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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계원 Mar 12. 2021

당신의 인생을 정리해 드립니다

삶이 바뀌는 신박한 정리

쉬우면서도 동시에 어려운 일이 무엇일까? 나는 정리라고 생각한다. 내게 필요 없는 것은 버리고, 필요한 것만 남겨서 깔끔하게 살면 되는 것인데 그게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어느 집이나 다 비슷하겠지만, 우리 집에도 안 쓰는 물건들을 어지럽게 쌓아둔 창고방(?)이 있다. 물론 원래의 용도는 절대 창고가 아니다. 멀쩡한 방이었는데, 점점 안 쓰는 물건들이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 방에서 창고로 전락하여 보고 있으면 마음이 심란하다. 명색이 공유경제를 연구하는 사람이 집에 사용 안 하는 물건들로 가득 찬 창고방이나 가지고 있다니,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현실은 아니지만 마음만은 미니멀리스트라서 정리와 미니멀리즘에 관한 책을 자주 읽는 편이다. 최근에 읽은 책 중에 정리왕 이지영 작가의 <당신의 인생을 정리해드립니다>를 현실적인 내 경험과 같이 소개해 볼까 한다.  '삶이 바뀌는 신박한 정리'라는 책의 부제목처럼 우리도 정리를 통해서 삶을 바꾸어 보자.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711617



지금 살고 있는 집 편안한가요?


코로나 때문에 집에 머물고 있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집이 단순히 먹고 자는 공간이 아니라, 수업받는 학교 교실도 되고, 일 하는 오피스도 되고, 운동하는 헬스장도 되는 등 다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집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좁은 집에 대한 불만도 많이 생기고, 집을 바뀌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생길 것이다. 그런데 많은 돈을 들여서 넓은 새집으로 이사 가거나, 인테리어를 새로 하거나, 비싼 가구를 새로 사는 것이 정답일까? 기존의 집을 정리해서 내가 원하는 공간을 만들어 보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정리 컨설팅을 하는 이지영 작가는 '공간이 바뀌면 인생도 바뀐다'라고 이야기한다. 모델하우스에 나오는 집처럼 미니멀하게 꾸며진 집이 아니라, '그 집에 사는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고, 사용하기에 가장 편리한 공간이 가장 좋은 공간'이라고 말한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집이란 공간을 아주 불편하게 사용하고 있는데, 남들의 기준, 세상의 고정관념에 따라 설계된 공간에서는 절대 편안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공간을 위해 나를 바꾸지 말고, 나를 위해 공간을 바꾸어 보자.  그녀 말대로 작은 변화로 인생 전체가 말끔히 정리되는 기적을 소개해 보자.


내가 좋아하는 물건은 숨기지 말고 드러내자


현재 우리 집 식탁은 주방에 있지 않고, 거실 한가운데 놓여 있다. 원래는 주방 구석에 놓여 있었는데, 정말 밥만 먹는 용도로만 사용되었다. 어느 날 나랑 아이들이랑 같이 공부도 하고 일도 하는 큰 테이블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작은 방에 방치되어 있던 책상을 꺼내 놓을까 하다가, 아무리 봐도 거실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주방 한편에 놓여 있던 4인용 대리석 식탁을 거실로 옮겨 보았다. 식사 때는 식탁으로 사용하고, 보통 때는 일도 하고 공부도 하고 차도 마시고 다용도로 사용한다. 주방에서 식탁으로 쓸 때는 식사 시간 외에는 아무도 안 앉았다. 거실로 옮기니까 남편은 회사 보고서를 볼 때 사용하고, 나는 노트북으로 글 쓸 때 사용하고, 아이들은 공부할 때 사용한다. 가끔씩 보면 한 테이블에 가족들이 둘러앉아 각자의 일들을 하고 있다. 주방 옆 구석진 곳에 있을 때는 왠지 답답해서 오래 앉아 있기가 싫었는데, 탁 트인 좋은 전망을 가진 거실로 옮기고 나니까 왠지 기분이 좋아져 앉아 있는 시간이 늘었다. 동일한 식탁이었는데 놓인 공간이 달라지니까, 쓰임새와 사용빈도가 달라졌다.


