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몽양 Jun 15. 2021

14. 아기랑 하루 종일 뭐 해?

다른 사람의 육아가 궁금해


아기가 생기기 전에는 집에서 아기만 보는 다른 엄마들의 하루가 궁금했다. 당시 직장인이던 나는 집에서 아기랑 하루 종일 지낸다는 것을 상상하기 어려웠다. 한 번은 출산 후 집에서 아기를 보고 있는 친구네 놀러 갔을 때 물어본 적이 있다.

"그럼 하루 종일 애 만 봐?"

"그렇지. 밥 주고 재우다 보면 뭐..."


"심심하지 않아?"

"심심은 무슨, 하루가 너무 바쁘다"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그만큼 육아를 너무 몰랐다. 그땐 아기랑 엄마랑 집에서 하루를 보내는 일이 세상 지루해 보이기 만했다. 예쁜 아기랑 밥 먹고 자고 노는 게 뭐가 그렇게 힘들다는 건지.


당연히 회사에 나가 매일같이 싫은 인간들을 상대하는 게 훨씬 중노동이지 않나. 그러니 돈을 버는 것이지. 그러나 실제 아기를 낳고 난 뒤, 육아란 예쁜 아기랑 즐겁기만 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10개월 아기 전업맘의 하루를 소개하고 싶다. 대략 일정은 이렇다. 아침 여섯 시에서 일곱 시 사이 기상. 비몽사몽 한 상태로 기저귀를 갈고 분유를 먹인다. 잘 자고 일어난 아기는 기분 좋게 책을 보거나 놀이를 한다. 이때 청소를 시작한다. 아기가 놀이에 흥미를 잃기 전에 서둘러 청소를 마쳐야 편안히 집을 정리할 수 있다.


오전 아홉 시부터 낮잠시간. 아기는 알아서 스르르 잠들지 않는다. 같이 누워 노래도 부르고, 책도 읽어줘야 한다. 엄마가 자꾸 핸드폰을 보면 아기도 덩달아 핸드폰만 보기 때문에 아기와 함께 온전히 책이나 장난감을 갖고 논다.


점심은 이유식. 아직 이유식을 좋아하지 않는 아기는 밥을 얌전히 먹는 법이 없다. 끈적한 밥풀을 잔뜩 묻힌 손으로 옷을 비비고 얼굴에 바른다. 마룻바닥은 잔해로 인해 난장판이 된다. 그러나 잘 먹어만 줘도 고맙다.


낮에는 재미있게 놀아줘야 한다. 어떤 놀이가 두뇌 발달에 좋은 지 미리 생각해 두고 촉감놀이, 교구 활용, 공원 산책 등 최대한 다채롭게 놀아주려고 노력한다. 최근엔 수박 촉감놀이, 쌀 뻥튀기 줍기 등의 놀이를 해봤다. 또 요즘같이 더운 날은 목욕으로 물놀이를 대신한다.


밤에는 다시 잠과의 싸움. 울며 보채는 아기를 달래 재운다. 일찍 잠이 들어야 성장에 좋다 하기에 9시 이전엔 재우려 노력한다. 엄마 아빠는 서둘러 밥을 먹고 잘 채비를 한다. 보통 우리 아기는 8시에서 8시 30분 사이에 잠든다.


아기가 잠들면 비로소 엄마의 시간이다. 일명 '육퇴'. 육아 퇴근의 줄임말이다. 이때 먹고 싶었던 맥주를 마시기도 하고, 웹툰을 보기도 한다. 수면 전 잠깐의 자유. 쇼핑을 하거나 다른 계획을 세우는 것. 모두 이 시간에 가능하다.


이렇게 나의 시간은 전부 아기를 위해 쓰인다. 아기는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바닥에 머리를 부딪히거나 어딘가로 떨어질 수 있다. 만약 혼자 조용하다면 얼른 입 속을 확인해야 한다. 그러니 되도록 24시간 긴장감을 놓지 말고 밀착마크.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잘하고 있는 건 지 머릿속이  뒤죽박죽일 때가 많다. 인스타그램 속 누구 엄마는 친구들을 많이 만들어주던데, 간식도 손수 만들어주던데 비교하다 보면 평범한 육아 일상마저 괴로워진다.


요즘은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해주고 싶은 것만 생각하고 있다. 또한 참 특별한 것 없는 시시한 육아일지라도 가족의 행복을 지키는 중대한 일을 하고 있으니 자부심을 가지려 한다.

이전 13화 13. 엄마처럼 살기 싫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