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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계원 Dec 12. 2019

공유주거에서 살아 보기

공유주거

우리나라의 1인 가구는 30%대에 육박하고 있어, 앞으로는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가 가장 흔한 형태가 될 전망이다. 그런데 혼자 산다고 원룸이나 오피스텔에서 좁고 외롭게 살아야 할까? 개인의 사생활은 보호받으면서 쾌적하게 외롭지 않게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목차

01. 공유주거의 필요성

02. 공유주거 사례

03. 에어비앤비로 공유숙박 시작하기


01. 공유주거의 필요성


우리나라 1인 가구는 통계청 조사 결과에 따르면 1990년에는 9% 였다가, 2015년에는 27%로 대폭 증가하였고,  2035년에는 34%로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즉 우리나라 인구 중 3명 중 1명은 혼자 살고 있다는 의미이고, 앞으로는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가 가장 흔한 형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내 1인 가구 분포 비율


그런데, 우리나라의 주거형태를 보면 3~4인 가구를 기준으로 하는 아파트의 형태가 가장 흔하다. 1인 가구는 대부분 월세방에서 단칸방 살이를 하고 있다.  1인 가구로 고시원, 오피스텔, 소형 아파트, 원룸 등에 거주하게 되면 주거비 비중은 높아지면서도, 좁은 주거공간과 열악한 주변 인프라 등 주거 환경의 질은 낮아지게 된다. 


1인 가구가 대세라는 점을 고려하면, 주거형태가 달라질 필요성이 있다.

좁은 공간에 침대, 화장실, 주방시설 등이 같이 있는 원룸과 같은 주거형태가 아니라, 침실이나 화장실 같은 1인 가구의 사생활 공간은 보장하면서, 주방, 거실, 세탁실과 같은 공간은 같이  공유하면서 공간의 효용성과 쾌적성을 높이는 공유주거가 필요하다.


02. 공유주거 사례


커먼타운 트리하우스(commontown treehouse)


8월에 서울 역삼동에 있는 커먼타운 트리하우스(commontown treehouse) 공유주거를 방문한 적이 있다.

코오롱하우스비전의 자회사인 리베토코리아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서울에 30개 이상의 커먼타운이 있다.


트리하우스를 친절히 안내해 준 송진화 매니저에게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았다.


Q1. 공유공간과 개별 공간은 어떻게 구분되나?


- 1~2층은 공유공간으로 호텔과 같은 넓은 라운지와, 공용주방, 공용 서재, 세탁실 등이 있다.

- 3~8층은 주거공간으로 5평에서 11평까지의 개별실이 총 72세대가 있다. 개별실안에 침실과 화장실이 있다.

- 지하에는 공유차량과 개별 공간에 다 두기 어려운 짐을 맡아주는 창고 공간이 있다.

- 1층부터 꼭대기층까지 중간을 비운 중정 구조로 햇살이 내부 공간까지 비추도록 하여 개방감을 극대화하였고, 입주민간에도 서로가 오가는 모습들을 볼 수 있게 하여 자연스럽게 커뮤니티가 형성 될 수 있도록 특화설계를 하였다.


역삼 트리하우스 그린라운지


Q2.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나?


- Basic service로 토요일 조식, 월 1회 청소, 월 1회 침구 교체 등을 제공하고 있다.

- Optional service로 짐 보관 창고, 세탁물 배달 서비스 등을 하고 있다.

- 제휴 파트너를 맺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Q3. 주로 어떤 사람들이 입주하는가?


- 외국인, 전문직, 사업자 등 다양한데, 30대 초중반 입주자들이 많다.

- 인적 네트워크를 기대하고 오는 사람들도 있어 서로 간에 아이디어 공유가 가능하다.

- 회사 지원받아 법인명으로 들어오는 사람들도 있다.

- 보증금이 월세 2달치로 저렴해 특히 외국인이 큰 보증금 부담 없이 들어오기 적합하다. 

- 쾌적한 공간에서 안전하게 살고 싶어 하는 여성들이 선호한다,


Q4. 공유주거가 추구하는 앞으로의 방향성은?


- 커뮤니티 프로그램 강화하고 있다. 다양한 입주자들이 있고 이분들의 특성과 경험을 살려 다양한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제공하려고 한다.

-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주거문화 경험 원하는 열린 마음의 사람들이 입주하기를 희망한다.

- 단순히 주거공간을 제공하는 것만이 아니라, 삶이 더 풍요로와지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


역삼동의 트리하우스는 월세 백만 원이 넘는 프리미엄 공유주거 컨셉이었다. 월세로 만만치 않은 가격대였지만 서울 강남이라는 지역여건과 단순히 주거만이 아닌 일과 커뮤니티 측면을 같이 고려하면 검토해 볼 만했다.

