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다 보면 지치는 날들이 있다. 이럴 때 보면 좋은 그림들이 있다. 미술관에 직접 가보지 못해도 보고 있으면 왠지 기분이 나아지고 행복해지는 그림들을 소개한 책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김선현 미술치료 교수가 쓴 <너에게 행복을 선물할게 : 하루 10분 엄마 미술관>은 주로 엄마들을 대상으로 쓴 미술책이지만, 꼭 엄마가 아니라도 그림을 보면서 행복해지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봐도 좋을 것 같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2657194
이 책에 실린 그림들 중 내 마음에 와 닿은 몇 가지 그림들과, 어떤 상황에서 보면 좋을지를 김선현 교수의 글과 같이 소개하고자 한다.
아기가 행복해야 엄마도 행복한 것처럼, 엄마가 행복해야 아기도 행복하다. 사실 잘 자는 아기는 엄마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 가끔씩 아이 자는 모습을 찬찬히 쳐다볼 때가 있다. 내 아이들은 더 이상 아기는 아니지만 세상 평화롭게 자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내 얼굴에게도 천천히 행복한 미소가 피어오른다.
엄마가 행복하면 아이는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가 행복하다고 생각해요.
오랜 세월 동안 대부분의 여성들은 독립적인 직업도 가지지 못했고, 독립적인 시간이나 공간을 가지지도 못했다. 버지니아 울프는 자유의 문을 열 수 있는 두 가지 열쇠로 '고정적인 소득'과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그림 속의 그림 그리는 젊은 여인은 자기 직업과 자기만의 방과 자기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을까?
행복한 감정이 채워질 수 있도록 하루 5분이라도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드세
요.
- 그림 : 마리 드니즈 발레르, young woman drawing, 1801년
살다 보면 온 몸의 힘이 다 빠질 정도로 기운이 소진될 때가 있다. 요코야마 다이칸의 바다 그림을 보고 있으면 쉼 없이 파도가 밀려왔다가 밀려가는 것이 느껴진다. 자연처럼 생명도 계속 순환하는 것이다. 사람은 지칠 때 쉬어 주어야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해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몸과 마음이 모두 소진되어 도저히 기운이 나지 않을 때는 쉬어야 합니다.
- 그림 : 요코야마 다이칸, 가을 : 바다의 사계, 1940년
노란색은 봄의 색이기도 하지만, 에너지를 주는 색이기도 하다. 이 그림에 보이는 것처럼 노란 언덕을 오르면 봄의 생명 에너지가 꽉 차 오를 것 같다. 색이 주는 힘은 생각보다 강렬하다. 노란색 옷을 입은 사람을 보거나 노란색 물건을 보거나 하면 시선이 그쪽으로 주목된다. 무난하다고 항상 검은색이나 회색 옷만 입지 말고, 가끔씩은 노란색 옷을 입거나, 노란색 꽃으로 덮인 들판을 보면서 생명 에너지를 느껴보자.
아이를 키우다 보면 자꾸 잔소리를 하게 된다. 분명히 아이가 잘 되라는 좋은 마음으로 하는 이야기인데도 맨날 똑같은 소리를 듣는 아이 입장에서는 얼마나 지루할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무리 좋은 말도 길게 하지 말자. 아이가 한번 두번 세번 이렇게 세다가 나중에는 엄마말을 통채로 안 듣게 될 수도 있다.
아이에게 듣기 싫은 이야기를 할 때 이 그림을 늘 떠올렸습니다.
아무리 필요하고 좋은 말도 긴 설교가 되면 지루해진다는 것을요.
-그림 : 존 에버렛 밀레이, 나의 두 번째 설교, 1862~1863년
어느 날 교보문고에 갔다가 그림 복사본을 파는 코너에서 왠지 모르게 내 마음을 끄는 그림을 한 점 샀다. 집 정원의 하얀 꽃나무 아래에서 책을 읽고 있는 여인을 그린 그림이었다. 처음에는 그림 이름도 화가의 이름도 몰랐다. 몇 년의 시간이 지난 후 우연히 인터넷에서 이 그림을 소개하는 글을 보게 되었다. 덴마크의 화가 크뢰이어가 그의 부인을 그린 '장미'라는 이름의 그림이었다. 이 그림이 왜 내 마음을 유독 끌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집의 꽃나무 그늘 아래서 책을 읽으면서 살고 싶다는 내 소망을 그대로 그려 내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림: 페더 세버린 크뢰이어, 장미, 1893년
수도권에서 살다가 나주로 이사 온 첫해에 단독주택에서 하는 미술수업에 1년 정도 다닌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초등학교에 입학한 작은 아이가 미술 수업하는 것을 데려다주려고 같이 갔다. 아이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미술을 배워 보고 싶어서 같이 시작했다. 막상 아이는 미술에 별 취미가 없었고, 나만 선 긋기부터 시작해 유화까지 일주일에 한 번씩 단독으로 하는 미술수업을 재미있게 받았다. 그런데 몇 점의 유화 그림을 그리고 나니까 내가 별로 그림에 재능이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나는 그림을 잘 그리는 화가가 아니라, 그림을 보고 위안을 얻는 게 더 적성에 맞는 것 같다.
미술수업 시간에 엄마에게 행복한 선물을 해 드리려고 벚꽃나무를 그리기 시작했다. 큰 캔퍼스 두 개로 완성해서 친정집 벽에 걸어 드렸다. 엄마가 행복하면 나도 행복하다.
글 : 이계원(공유경제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