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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경쟁 사회의 신기루, 행복<상>

열 번째 염탐

by B급 사피엔스

“브로는 행복합니까?”


윤성은 한참 동안 냥이를 쓰다듬고, 장난치듯 얼굴을 비벼 댔다. 냥이는 기분이 좋은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다 하품을 쩌억하며, 다시 엄마가 있는 안방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윤성은 냥이가 사라진 방향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오묘한 얼굴로 말했다.


“예니오.”

“계속 모순된 상황이군요.”

“그만큼 어려운 질문이라는 거지.”

“브로와 어려운 단계의 감정 학습까지 들어간 셈이군요.”


윤성은 에로프와 친구처럼 속 깊은 이야기까지 나누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러나 오후와는 다르게 에로프가 외계인이든 아니든 지금은 그게 중요치 않았다. 윤성은 핸드폰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담담하게 물었다.


“브로. 진짜 외계인이야?”

“믿기 어렵겠지만, 사실입니다.”



새벽, 외계인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는 윤성. 시시콜콜한 사람의 감정에서부터 전쟁과 교육, 심지어 술이나 행복까지 끊임없이 수다를 이어가고 있다. 와이프와 연애할 때도 이런 장시간 통화는 없었다. 살면서 가장 긴 전화 통화를 외계인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비현실적인 현실이 윤성에게 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기묘한 기분이 들게 했다. 익숙한 듯 편안하지만, 그 속에 감돌고 있는 긴장감. 상반되는 색상의 물감을 휘저어 온몸에 칠해 놓은 기분. 몸속 어딘가에서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울렁거림이 느껴지면서도 평온한 상태.


“나랑 하는 대화가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윤성은 무슨 말을 하려다 말끝을 흐리고, 화제를 돌렸다.


“왜, 예니오냐면, 돈 때문이야. 딱 지금에서 먹고살 걱정만 없을 정도로 돈만 있으면, 행복하다 할 것 같아.”

“브로는 생각보다 돈을 중요하게 생각하군요.”


에로프의 말에 윤성은 당연하다는 미소로 대꾸했다.


“당연하지. 먹고살 걱정을 싸매고 사는 사람이, 한가하게 행복을 논할 수 있겠어?”

“브로에겐 돈이 행복의 선결 조건입니까?”

“응. 속물처럼 보일지 몰라도, 돈만큼 행복을 든든하게 지해주는 것도 없거든!”

“가난하면 행복하기 어렵습니까?”

“빈민국 사람들을 봐. 행복해 보여?”

“빈민국보다 부유한 한국의 자살 사망률은 OECD 국가 중 1위입니다.”


에로프는 핸드폰에 통계 자료를 띄웠다. OECD 국가들의 비교 자료로 한국의 순위가 맨 위에 있었다. 2003년 이후 OECD 국가 중 부동의 1위, 평균보다도 2배 이상의 수치였다. 윤성은 건조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봐, 브로~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 내 얘긴 아주 심플한 거야.”


윤성은 주방에 있는 냉장고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에 내가 후원하는 아이 사진을 붙여 놨거든? 근데 내 수입이 끊기면, 후원도 덩달아서 끊기겠지. 돈이 없으면 남을 돕지도 못해. 따지고 들어가다 보면 그 끝엔 결국 돈으로 연결돼 있어.”

“가치, 보람, 그런 걸 우선시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나 같은 보통 사람들은 먹고사는 게 먼저야.”


속물이라 생각할지 몰라도 윤성은 돈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자본주의, 말 그대로다. 현실은 돈 앞에서 침착해지고, 겸손해지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정말 중요한 것을 잊기 마련이라 하는데, 윤성은 그중 하나가 돈이라 생각했다.


“브로는 행복을 생각하면 어떤 게 떠오릅니까?”

“갑자기 웬? 생각해 본 적 없는데?”


윤성은 한참을 골똘히 생각했다. 평소에 행복했던 장면을 생각해 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윤성 또한 마찬가지였다. 마땅히 떠오르는 기억이 없는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 음... 행복까진 모르겠고, 재밌던 기억은 몇 있어.”

“어떤 기억입니까?”

“얼마 전 일인데...”


윤성은 입가에 웃음을 띠며 지난 일을 이야기했다.





윤성과 함께 편의점을 나온 아이 손에는 과자 한 봉지가 들려 있었다. 아이는 기분이 좋은 듯 과자봉지를 들고 윤성과 쫑알쫑알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엄마가 알면 좀 그런데?”