1인 가구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와 삶의 다양성 측면에서 충분히 시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담당자의 친절한 공간 안내와 상세한 설명을 들으면서, 3가지 정도 보강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첫째, 공유공간이 넓고 훌륭한데 비해 개인 공간은 좀 좁은 면이 있었다. 호텔같이 넓은 로비와 공유공간은 좋은 첫인상을 주지만, 결국 사람이 주로 살아가는 공간은 개인 공간이다.  개인 공간을 좀 더 넓히고 1인용 소파와 패브릭 등 안락함을 주는 방향으로 개인 공간을 보강하면 더 좋을 것 같았다.


둘째,  입주자들의 특성을 살려 다양한 커뮤니티 운영을 하면 좋을 것 같았다.  지금도 요가, 쿠킹 클래스 등 다양한 여가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입주자가 영어강사인 사람은  입주민들을 대상으로 영어강좌를 개설해 주고,  IT 전문가들은 앱 개발을 해 주는 식으로 입주자의 특성을 살려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운영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셋째, 전용 앱이 있는데, 앱 보강을 하면 더 좋아질 것 같았다. 현재 '커먼라이프' 별도 앱을 통해 매주 토요일 조식 서비스 신청, 미팅 룸 예약, 스마트홈 IoT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사람이 직접 해 주는 서비스도 좋지만,  IT 적으로 입주자들이 무엇을 어느 시간대에 주로 사용하는지 파악이 되면 좀 더 입주민에게 효율적인 맞춤 서비스가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삼동 트리하우스의 경우 방문 예약시간보다 1시간 정도 일찍 도착하여 1층 라운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고 있는 동안 1층 공용주방에서 커피를 한잔 내려 마시려고 했는데, 내가 낯선 커피머신을 잘 다루지 못하니까 지나가던 외국인 입주자가 자발적으로 커피를 한잔 내려 주었다. "여기 사는 것이 어때요?"라고 내가 물으니까 "좋아요"라고 밝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트리하우스 공용주방


완주군 청년 쉐어하우스


9월에 완주군에 있는 청년 쉐어하우스를 방문했다. 완주군에서 운영하는 쉐어하우스에서 2년간 입주해 산 경험이 있는 스페이스코웍의 나현수 팀장의 안내로 이서면에 있는 청년 쉐어하우스를 방문했다. 


완주군에서 주택을 전세로 임대하여 입주자 1인당 월 5만 원 정도의 저렴한 임대료로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외지에서 완주군으로 이전한 청년들에게 저렴하게 숙소를 제공하면서 안정적인 주거와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으로 완주군 사회적경제과 청년정책팀이 진행하고 있다.


입주조건은 완주군에 거주하는 청년(만 19세~39세 미만)으로, 최대 3년(2년+ 1년 연장)까지 가능하다.


한집에 4~6개 정도의 방이 있는데, 방 1개와 방에 딸린 화장실은 개인별로 사용하고 거실과 주방 등은 같이 사용하고 있었다. 공용공간에는  세탁기와 같은 공용 가전제품과 가구들이 있었다.

완주군 이서면에 있는 청년 쉐어하우스


완주군 청년 쉐어하우스 개인실
완주군 청년 쉐어하우스 공용공간


스페이스코웍의 나현수 팀장에게 청년 쉐어하우스 2년간의 입주경험을 통한 장단점을 물어보았다.


Q1. 청년 쉐어하우스의 장점은 무엇인가?


-  완주군의 지원으로 월 5만 원의 저렴한 임대료는 경제적으로 큰 장점이다.

-  쉐어하우스에서 2년간 있다가 입주기간이 완료되어 따로 집을 얻어 나왔는데, 가전제품을 새로 사는 데 비용이 많이 들었다.  혼자 살면서 다 갖추기 힘든 가전제품이 공용으로 제공된다는 점이 좋았다.

- 혼자 살면 외로운데 여기는 밥 같이 먹을 사람들이 있어 좋다. 여기서는 한 사람이 음식을 먹으면, 방에 있던 사람들도 나와서 같이 음식을 먹게 된다.


Q2. 청년 쉐어하우스의 단점은 무엇인가?


-  완주군의 경우 최대 2년 간만 입주할 수 있어, 2년이 지나면 나와야 했다.

- 입주기간 연장에 대한 건의가 받아들여져, 현재는 입주기간이 2년에서 유예기간 1년 더 연장되었다.


월 5만 원이라는 저렴한 임대조건을 생각하면 가격 대비 좋은 주거환경을 제공하고 있었지만, 공용공간이 좀 좁아 보였다. 좀 더 넓은 거실과 주방 공간이 있어 여러 명이 같이 사용할 수 있는 소파, 식탁 등을 둘 수 있으면, 서로 네트워킹하는 공유주거의 의미가 더 살아날 수 있을 것 같았다.


