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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정수 Jan 04. 2019

오감을 깨우는 북방 진Gin의 향취

롱드링크부터 드라이진까지

핀란드의 맥주는 그저~ 그렇다. 하지만 핀란드의 진은 그 어느 곳과 비교해도 최상급이다. 자꾸 잊게 되지만, 핀란드는 '보드카의 나라'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나라다. 도수를 높여라. 기가 막힌 술이 곳곳에 포진해있다. 




사우나와 천상의 조합, 오리지널 롱드링크

한 눈에 봐도 청량한 느낌의 오리지널 롱드링크. 

'롱드링크'는 핀란드의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아주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진 베이스의 칵테일이다. 가장 유명한 위 사진의 hartwall사의 오리지널 롱드링크로, 진에 자몽 소다를 섞었다. 이밖에 크랜베리+진이나 라임+보드카 버전도 있지만, 가장 맛있는 건 자타공인 오리지널. 탄산이 강하지 않고 단 맛도 적절해서, 한 번 맛보면 그 청량함을 잊을 수 없다. 숨이 턱턱 막히는 사우나에서, 혹은 사우나에 가기 전에, 혹은 사우나를 마치고 나서 한 캔 마시면 천국을 맛볼 수 있다!


롱드링크의 역사는 꽤나 긴 편이다. 1952년 헬싱키 올림픽을 개최할 당시는 아직 금주령(?)의 여파가 남아있던 시기였다. 사방팔방에서 모여드는 관광객들을 감당할 수 없어 정부가 올림픽 기간에만 일시적으로 일부 업체에게 이미 만들어진(Ready-to-Drink, RTD) 형태의 칵테일 음료를 제조해 팔 수 있도록 했는데, 그게 바로 하트월의 5.5%짜리 오리지널 롱 드링크다. 결국 올림픽 이후에도 살아남은 오리지널 롱드링크는, 현재 핀란드에서 가장 많이 팔린 국민 술의 경지에 이르고 말았다. (참고: 하트월 공식 홈페이지) 현재는 하트월뿐 아니라 다른 업체들도 롱드링크 음료를 제조 판매하고 있지만 여전히 인기1위를 지키고  있다. 




강렬한 숲의 냄새가 난다!

출처: 공식홈페이지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 핀란드 편에서 출연자들이 "고향의 맛"이라며 신기한 반응을 보인 음료가 '솔의 눈'이다. 진의 핵심은 깨끗하고 향긋해야 한다는 점이다. 독한 오크통 냄새도, 매캐한 연기 내음도, 끈적하고 달큰한 맛도 아니라, 주니퍼베리와 숲의 향기를 품은 깨끗하고 영롱한 술이다. 북유럽이 진의 고향은 아니지만(=네덜란드다), 핀란드인들이 진을 좋아하는 이유는 넉넉히 알 법하며, 이 나라의 진은 어떤 맛과 향을 가졌을지도 짐작할 수 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Kyrö 디스틸러리의 Napue Gin이다. 강렬하다 못해, 야생의 맛이 난다. 얼음과 레드커런트, 토닉워터를 섞은 뒤 로즈메리를 얹어 마시면 오감이 깨어나는 듯했다. 실제로 쿠로 양조장은 세계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진-위스키 양조장이다. 이름을 원어 그대로 읽으면 '퀴로'에 가깝지만, 우리나라에서 그나마 소개된 것을 보면 '쿠로'라고 쓴 경우가 많아 보인다. 지난해 조우니 리톨라 설립자의 인터뷰를 보아하니 조만간 우리나라에서도 마셔볼 수 있을 것 같다. 





드라마 속 '헬싱키'가 있는 헬싱키 디스틸링 컴퍼니

헬싱키 디스틸링 컴퍼니 내부. 양조장까지 이렇게 매력적이다.

어느 나라를 가든, 양조장을 방문하는 건 유쾌한 일이다. 한 때 도축장이었다가, 그 뒤에는 발전소였다가, 비누공장, 미트볼 공장 등등 다양한 역정을 거친 낡은 건물을 양조장으로 탈바꿈시킨 헬싱키 디스틸링 컴퍼니도 방문해볼 만하다. 2014년에 시작한 젊은 양조장이지만 곧바로 각종 대회에서 상이란 상은 다 휩쓸며 두각을 보이고 있다. 이날은 총 세 가지의 술을 조금씩 맛보며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이 곳에서의 두 가지 머스트-바이 술은 헬싱키 드라이 진과 진 베이스 리큐르인 Lingonberry Gin Liqueur. 헬싱키 드라이 진은 굉장히 '퓨어'하면서도 강렬한 맛이다. 링건베리 진리큐르 역시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없는 독보적인 '예쁜 맛'이 난다. 칵테일이나 아페리티프 용으로 너무나 좋은, 링건베리를 충분히 숙성시켜 만든 진 베이스의 리큐르다. 아무것도 섞지 않은 채 마시면 과즙을 마시는 듯 정신이 번쩍 든다. 끈적끈적하고 들척지근한 시럽 같은 다른 리큐르들과는 달리 상당히 깔끔해, 탄산수와 섞어마셔도 아주 훌륭할 듯. 


왼쪽은 헬싱키 디스틸링 컴퍼니의 Mikko Mykkänen, 오른쪽은 '종이의 집'의 헬싱키


여담으로, 중남미 출신 친구들은 마스터 디스틸러인 믹코 믹캐넨씨를 보자마자 "헬싱키에 헬싱키가 있다"며 정말 문자 그대로 '빵' 터졌다. 알고 보니, 스페인에서 유행한 드라마 '종이의 집(La casa de Papel)'에 나오는 등장인물 '헬싱키'와 너무 똑같다는 것이다. '종이의 집'은 조폐국을 터는 대담한 도둑들이 등장하는 범죄 드라마인데, 철저한 보안을 위해 도시 이름을 따서 서로를 부른다. 사실 진짜 헬싱키 출신인지도 알 수 없는 것^^;;




모든 술은 알코(Alko)로


알코의 럼(rommit)과 진(ginit) 진열 코너

사실 이런 술들을 살 수 있는 곳은 정해져 있다. 아무 데서나 독한 술을 마구 파는 우리나라와 달리, 핀란드에서는 도수가 높은 술은 오직 국영 주류 매장인 '알코(Alko)'에서만 독점 판매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도수가 높은 술이란, 5.5도를 초과하는 술이다. 그나마도 원래는 4.7도였던 것이 작년에 법이 바뀌면서 완화된 것이다. 


핀란드의 주류 정책은 정말 엄청나게 까다롭다. 소매점에서는 5.5도 이하의 술만 팔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나마도 팔 수 있는 시간이 9 to 9로 정해져 있다. 레스토랑이나 바에서는 '해피아워'에 술을 할인 판매한다고 그동안 광고도 못하다가 겨우 작년부터 겨우 할 수 있게 되었다. 주류세때문에 술 값도 굉장히 비싸다. 


가운데 보이는 것이 핀란디아 보드카


특별히 원하는 술이 있다면 홈페이지에서 매장별로 재고가 있는지 체크해보고 가는 것이 좋다. 본문에서는 진만 소개하느라 쓰지 않았지만 유명한 보드카들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다. 핀란디아Finlandia는 빙하수로 만든 술답게 병 디자인도 빙하를 연상케 한다. 가장 대중적인 코스켄코르바 Koskenkorvae도 괜찮다. 보드카는 아니지만, 민트 초코 등 민트맛에 환장하시는 분이라면 페퍼민트로 만든 민투Minttu를 굉장히 좋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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