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지마(宇和島), 유스호스텔 여주인
10. 10일째(43번, 42번, 41번 절) – How long~, 우와지마로
1월 18일(금)
어제 극기체험을 한 뒤의 피로가 싹 가신 게 신기하다.
8:00 산책 겸 43번 절 메이세키지를 다녀오면서 산림욕도 했다.
오후로(목욕)보다 나은 것같다.
날씨도 쾌청하다.
다녀오면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모습을 담아보았다.
학생들의 등교와 햇살 비치는 아침 숲길.
9:30 숙소 출발
길 가는 중에 인상 깊은 글을 새겨놓은 비석이 있다.
또 한 사람, 바람,,, (동행삼인)
어느 소학교의 수업장면도 찰칵. 마스크 쓰고 있는 쌤과 아이들, 과학시험 시간인가?
여기선 차 안에서도 마스크 쓰는 걸 흔히 볼 수 있다.
백수천을 건너, 산길로 접어든다.
올라가는 길이 유실 구간이 있어 조심스럽다.
엎드리고 배를 대고 나무를 타넘고, 왼쪽 발목에 힘을 실을 수가 없어 더 조심해야 했다.
지리산 뱀사골에서 작년(2018년) 8월 반야봉에 오른 뒤, 묘향암까지 가서 비법정길인 이끼계곡을 타고 하산하는 길에 바위에서 미끄러져 붕 날아~ 고꾸라지면서 팔목이 부러지는 불상사로 인해 수술 후, 한 달 입원 치료를 받아 고생한 적이 있었는데, 그날의 경험이 되살아난 데다 왼쪽 발목에 힘을 주기 어려운 상황에서 상당히 조심해서 유실구간을 통과했다.
오르는 길이 여기도 장난 아니게 예쁘다.
내려가는 구간엔 금지팻말이 있어 아예 포장도로로 내려갔다.
하나가도오께라는 고갯마루에 있는 휴게소와 산길터널, 차가 드물게 다니는 한적한 곳.
어제 코스모스에서 구입한 단팥 도너스와 맥스봉 소시지를 먹으며, 앞산을 바라보다 눈물나게 행복한 지금 이 순간을 오래 기억에 담고 싶어진다. 파아란 하늘에 구름이 흘러가고, 산새들의 지저귐, 겨울 같지 않은 선선한 바람이 정말로 좋다.
감사의 마음이 든다.
42번 부츠모꾸지(佛木寺) 착.
여기선 노인들을 자주 뵌다. 농사도 운전하는 분들도.
나까야마이께(중산지) 뒤쪽으로, 오늘 넘어온 하나가도오게가 있는 산이 보인다. 하늘도 무척 파란다. 노르웨이 작곡가 그리그의 피아노곡을 들으며 있으려니 뭉클하다. 그리그는 호숫가에 살며 작곡했는데 그곳의 분위기가 이곳과 비슷한 느낌이 있다.
해 저물며 오늘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그댈 사랑할 수 있을까요.'라는 노래가 오늘따라 유난히 찡하게 와 닿는 건 왜일까.
하교하는 중학교 3학년 미야모토 군에게 무덴 역을 물었더니 자기가 가는 길이라고 안내해준다. 착하게 보인다. 올해 고1이 되면 우와지마 고등학교로 가는데 그러면 전차나 버스를 이용한다고 한다. 오헨로 순례를 해볼 나이는 아니고 조금 관심은 있다고. 서울에도 가고 싶단다. 1키로 정도 얘기하면서 걸으니까 힘들지 않다.
5시 어김없이 울리는 무덴 역앞에서 듣는 시보를 알리는 음악,
'꿈속에 그려라 그리운 고향~'
어제의 피로도 풀 겸 오늘은 여기까지.
통학열차로 우와지마 역까지 이동하였다.
하교하는 고교생들로 한 량짜리 객차 안이 꽉 들어 차 있다. 하교하는 객차 안이 생동감 넘친다.
우와지마 입성.
우아지마 유스호스텔의 위치가 우와지마 성보다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 막바지 힘을 써야 오를 수 있다.
오른쪽으로 유난히 다 밝은 길을 따라온 길도 보이고, 참 야경이 아름다운 곳이다.
유스호스텔에서의 만찬. 오늘 그물로 잡은 아지 스시와 아주머니의 작품 고로케...
아주머니의 생일까지 곁들이고 사케도 들어가니 기분이 좋다.
생일 선물로 뭘 드릴까 고민하다가 내가 쓰건 파란 수제 장갑을 드렸더니 너무 좋아라 하신다.
취한다를 일본어로는
'욧바라이시'
라고 한다.
사케 대여섯 잔을 마시니 취기가 온다.
아주머니 대신 주방에서 남자들이 설거지 해주고,
아주머니는 쉬게 해드렸다.
이어 악기 연주에 아주머니의 노랫가락이 곁들여진다.
아주머니가 오늘 기분이 좋으신 듯하다.
생일 축하드려요, 46세! 한창이십니다.
또하나의 선물을 전한다.
오늘 42번 절 부츠모꾸지에 피어 있는 매화다.
봄이 가까이 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