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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계원 Dec 28. 2020

드라마 속 대사 한마디가 가슴을 후벼팔 때가 있다

지친 나를 위로하는 인생의 명대사들

결혼하기 전에는 드라마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드라마를 보는 시간이 인생의 낭비라는 생각도 좀 있었다. 결혼한 후 드라마 보기를 좋아하는 남편 옆에서 조금씩 드라마를 같이 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드라마 속 설정과 대사들이 현실에서 유리되어 과장이 심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은 현실이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겸 칼럼니스트가 쓴 <드라마 속 대사 한마디가 가슴을 후벼팔 때가 있다>라는 책에는 다양한 드라마 속 명대사들이 소개되고 있다. 이 책에 소개된 드라마들 중에는 나도 본 드라마가 몇 개 있다. 내 맘에도 남았던 드라마들을 같이 소개해 보고자 한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439188



엉망진창으로 망가져도 괜찮아 <나의 아저씨>


최근에 본 드라마 중에서 가장 좋았던 것 중에 하나가 <나의 아저씨>이다. 제목만 보아서는 원조교제처럼 보이는 제목이지만 인생의 고달픔과 쓸쓸함이 바탕에 깔려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위로를 주는 따듯한 인생 드라마이다.


주인공으로 나왔던 아이유의 삶에 치여 거칠어 보이는 사회 초년생 연기도 좋았지만, 중년의 아저씨도 막무가내 꼰대가 아니라 사려 깊은 사람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이선균의 따듯한 연기도 좋았다.  이 드라마에는 상당히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나온다.  그중에 연기를 못하는 여배우와 망한 영화감독이 있다. 그 여배우가 하는 대사 중에 "망가져도 행복할 수 있다. 안심이 됐어요."라는 대사를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명대사로 뽑았다.


"인간은요, 평생을 망가질까 봐 두려워하며 살아요. 전 그랬던 거 같아요. 처음엔 감독님이 망해서 정말 좋았는데, 망한 감독님이 아무렇지 않아 보여서 그게 더 좋았어요. 망해도 괜찮은 거구나.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망가져도 행복할 수 있구나. 안심이 됐어요. 이 동네도 망가진 것 같고 사람들도 다 망가진 거 같은데 전혀 불행해 보이지 않아요. 절대로. 그래서 좋아요. 날 안심시켜줘서."


http://program.tving.com/tvn/mymister/



과거를 돌아보지 말고, 미래를 걱정하지 말고 <멜로가 체질>


<멜로가 체질> 드라마에는 세 여주인공이 나온다. 남자 친구의 죽음으로 자살 시도를 한 친구를 보호하기 위해 다른 두 친구가 친구네 집에 와서 셋이 같이 산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가 뽑은 세 여자 친구의 명대사 중에 이런 게 있다.


"사는 게 그런 건가. 좋았던 시간의 기억 약간을 가지고 힘들 수밖에 없는 대부분의 시간을 버티는 것. 조금 비관적이긴 하지만 혹독하네."

"이제 겨우 서른인데, 감성 타고 지난 시간 돌아보지 말자. 귀찮아. 마흔 살 돼서 돌아볼래. 좀 그래도 되잖아. 과거를 돌아보지 말고, 미래를 걱정하지 말고, 우리 당장의 위기에 집중하자."

"어떤 위기?"

"라면이 먹고 싶어."


<멜로가 체질> 드라마는 심각한 내용에서 코믹하게 빵 터지게 하는 느낌이 있다. 남자 주인공으로 나온 안재홍은 <응답하라 1988>에 나왔던 배우인데, 살을 많이 빼서 완전히 다른 사람인 줄 알았다. 코믹한 연기를 하는 것은 비슷한데 외모가 달라지니까 느낌도 좀 달라지는 것 같다. 주인공들이 심각하게 분위기 잡으며 웃긴다.


http://tv.jtbc.joins.com/melodramatic



당신의 우산이 되어주는 건 무엇인가요?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에는 사실 명대사가 많다. 가장 많이 알려진 대사는 "너와 함께한 시간 모두 눈부셨다"이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 드라마에서 도깨비 신인 김신이 도깨비 신부가 되는 지은탁을 처음 만난 날 비가 내렸다. 그는 우산 없이 비를 맞고 가는 지은탁을 보고, 나중에 인생의 비를 막아주는 우산이 되어 준다. 도깨비 신으로 나온 공유는 찬란한 불멸의 존재이지만, 쓸쓸하게 소멸의 삶을 희망한다.


비가 오면 어쩐지 쓸쓸해진다. 사실 비 오는 날 가장 좋은 것은 따한 집안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살다 보면 비 오는 날 집에만 머물 수는 없다. 학교도 가야 하고, 직장도 가야 하고, 약속이 있어 외출도 해야 한다. 가장 난감할 때는 나갈 때는 비가 안 왔는데, 돌아올 때쯤 보니 비가 오고 있을 때다. 우산도 없이 비를 맞고 가야 하나, 아니면 비가 그칠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생각이 많아진다. 이때 학교로 우산 들고 오는 엄마나 차 몰고 데리러 오는 남편이 있어서 참 든든했다. 지금까지는 누군가 나에게 우산을 씌어 주었지만, 이제는 내가 누군가에게 비를 막아주는 우산이 되어 줄 차례이다.


http://program.tving.com/tvn/dokebi

글 : 이계원(공유경제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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