구.

한 번 일어나면 다시 눕는 경우가 드문데 무척 피곤했나 봐.

내가 오늘은 내내 당신을 지켜봤지.

눈 붙이고 일어나서 글 한 편 열심히 쓰더니 종종종 미역국 끓이다가 설거지하고 또 만보 걷기 하다가 카톡 관리하고 전화받고 블로그와 브런치 들여다보고, 하여튼 혼자서 바쁘다 바빠.

작은 거실과 부엌에서 얼마나 다양한 일을 하는지 남들은 잘 모를 걸?

오늘은 표정이 밝아서 기분이 괜찮아 보였어.

걸으면서 흥얼흥얼 콧노래도 부른 거 알아?

그래, 오늘처럼 즐겁게 일하면 되는 거야.

당신은 역시 매력이 넘치는 사람이라는 걸 확인했어,

다시 또 강조하지만 언제나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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