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딱세줄 06화

귀걸이를 하시나요?~너무 추웠던 날

<딱 세 줄만 5기> 2일 차~4일차

by 소율


안녕하세요?

강소율여행연구소 대표,

여행작가 소율입니다.


21일 동안 진행하는

<딱 세 줄만 5기> 여러분과 함께 쓰는 글입니다.


<딱 세줄만 5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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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차: 귀걸이를 하시나요?


악세사리 욕심이라곤 없는 내가 유일하게 예쁜 귀걸이를 보면 늘 하고 싶었다.

그것들은 전부 귀를 뚫어야만 가능했다.

첫 번째 귀뚫기가 실패한 이후로 40이 넘어서야 다시 도전했다.

6개월을 넘게 버틴 끝에 겨우 내 귓볼은 구멍에 익숙해졌다.

그게 뭐라고 그리 어려운지.

여행을 가면 눈에 드는 귀걸이를 꼭 사 온다.

멋진 기념품도 되고 평소에도 할 수 있으니까.

스페인에서 안달루시안 풍의 화려한 귀걸이를 여러 개 사서 언니에게 선물로 주고 나도 곧잘 하고 다녔다.

한국에는 없는 스타일이라 더욱 맘에 들었다.

그날 그날 기분에 따라 수수하게 또는 요란하게 걸고 다녔다.

동네 친구는 "귀걸이가 너무 화려한 거 아냐?"라며 의아해했다.

나는 취향이니까 존중해 주셔, 라며 고개를 바싹 쳐들었다.

작년부터 통 외출할 일이 없다.

그래도 귀에 붙는 작은 18k를 일년내내 하고 있다.

겨우 뚫린 구멍이 막힐까봐 안심용으로 사용한다.

뺐다 끼웠다 귀찮아서 24시간 착용이다.

귀걸이 찰랑거리며 나갈 날은 언제 오려나.

3일 차: 지금 하늘을 보며


아침엔 뿌옇던 하늘이 조금 파래졌다.

아직도 미세먼지 지수는 높지만 창문을 열었다.

춥지 않다.

봄이 가깝다.

봄이란 단어만 떠올려도 기분이 좋아진다.

희망. 따뜻함.

백신을 맞기 시작하면 이 상황도 훨씬 나아지겠지.

올봄엔 어깨 펴고 숨 좀 쉬어보자.


4일 차: 너무 추웠던 날

30년 전 겨울밤이었다.

결혼 전 아이들을 가르치던 시절,

평촌에서 수업을 마치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당시 평촌은 막 조성된 신도시여서 버스 노선이 다양하지 않은데다 몇 대 오가지도 않았다.

높은 아파트들 사이로 얼음처럼 찬 바람이 매섭게 불어댔다.

손발은 얼어가는데 버스는 좀체 오지 않았다.

견고하고 따뜻한 아파트 안에서 사는 그들과 스산한 거리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나.

아마 들판에 서있는다 해도 이처럼 춥고 외로울 것 같진 않았다.

조금 울고 싶은 심정이었으리라.

이때 내 몸에 추위의 기억이 각인되었다.

시리도록 찬 촉감과 그보다 더 차가운 감정이.

지금도 겨울밤의 찬 바람은 피하고 본다.

육식동물을 경계하는 초식 동물의 본능처럼,

추위는 내게 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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