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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티노 쿠마 May 11. 2023

시코쿠(四國)오헨로 순례
(2부-11화)

칸논산 카시와자카

11. 11일째(40번 절– 칸논산 카시와자카     

1월 19()   

  

8:30 숙소 출발. 아주머니께서 오니기리를 준비해 주심. 현미 오니기리다.

어제 생일 맞으셔서 오늘은 좀 늦게 식사를 준비해도 괜찮다고 말씀드렸더니 

8시 식사를 준비해주셔서 출발이 다소 늦어졌다.      

우와지마의 아침 전경. 일본의 성은 중앙 높은 지역에 자리를 잡는다.         

우와지마 시내와 우와지마 성


오늘 넘어야 할 산이 두 개.

첫번째 고개에선 헨로미치를 잘 찾지 못해 주로 국도로만 다녔다. 역방향(사가우치) 순례의 어려움은 이정표를 찾기 어렵가는 것이다. 헤맨 정도가 보통 때보다 아주 심했다. 채석장 지나자마자 분명 헨로미치 입구 팻말이 있는데도 일하시는 한 분이 길이 없다고 하셔서 결국 포장 도로로만 오르내릴 수밖에 없었다. 길 아닌 지름길을 택한다는 게 위험천만한 곳으로 풀을 부여잡고 기어 오르기도 하였고, 터널길을 잘못 택해서 30분 정도의 길로 알바까지 하러 내려갔다. 다행히 히치하이킹을 해서 터널입구까지 되돌아 올라갈 수 있어서 그나마 시간을 많이 잃지 않을 수 있었다. 한 분의 잘못된 안내로 산행을 힘들게 한 것과 달리 세 분의 도움을 받았다.

1대 4면 얼마나 좋은 것인가?


운전기사 노인과 길을 안내해준 세 분의 어르신. 

자전거 어르신은 앞서간 뒤 내가 올 때까지 기다려 방향을 안내해 주셨고









저 멀리 앞서 가시는 아래 사진의 노인은,

내가 그를 헨로상이라고 여기고 한참 편히 길을 따라갈 수 있었는데, 자기는 헨로길을 걷는 사람이 아니라며 내게 가는 길만 알려주고 돌아가시길래 좀 아쉬웠다. 지도도 안 보고 앞서가는 사람을 따라가는 게 이렇게 편할 줄 몰랐다. 오늘도 마주친 헨로상은 1도 없었다.ㅠㅠ.   

           

거의 정상 부분(사실은 더 올라야 했음)의 갈림길에서 커피 마시다 말고 나와 길안내를 해 주셨던 할머니. 

키오츠케떼~                        


칸논산 카시와자카고개.

넘기 전의 풍력발전기 모습         



다시 보기 어려운 카시와자카 해안 풍경에 사로잡히다. 

마냥 일몰을 즐기다보면 하산의 어려움을 톡톡히 당하게 하는 곳이다. 사람 홀리는 절경이다.        

바다를 내가볼 수 있는 이곳도 지는 햇살이 비쳐져 편안하게 풍경과 조우하다.     

카시와자카 해안 풍경
카시와자카 해안을 바라봤던 벤치 









18:00 카시와자카에 간신히 내려옴.(순방향 오름길 입구에서)

넘어온 뒤 찍은 풍력발전기의 모습         


일정이 있다보니 어쩔 수 없이 야간 도보 강행.         

전전일 43번 절 메이세키지로 가는 고갯길과 달리 

오른쪽으로 바다가 펼쳐져 있는 56번 국도엔 밤이 되니까 그렇게 차들도 많지 않아, 나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두세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후레쉬가 비춰지는 바로 앞공간만 바라보고 걷노라면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이게 누군가의 말처럼 길위의 또다른 축복이 아닐까 싶다.

순간, 맞은 편에서 오는 차량 기사가 갑자기 졸기라도 해서 운전사고를 내게 된다면 나는 순간 목숨을 잃을 수도 있겠다는 것을 먼저 생각의 시발점으로 잡았다. 


2001년 12월 교통사고로, 

그 전엔 외씨버선 길을 걷는 과정에서 영주 부석사 뒤에 있는 선달산에서 산행도중 눈 때문에, 

2016년 7월쯤, 제주도 표선면 대로에서 일어난 자전거 사고 등으로 

최근 몇 년 사이에 죽을 상황에 직면했던 것을 떠올리면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누구에게라도 해당하는 일일 것이다. 

그러기에 살아 있는 순간순간에 의미있는 삶을 살아가야 하리라 생각이 들었다. 


봉사의 삶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중, 문득 자판기 콜라를 빼서 먹을 때, family mart에서 준 20엔 할인 쿠폰을 다른 쓰레기들과 함께 버린 것이 떠올라 숭고한 생각들이 고작 20엔에 허물어진 것같아 헛웃음만 나왔다.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남에게 베풀자는 생각도 괜시리 묻혀버리다니. 

정신적인 생각을 하는데 물질적인 요소가 내겐 언제까지 중요할지......

그런 나이기에 

아직도 여전히 미완성의 존재이기에

더없이 완전히 

나를 이해해주시면서 은총을 받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40번 절 간지자이지 도착

웃기는 상황 발생! 

낮에 예약했던 곳이 여기가 아니고 어제 묵었던 유스호스텔이라니. 

담당 스님은 이곳엔 내 이름으로 예약되어 있지 않다며 당황해 하는데, 사실 내가 더 황당했다. 

낮에 전화하고 경내를 들어서면서까지 전화통화를 했는데, 아니 그럼 나와 통화한 사람은 유스호스텔 여주인일텐데 내가 잘 못 알아들었을 수도 있고 또는 내가 거기서 연박할 거라고 생각했던 건가. 

아무튼 해프닝이 벌어졌는데 다행스럽게도 스님은 슈쿠보(절에 마련된 숙소)에 빈 방이 있어 묵을 수 있게 해주셨다. 더욱이 내가 오늘 우와지마에서 예까지 왔다고 하니까 그러냐고 하시면서 더 친절하게 숙박안내를 해주셨다. 

이곳 숙박시설 강추. 석식 조식 없이 4,000엔.              

오늘의 일정도 여기서 마무리.

오늘 참 힘들었지만 사색도 많이 해볼 수 있었던 소중한 하루였다.

간지자이지 슈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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