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서 오디오북을 듣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19년 처음 조사한 오디오북 독서율은 성인은 3.5%, 초중고 학생들은 평균 18.7%로 집계되었다. 멀티태스킹을 할 수 있다는 점 말고도 오디오북이 좋은 이유는 점점 늘어나고 있어, 이에 맞추어 들을 만한 오디오북을 추천하고자 한다.
오디오북이 좋은 이유
옛날에는 종이책보다 좋은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책장을 넘기는 감촉도 좋았고, 내가 어디쯤 읽고 있는지도 직관적으로 보여서 좋았다. 오디오북으로 듣는 것은 종이책으로 읽는 것보다 속도도 느리고, 어디쯤 읽고 있는지도 직관적으로 잘 안 느껴진다. 결정적으로 책 내용에 집중도 되지 않아 별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세상에는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것이 진리인 것 같다. 수십 년간 하루에 1~2권씩 책을 읽고 있었지만, 나이가 들어가니까 저녁쯤 되면 점점 눈이 침침해져서 눈으로 읽는 종이책보다 점점 귀로 듣는 오디오북이 편하게 느껴지고 있다. 오디오북이 좋아진 이유에는 개인적인 신체의 변화뿐만 아니라 오디오북으로 들을 수 있는 책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다양한 미디어들과 결합해 종이책이 주지 못하는 복합적인 경험이 가능해졌다는 점도 한몫하는 것 같다. 오디오북은 종이책과는 다르게 음악도 들어갈 수도 있고, 배경음도 넣을 수 있고, 라디오 드라마처럼 상황극도 할 수 있다.
내가 맨 처음 오디오북을 접한 것은 20년 전쯤 미국에 잠깐 있을 때였다. 영어공부도 할 겸 도서관에서 오디오북을 빌려서 들었는데, 그 당시에는 테이프에 녹음된 것을 빌려와서 듣는 방식이었다. 그다음으로 접한 것이 아마존의 오더블(Audible)이라는 오디오북 사이트였다. 미국 사람들은 장거리 운전도 많이 하고 해서 운전하면서 들을 수 있는 오디오북이 많이 발달한 편이었다. 들으면서 좀 단조롭다는 생각도 들고 종이책만큼 집중도 잘 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에 우리나라에서도 네이버 오디오클립이나 밀리의 서재, 윌라와 같은 오디오북 전문 사이트들이 많이 늘고 있다. 들어 보았더니 옛날에 느꼈던 것과는 다르게 오디오북이 생각보다 많이 좋아졌다. 내가 최근에 들은 오디오북 중에서 좋았던 것 세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오디오북 추천 사이트 3가지
1. 잊기 좋은 이름(김애란), 밀리의 서재
며칠 전에 밀리의 서재에서 뮤지션 요조가 읽어주는 김애란 작가의 <잊기 좋은 이름>이라는 산문집을 오디오북으로 들었다. 김애란 작가의 다른 소설을 종이책으로 읽은 적도 있지만, 오디오북으로 들으니까 종이책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뮤지션 요조가 책을 읽어 주는 느낌도 좋았지만, 책 중간에 노래가 나오는 내용을 요조가 가수라는 장점을 살려 직접 노래로 불러 주니까, 종이책이 주지 못하는 다른 감각이 살아났다. 요조가 가수이기도 하지만 책에 대한 글도 쓰고, 독립 책방도 운영한 책방 주인이기 때문에 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서 성우가 읽어주는 오디오북보다 나은 점이 느껴졌다.
그렇지만 책의 본질은 변하지 않아 기본적으로는 원본 내용이 좋아야 한다. 목소리가 좋은 뮤지션 요조가 읽어주는 것도 큰 장점이 되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김애란 작가의 탄탄한 묘사 능력이 책의 흡입력을 높이는 기반이었다. 김애란 작가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전적인 책 속의 에피소드에 몰입하게 된다. 책 내용 중에 오래전에 중고서점에서 산 책의 전 소유자들의 연애 스토리를 상상해 보는 내용이 있었다. 지루해 보이는 중고책에 얽힌 사연을 이렇게 흥미진진하게 구성할 수 있구나 싶어 새삼 김애란 작가의 뛰어난 능력을 깨닫게 된다.
한동안 공유의 베드타임 스토리를 들으면서 잠들었다. 침대에 누워 공유의 "오늘은 어디에서 잘까요?"를 자장가 소리처럼 들으면서 잠들었다. 하루는 달빛으로 물드는 알프스 산자락 마을 소리를 들으면서 잠들고, 다른 날은 골목 사이로 운하가 흐르는 베네치아의 물소리를 들으면서 잠들고, 며칠은 눈 내리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 탄 느낌으로 잠들었다.
최근에 내가 며칠 아파서 초등학생 막내 아이가 잠드는 것을 지켜봐 주지 못했는데, 아이가 엄마 없이 혼자서 외롭다고 본인이 잘 때 공유의 베드타임 스토리를 휴대폰으로 틀어 놔 달라고 부탁을 해 왔다. 아이는 공유가 나지막하게 이야기해주는 것을 들으면서 잠드는 것도 좋지만, 빗소리, 바람소리, 눈 내리는 소리 등 자연음을 들으면서 잠자는 것도 외롭지 않아 좋다고 하였다.
* 네이버 오디오클립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콘텐츠가 있으므로 취향에 맞는 것으로 들어 보아도 좋을 것 같다.
오디오북을 주로 밀리의 서재와 네이버 오디오클립으로 듣고 있었는데, 최근에 윌라 오디오북을 듣기 시작했다. 1개월 무료 이용하기가 있기에 듣기 시작해 보았는데, 완독 할 수 있는 책이 많이 보여서 좋았다. 다른 오디오북 사이트들은 요약한 오디오북을 많이 서비스하는데, 윌라는 처음부터 끝까지 책을 다 읽어 주어서 좋다.
전문 성우들이 녹음하고, 전문 스튜디오에서 한 편의 영화처럼 오디오북을 만들어서 몰입해서 듣기에 좋다.
윌라에서 맨 처음 들은 오디오북은 딸에게 차려주는 식탁이라는 책인데, 식품 MD인 저자가 입맛 까다로운 딸을 어린 아기일 때부터 15년간 먹여온 이야기를 적어 놓은 책이다.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지만, 다양한 식품들에 대해 배우게 되는 유용한 지식들이 은근히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