이지영 작가도 비슷한 경험을 이야기한다. 그녀가 컨설팅한 집 중에 어린아이를 키우는 집이 있었는데, 잡동사니로 가득한 창고방 구석에 마련되어 있던 작업 공간이 탁 트인 거실로 나왔다고 한다.  방안에 있던 사무용 테이블을 거실로 꺼내면 아이들을 지켜보며 일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아진다고 한다. 집의 공간배치와 가구 배치를 관습적으로 정하지 말고, 가족 구성원과 내가 좋아하는 것 위주로 구성해 보면 공간 활용도가 좋아질 것 같다.


그 방은 안 쓰는 방이야


우리 집에는 안 쓰는 방이 하나 있다. 원래는 작은 아이방으로 써야 하는 방인데, 아이가 제 방보다는 큰 방에 나랑 같이 있기를 좋아하다 보니 점점 안 쓰는 물건들을 갔다 놓는 창고방으로 전락하고 있다. 책상 옆에 건조기도 있고, 피아노도 있고, 심지어 쌀 가마니도 놓여 있는 두서없는 방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심란해진다.


큰 아이 방도 비슷한 상황이었는데, 작년에 마음먹고 큰 아이방을 정리했다. 책상과 책꽂이, 침대 등 아이와 관련된 용품 말고는 다 치웠다. 한번 단정하게 정리된 자기 방을 가지게 된 아이는 깔끔하게 자기 방을 유지하고 있다. 깔끔한 큰 아이 성격이 유지의 비결이기는 하지만, 공부방이라는 역할 부여와 미니멀한 공간의 재구성도 한몫을 한 것 같다. 코로나로 작년 한 해 아이가 재택 교육을 받으면서, 자기 방에서 공부를 열심히 한 것을 생각하면 공간을 미리 정리해 주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지영 작가도 집의 창고화를 막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나 공간에 알맞은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야 사용하지 않는 공간도, 물건이 산처럼 쌓여 있는 공간도 없애는 것이 가능해진다고 한다.


다시 멋진 삶을 채울 수 있는 공간을 선물하세요


적은 돈을 들여서 가장 집을 생기 있게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 아마도 꽃일 것이다. 가끔씩 꽃을 사 온다. 비싼 큰 꽃을 사 오는 것은 아니고, 장 보러 갔다가 마트 한구석에 있는 식물 코너에서 작은 꽃이 핀 화분이나, 생화를 조금 사 온다. 우리 집 현관 앞에는 작은 테이블이 놓여 있다. 거기에 꽃핀 작은 화분을 한두 개씩 올려놓는다. 집 나설 때와 들어올 때 잠깐씩이라도 꽃 핀 화분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봄에는 노란 프리지어를 살 때가 많다. 노란색을 보고 있으면 봄이 오는 느낌이 든다. 정말 좋은 것은 한밤중에 거실에 나왔는데, 프리지어 향기가 온 거실을 가득 채우고 있는 느낌이다. 꽃 향기만으로도 집이 충만해지고, 삶이 기분 좋아질 수 있다.


이지영 작가도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해보고 싶었던 일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싶다면, 스스로에게 꽃을 선물해보는 것을 추천한다고 한다. 꽃 한 송이만 새로 들어와도 집 안의 분위기가 정말 많이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진 출처 : 당신의 인생을 정리해드립니다. 이지영 지음


사실 정리라는 일이 쉬워 보여도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은근히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 일이기도 한다. 완벽하게 정리하고 미니멀하게 살면 좋겠지만, 사람 사는 일이 마음먹은 데로 쉽게 되지는 않는다. 완벽하지는 않아도 일단 불필요한 것들은 좀 치우고, 내가 좋아하는 공간 위주로 재 배치해 보고, 거기에 꽃 한 송이라도 꽂아서 은은한 향기로 집의 공간과 인생을 채워 보자.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는 사람은 곤도 마리에의 <정리의 기술>도 같이 읽어 보면 좋을 것 같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236640


글 : 이계원(공유경제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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