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딱세줄 05화

내가 즐기는 차 ~ 최근에 사귄 친구

<딱 세 줄만 4기> 1일 차~7일 차

by 소율


안녕하세요?

강소율여행연구소 대표,

여행작가 소율입니다.


아래는 1월 11일에 시작해서 21일 동안 진행하는

<딱 세 줄만 4기> 여러분과 함께 쓰는 글입니다.


<딱 세줄만 5기>는 '2월 5일부터 2월 28일까지' 진행합니다.

2021 신청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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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1일 차: 내가 즐기는 차

레몬 글라스를 알게 된 건 몇 년 전 제주도에서였다.

한라수목원을 산책하고 근처 찻집에 들렀다.

허브티가 종류별로 많았다.

거기서 내가 고른 건 레몬 글라스.

처음 마셔보았다.

레몬향과 풀 향이 코를 먼저 적시고, 상큼하고 깔끔한 찻물에 혀가 풀어진다.

이거 딱 내 취향인걸?!

그 자리에서 레몬 글라스 찻잎 한 병을 샀다.

가느다란 연두색 풀 줄기처럼 생겼다.

티백보다는 진짜 잎차가 운치 있지.

집에 돌아와서도 그 차를 자주 우려 마셨다.

한동안 커피에 빠져 잊고 있었는데 요즘 다시 레몬 글라스를 사랑한다.

종일 몇 잔을 마셔도 부담 없다.

향과 맛으로 두 번 즐기는 레몬 글라스, 그대에게도 권합니다.


[1/12] 2일 차: 내 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곳


마음에 안 드는 곳을 대라면 수십 가지가 나올 텐데,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아, 내 몸에 대한 자존감이 이리 없었나.

나는 뭐든 작은 걸 타고났다.

키도 손도 발도 눈코 입도 작은 편이다.

살아가는데 별 이득은 없다.

그래도 하나 꼽는다면 '손'에 점수를 주고 싶다.

하얗고 길다랗고 아름다운 손은 아니다.

짜리몽땅 짧은 손가락에 손톱도 남들 삼분의 이 정도 크기.

손이 작아 그런지 손아귀 힘도 약하다.

하지만 이 손으로 50 평생을 꿋꿋이 헤쳐왔다.

아들 남편 밥 해먹이고 살림 건사하고 여행하고 책도 쓰고 유방암도 통과하고 이렇게 카톡도 한다.

그만하면 못 하는 거 빼고 다 하는 손이 아닌가.

새삼 양손을 쓸어본다.

반평생이 담겨있는 내 손.

기특하다.

장하다.

그리고 안쓰럽다.

남은 생이 어떤 모습일지 모르겠다만 두 손만 있으면 어떻게든 되겠지.

너를 믿는다.

[1/13] 3일차: 친구 상미에게 쓰는 편지


친구하면 아직도 니가 젤로 생각난다.

세월이 많이 흘렀지?

우리 벌써 쉰네 살이야.

중학교, 고등학교 때 단짝으로 지내던 날들이 아득하다.

내가 결혼하기 전 어렵게 한 번 만나 같이 강릉으로 여행갔던 게 마지막이었나?

왜 너와는 연락이 자꾸 끊어지는지 속상했어.

이젠 뭐 거기까지가 인연이었거니 한다.

만나고 싶어도 안 만나지고 안 만나고 싶어도 만나지는 게 세상살이더라.

그저 건강하게만 지내고 있어.

어디에 사는지 결혼은 했는지 뭐하고 사는지 모르겠지만 늘 너의 행복을 빈다.

혹시 아니? 호호 할머니 되어 우연히 마주칠 수도?

그러면 진짜 재밌겠다.

그땐 한평생 어찌 살았나 두손 마주 잡고 수다를 떨어보자.

소녀 시절 함께해서 참 좋았다.

고마웠다.

[1/14] 4일 차: 나의 아버지


나는 아버지를 아부지라 부른다.

아버지보단 아부지가 훨씬 정감 있다.