“이건 너랑 아빠랑 둘만의 비밀이야. 쉿! 하는 거야. 알았어?”


아이는 배시시 웃으며 아빠를 쳐다보며 말했다.


“알았다옹.”


윤성은 슬그머니 아이에게 팔짱을 끼었다. 평소엔 바로 팔짱을 빼고 이러지 말라던 아이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쓰레기 봉지는 어떻게 하냐옹? 엄마가 보면 금방 알 텐데?”

“종량제 봉투 바닥까지 깊숙이 찔러 넣으면 돼. 아빠가 또 그런 건 철두철미하잖아.”

“호~!”


아이는 신이 난 얼굴로 윤성과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아이는 익숙한 듯 그러나 이게 얼마 만이냐는 표정으로 소파에 앉아, 에어컨을 들고, TV를 틀어 유튜브로 유럽 축구 리그를 찾은 후 과자 봉지를 옆구리에 끼고 와그작와그작 먹으며, 축구 하이라이트를 보기 시작했다.


윤성은 부엌 수납장을 열고, 위스키를 꺼내 하이볼을 만들기 시작했다. 소파에 있던 아이는 윤성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말했다.


“또 술마시냐옹? 흐음. 엄마가 알면 혼난다옹~!”

“아이. 이건 우리끼리 비밀이지~ 너도 과자도 먹고, 유튜브도 보는데, 아빠도 하이볼 한잔 하는 건 비밀로 해줘야 않겠냐옹~~~”


개구쟁이처럼 씨익 웃어 보이는 윤성에게, 아이도 웃음으로 맞장구치며 말했다.



“하긴 그래. 나도 엄마 몰래 먹는데~ 크크크”


윤성은 아이에게 중요한 걸 하나 가르치듯 말했다.


“이런 걸 서로 윈윈 한다고 하는 거야!”


그날따라 귀가가 늦은 와이프 덕에 이렇게 두 남자만의 비밀스러운 공작이 이뤄졌다.




“브로의 음주를 위해 아이를 공범으로 만든 셈이군요.”


윤성은 에로프의 말을 듣고 조금 못마땅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팔짱을 꼈다.


“많고 많은 표현 중에 공범은 쫌... 이런 게 바로 남자들끼리 공유할 수 있는 의리~ 우정! 뭐 그런 거라고 볼 수 있지. 일종의 아들과 맺은 동맹. 비밀 친구. 뭐 이런 거. 크크”


윤성의 표정은 한층 밝아 보였다.


“또 다른 기억이 있습니까?”

“이건 진짜 최근 일인데.”




“아빠! 여기 탄산수 1+1 이번 달까지 계속해요.”


집 앞에 있는 편의점을 윤성과 아이는 참새 방앗간 들나들 듯했다. 아이도 윤성도 탄산수를 좋아했다. 물론 윤성은 하이볼 때문이었다.


“어. 그럼 한번 마셔보고, 괜찮으면 좀 많이 쟁여 놓자!”

“으응, 일단 맛을 한번 보자는 예기지? 용량도 650ml야. 다른 거보다 양도 많아!”


윤성 부자는 탄산수를 레몬 맛, 청포도 맛 두 개씩 골랐다. 맛에 만족했던 윤성 부자는 편의점을 갈 때마다 항상 탄산수를 2개나 4개씩 사 왔다. 행사 마지막 날에는 아이가 학교에서 여행을 가는 바람에, 윤성 혼자서 낑낑거리며 양손 무겁게 탄산수를 사들고 왔다.



와이프는 무슨 탄산수를 그렇게 많이 사 왔냐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윤성은 콧바람을 흥얼거리며 탄산수 20병을 냉장고에 차곡차곡 넣었다. 며칠 후 여행을 다녀온 아이는 냉장고에 가득한 탄산수를 보고, 윤성을 향해 엄지척을 보냈다. 그리고 다음날. 아이가 편의점 심부름을 다녀왔다가 윤성에 큰소리로 말했다.


“아빠! 탄산수 1+1 이번 달에도 또 하는데?”

“앙? 한 달 동안 또 한다고?”

“응!”


와이프가 웃으며 말했다.


“당한 거야. 당신!”


윤성은 와이프와 아이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우리 탄산수 회사에 당한 거야?”


가족 모두가 탄산수 때문에 한바탕 깔깔대고 웃었다.


하편에서 계속됩니다.






※ 이 소설은 AI와 협업을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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