더 나아가서 청년뿐만 아니라, 점점 늘어나고 있는 1인 노인가구들을 고려해 노인 쉐어하우스도 같이 운영하면 좋을 것 같다. 노인들의 경우 혼자 살게 되면 식사의 어려움, 외로움을 넘어 고독사의 위험까지 있게 된다. 쉐어하우스를 운영할 때  여러 층을 빌려 1층은 노인 전용 쉐어하우스, 2층은 여성 전용 쉐어하우스, 3층은 남성 전용 쉐어하우스 등을 운영하고, 공유차량과 공동세탁실 등을 같이 사용하면 경제적 효율성뿐만 아니라 세대 간의 교류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03. 에어비앤비로 공유숙박 시작하기


9월 20일에 전주 한옥마을에 있는 보리수 자수라는 게스트하우스에 하루 숙박하였다. 오래된 한옥을 개조하여 숙박업을 하고 있는데, 자수 체험을 할 수 있는 공방도 같이 하고 있었다. 


전주 한옥마을 보리수 자수 숙박


에어비앤비 숙소도 겸하고 있어서 김정숙 주인에게 에어비앤비 공유숙박업의 장단점을 물어보았다.


전주 한옥마을 보리스 자수 게스트하우스 김정숙 주인 인터뷰


Q1. 에어비앤비의 장점은 무엇인가?


-  에어비앤비는 시스템이 잘 되어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이중 예약이 되었을 때 주인과 손님 중 누가 잘못했는지 가려서 에어비앤비에서 중간에서 조정해 준다. 

- 우리나라 삼성 서비스와 비슷하게 에어비앤비 서비스가 좋다. 문제가 생기면 회사에서 전화해서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하고, 보이지 않는 서비스까지 한다.

- 여러 개의 다른 예약시스템들을 사용해 보았는데, 에어비앤비만큼 시스템이 좋지는 않았다. 다른 예약 사이트의 경우 원래는 고객이 예약하고 안 오면 미리 결제한 신용카드에서 결제하는 기능이 있었는데, 그런 기능이 있는지도 알려 주지 않았다.

- 에어비앤비는 검증된 손님이 온다.  호스트와 게스트간에 서로에게 점잖고 배려 있게 행동하게 하는 상호 평가 시스템이 좋다. 상호 간에 평을 하기 때문에 함부로 행동하지 않게 된다. 


Q2. 에어비앤비의 단점은 무엇인가?


-  단점은 솔직히 못 찾았다.

- 에어비앤비는 호스트에게 3%, 게스트에게 12% 수수료를 떼서 합치면 15% 정도 수수료가 된다.

- 야놀자, 데일리호텔, 쿠팡 등 다른 시스템들도 똑같이 15% 정도 수수료를 뗀다.


Q3. 에어비앤비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앞으로의 방향은?


-  TED 강의에서 에어비앤비를 처음 봤는데, 바로 이거라고 생각했다.

- 2014년 전주 한옥마을에서 처음 시작했다. 초기에 에어비앤비를 많이 했는데  지금은 두 가지 일(자수와 숙박업)을 하다 보니까, 처음만큼 에어비앤비에 몰두하지는 못해 일주일에 2~3건 정도 에어비앤비 통해 손님이 오고 있다.

- 전주 한옥마을의 경우는 보이지 않는 경쟁이 많아, 한 군데서 새로운 서비스를 하면 다른 곳들도 금방 벤치마킹을 해서 서비스가 점점 좋아지고 있다.


보리수 자수 게스트하우스는 오래된 한옥을 개조한 집이다 보니, 방도 작은 편이었고 편의시설도 많지 않았다. 그렇지만 자수가 수 놓여 있는 깨끗한 침구와 천정의 서까래와 같은 오래된 한옥 특유의 정취가 인상 깊은 숙소였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비가 오고 있었다. 조그마한 한옥 마당 사이로 내리는 비는 운치 있었고, 아침식사로 쟁반에 담아서 가져다준 갓 내린 커피와 토스트, 과일, 그리고 금방 삶은 계란은 온기가 있었다.


보리수 자수 숙박에서 먹은 아침식사


일정 때문에 전주 한옥마을에 한밤중에 도착하여 그다음 날 오전까지 짧은 시간밖에 머물러 있지 못했지만, 그 시간 동안 만난 한옥마을 사람들은 친절했다. 처음 방문한 손님이 길을 잃고 헤매지 않을까 염려해 주었고, 하나라도 더 전주 한옥마을의 역사와 아름다움을 알려 주려고 하였다.  넓고 편리한 시설들로 가득한 호텔도 좋지만, 오랜 시간 현지 사람들이 살아온 집에서 그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으로 새로운 것들을 체험해 보는 에어비앤비식 공유숙박도 의미 있는 것 같다.

전주 한옥마을


* 본 글 작성에 필요한 상세한 안내와 인터뷰를 해 주신 리베토코리아의 송진화 매니저님, 스페이스코웍의 나현수 팀장님, 전주 한옥마을 보리수 게스트하우스의 김정숙 님에게 감사드립니다.


글 : 이계원 공유경제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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