아기일 적 아부지가 날 이뻐해서 머리맡에 100원 짜리 하나씩을 놓고 일하러 가셨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를 제외하면.

사실 아부지의 관심과 사랑을 받은 기억은 거의 없다.

엄마와 마찬가지로 아부진 내게 무관심으로 일관하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부지를 나는 훌륭한 분이라고 인정한다.

뭘 잘 해줘서가 아니라 잘 못하신 것, 나쁘게 하신 게 없기 때문이다.

나는 그걸 결혼하고서야 깨달았다.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사람이 남이 아닌 자기 가족에게 예의를 지키기란 매우 어렵다는 걸 시댁을 통해 체험했다.

울 아부지는 자식들에게 흔한 용돈을 한 번 내놓으라고 하신 적이 없었다.

오직 당신의 몸뚱아리 하나로 평생을 성실하게 일하셨고 그걸로 족했다.

엄마에겐 자린고비 남편이라 속을 썩였지만 그건 자식들에게 손 벌리지 않으려는 이유였으니.

재작년 대장암으로 돌아가시기 전까지 한평생을 욕심없이 자기 몫을 다하셨다.

재산을 남기지는 못했지만 그런 태도가 아부지만의 유산이다.

[1/15] 5일 차: 제일 재미없었던 책


작년의 첫 번째 벽돌책 도전이었던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

읽기 전에는 기대가 있었는데 그렇게 재미없을 줄 몰랐다.

미술에 대한 지식은 없어도 미술을 좋아한다고 생각했었다.

서양미술사를 읽으면서 내 호감이 그냥 나만의 착각이었나 싶었다.

뒤로 갈수록 앞부분의 도판을 다시 찾아 되짚어야 하는 것도 짜증 났다.

며칠 전부터 걸으면서 오디오북으로 '1일 1미술 1교양'이란 책을 듣고 있다.

쉽고 간단하게 설명해 주니 미술사가 쏙쏙 이해된다.

내 수준은 딱 이 정도였어.

이 책을 다 읽은 뒤엔 <서양미술사>도 좀 수월해질까?

올해 안에 재도전???

[1/16] 6일 차: 오십 넘어 새로 배운 것


장롱면허 10년 만에 진짜 운전을 하게 된 것.

여행엔 겁이 없었지만 운전은 무서웠다.

차들로 가득한 저 도로를 내가 달릴 수 있을까?

사고를 낼까봐 엄두가 나질 않았다.

다시 운전하려고 마음먹고 연수를 많이 받았지만 자신이 없었다.

(자주 가는) 서울성모병원을 여러 번 오가며 연습을 더했다.

역시 연습밖에 답이 없다.

휴대폰 내비게이션 보는 것도 덜덜 떨었는데 이젠 혼자서 횡성도 다녀온다.

연속 2시간 이상 장거리는 체력이 달리지만 이것만도 대견하다.

무언가를 배우는데 나이가 문제가 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걸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 또한 명확한 사실이다.

나이 핑계를 댈 동안 먹은 나이만큼 연습을 더 하면 되는 거지.

남들만큼 빠르지 않아도 괜찮다.

욕심만 부리지 말자.

짧을지 길지 몰라도 여전히 배우며 익히며 살아야 할 2라운드 인생길이 남아 있다.

[1/17] 7일 차: 최근에 사귄 친구


여행하다 만난 분들,

강의하고 연구소를 운영하며 알게 된 분들이 나에게는 친구들이다.

친구가 되는데 나이 차이는 문제가 되질 않는다는 걸 오래전에 여행을 통해 배웠다.

하물며 나이 먹을 만큼 먹어 만난 비슷한 연배들이야 말할 것도 없다.

터놓고 인생사를 나누다 보면 친해진다.

그것이 고맙기 그지없다.

시간 나면 따로 만나 커피도 마시고 밥도 먹고.

심지어 지방 사는 분에게 놀러 가기도 한다.

수십 년 지기만이 친구겠는가.

지금 옆에 통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게 벗이겠지.

조금 느슨하면서도 선을 지키는, 정다운 관계.

어쩌면 그게 더 오래가는 비결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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