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항상 우리를 지켜본다, 어른이 되는 법을 알아내기 위해서.
즉흥적인 언행을 하지 않을 것. 교실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내내 마음속으로 다짐했던 바였다.
수업시간에 떠들면 안 된다는 말에 힘을 주고 싶었던 날이나, 수업을 열심히 듣는 아이를 칭찬하고 싶은 마음이 크던 날. 다소 밋밋해 보이는 내 생각에 자극적인 표현을 한 스푼 더하고 싶어지는 순간. 실수는 그런 순간에 터져 나왔다. 우리 반과 옆반을 비교하는 말속에서, 아이들의 노력과 정성을 비트는 말속에서 아이들은 상처받았고 나는 당황했다. 그러려고 한 게 아니었는데, 선생님 말은 그런 뜻이 아니었는데 하면서.
때를 놓친 변명은 공허하다. 잘못된 표현으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을 되려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로 비틀어버리는 시도는 비판받아야 한다. 본래의 의도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나의 말이 상대에게 가닿을 때 생겨나는 의미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의도한 바를 적확한 언어로 표현할 책임이 있다. 의도와 언어를 일치시킬 책임, 좋은 의도를 그에 걸맞은 언어로 표현할 책임.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용기가 필요했다. 최선의 의도와 어울리지 않는 언어습관으로부터 벗어나는 데 시간이 필요했고, 바람직한 표현이라고 제시되는 것들을 간단히 무시해 버리던 지난날의 잘못을 인정하는 데 용기가 필요했다.
그렇게 책 <교사의 말>을 만났다. 이 책에서 작가는 말한다, 교사들이 최선의 의도를 품고 있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교사들은 그것이 늘 좋은 것이라고 믿고 아이들에게 내놓는 것이라고. 하지만 최선의 의도와 부합하지 않는 언어표현을 사용하는 경우가 아주 많다는 사실과 함께, 학습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 중 하나가 교사의 언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교사의 부적절한 언어습관은 반드시 수정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몇 번이고 부끄러움을 참아가며 책장을 넘겨야 했다. 지난날의 나를 몇 번이고 마주해야 했기 때문이다. 수업시간에 보란 듯이 문제 행동을 늘어놓는 아이 앞에서 기필코 지지 않겠다며 날 선 말을 늘어놓던 나를. 수업 분위기가 흐트러진 학급의 아이들을 단속하겠다며 아이들을 내리 깎는 말을 하던 나를 만나야 했다. 아이들의 감정을 건드리는 말로 아이들과 사이가 데면데면해졌을 때, 애써 합리화를 하던 내 못난 모습이 선명하게도 떠올랐다. 애들이 잘못했잖아, 내가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니잖아, 하던 내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교사의 말>을 꼼꼼하게 읽었다. 제목과는 달리 교사뿐만 아니라 아이들과 상호작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봄 직한 책이었다. 나는 지나간 날들을 떠올리며 이 책을 한 번 읽고, 기억하고 싶은 말들을 정리하면서 다시 한 번 읽었다. 그 기록을 이곳에 남겨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픈 이유를 묻는다면, 책 속에 담긴 어느 교사의 말로 그 설명을 대신하고자 한다. "아이들은 항상 우리를 지켜보고 있어요. 어른이 되는 법을 알아내기 위해서죠."
저는 드디어 복직을 했습니다!
개학날 첫 출근을 했고, 딱 여섯 번 출근을 한 셈인데 아주 오래전부터 학교에 있었던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요. 오랜만에 돌아온 학교라 모든 것이 반갑고 또 좋아요, 아직은요!
다음 편에서는 책 <교사의 말>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정리해 글에 녹여내보고자 합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많은 분들께 도움 되는 글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습한 날씨에 지칠 때는, 겨울에 쓸 따뜻한 에너지를 몸속에 저장하는 중이라고 생각하면 힘이 나더라고요.
오늘도 따뜻한 에너지를 몸속 군데군데 저장하는 하루 보내시길 응원하며,
저의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작가님들께 감사의 인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