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딱세줄 04화

내 발에게~내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

<딱 세 줄만 3기> 1일 차~10일 차

by 소율


안녕하세요?

강소율여행연구소 대표,

여행작가 소율입니다.


아래는 11월 10일에 시작해서 21일 동안 진행하는

<딱 세 줄만 3기> 여러분과 함께 쓰는 글입니다.


현재 <딱 세줄만> 4기 모집 중이에요~^^

https://brunch.co.kr/@soyuly/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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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0] 1일 차 내 발에게

발톱을 깎으며 너를 들여다본다.

신발 사이즈 230.

타박타박 오십삼 년을 용케도 걸어왔구나.

뛰어가지 못해도 괜찮아.

너만의 속도가 정답이니까.


[11/11] 2일 차 나의 부엌


며칠 전 부엌을 정리했다.

먼저 머그컵, 접시,

밥공기, 와인잔 등 모든 그릇을 용도별로 5개 정도만 남겼다.

그러자 설거지 거리가 눈에 띄게 줄었다.

퍽 만족스럽다.

다음엔 곧 제대할 아들과 부엌을 남의 영역으로 생각하는 남편을 위해 찬장마다 작은 이름표를 붙였다.

이제는 부엌에서 뭐가 어딨냐고 나를 부를 일은 없을 것이여.

못 찾으래야 못 찾을 수가 없는 구조니까.

아들이야 알아서 잘할 테지만 특히 남편을 겨냥한 빼기 프로젝트되시겠다.

모두가 평등하고 명랑한 부엌 생활을 위하여 건배!


[11/12] 3일 차 오늘 누군가와 나눈 대화


"여보세요? 저기 사장님 차 좀 안쪽으로 옮겨주셔야겠는데요. 공사하는데 차를 긁을까 봐 그래요."

"아 그래요? 안쪽은 다른 분 주차자리라서 둘 수가 없는데요. 아예 다른 곳으로 빼야 할까요? 언제까지 빼두어야 하나요?"

"오늘 하루만 치워놓으심 돼요."

"알겠습니다. 지금 내려갈게요. 아예 공영주차장에 대고 와야겠네요."

"네, 감사합니다!"

[11/13] 4일 차 가장 잘하는 음식


잘 익은 김장김치를 한 포기 꺼내 송송 썬다. 도톰한 목살도 먹기 좋게 썰어놓는다.

궁중팬에 김치와 목살을 섞어 주물주물 간을 입힌다.

김치와 고기의 비율은 1대 1.

김치 조각 하나와 고기 조각 하나를 같이 집어 먹으라는 깊은 뜻이다.

다음엔 중불로 기름 없이 달달 볶는다.

고기가 얼추 익으면 김치 국물과 물을 넣어 간을 맞추고 팔팔 끓인다.

나중에 양파와 파를 넣어 살짝 익힌다.

소율식 김치찌개 완성!

아들이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다.

어디 가서 먹어도 엄마 것만 못하단다.

그렇게 이쁘게 말하고는 냄비 바닥을 싹싹 비우는데 어찌 안 해줄 수 있으랴.

[11/14] 5일 차 오늘 내가 나에게 잘 해준 일

새벽부터 강의 듣고 여토여토 진행하고 아침이 바빴다.

수고한 나에게 달달한 고구마를 대접해야겠다.

에어프라이어를 돌리니 달큰하고 구수한 냄새가 퍼진다.

그래, 이 맛이지!

냄새에 한 번, 맛에 한 번 더 감탄한다.

작지만 확실한 즐거움.

[11/15] 6일 차 사소하지만 중요한 일 3가지

1. 나 혼자 무언가를 먹을 때 기왕이면 젤 예쁜 그릇에 담아 먹기

2. 누군가와 대화할 때 눈을 쳐다보며 끄덕끄덕 리액션 하기

3. 하루에 하늘을 한 번 이상 바라보기

[11/16] 7일 차 기억에 남는 영화의 한 장면


SF 영화를 좋아하는 나에게 <매트릭스>의 그 장면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이후 다른 영화에 하도 많이 변주되어 나중엔 식상해질 정도였지만 원작을 따라가진 못하지.

네오가 그 큰 기럭지를 뒤로 반 접으며 날아오는 총알을 피하는 장면.

처음 봤을 땐 정말 너무 멋있어서 (속으로) 소리를 질렀다.

나는 매트릭스로 인해 키아누 리브스에게 푹 빠졌었다.

동서양의 매력이 공존하는 배우.

매트릭스의 네오 역은 그에게 딱 맞는 슈트였다.


[11/7] 8일 차 첫 문장에서 이어 쓰기


"빨간 코트를 입은 여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에 이어지는 세 문장을 씁니다.


빨간 코트를 입은 여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발 밑에는 지는 꽃잎처럼 노란 은행잎이 수북이 쌓였다.

바작바작 가을을 밟는 소리.

그렇게 계절은 왔다 간다.

[11/18] 9일 차 나의 잠버릇


어릴 때부터 엎드려 자는 버릇이 있다.

분명 잘 때는 똑바로 누웠는데 중간에 잠깐 깰 때나 아침에 보면 자주 엎어져 있다.

자다가 나도 모르게 그리되나 보다.

밥공기도 아니고 왜 엎어져 있니?

건강에 좋은 버릇은 아닌 듯한데 딱히 허리에 문제가 없는 것도 신기하다.

모전자전, 아들도 그렇다.

불편해 보여 엉덩이를 두드려 바로 자라고 한다.

하긴 누가 누굴 가르치리.

[11/19] 10일 차 내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


유방암을 경험하면서 누구보다 나를 사랑하겠다고 마음먹었다.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더라.

서로 꽤 독립적인 관계였음에도 불구하고 늘 자식이 먼저였다.

유학에 군대에 거의 7년을 떨어져 살았지만 이번 주 일요일이면 돌아온다.

대학원에 가기 전까지 2년 정도는 집에서 지낼 예정이다.

벌써부터 신이 난다.

아들과 소소하게 보낼 날들을 생각하면 절로 웃게 된다.

아마 이후로는 한 집에서 같이 살 수 있는 시간이 없을 터이다.

초콜릿 아껴 먹듯 순간순간을 누려야지.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한다.

이제는 다 큰 아들보다 나를 더 소중하게 여겨야 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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