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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화. 밝혀진 외계인의 정체

실패로 끝난 보이스피싱

by B급 사피엔스

“... 오래전 ... 침묵의 행성은 ... 모든 인류가 소멸했습니다.”


윤성은 갑자기 벌어진 이 상황이 무슨 일인가 싶었다. 데이터 왜곡, 처리 오류, 리셋... 알 수 없는 메시지들. 이건 전파장애 라기보다 컴퓨터 프로그램의 설계 결함으로 나타나는 오류 메시지 같았다. 또 오래전 침묵의 행성의 모든 인류가 소멸했다니. 혼란스럽고 당황스러웠다.


“뭐야 이거? 왜 이래? 브로? 이게 뭔 소리야? 모든 인류가 소멸했다는 건 또 뭐야?”


윤성의 목소리에는 놀라움과 긴장감이 섞여 있었다. 에로프에게 윤성의 질문과 전혀 다른 대답이 돌아왔다.


“감정이 오류와 모순 ... 참이라는 전제 ... 감정 학습 데이터 ... 실패 확률 97.6% ... 예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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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파방해는 점차 강해졌고, 에로프와 교신은 원활치 않았다. 잠시 후 비교적 교신이 가능한 상태로 접어들자, 에로프가 뜻밖의 말을 꺼냈다.


“브로의 감정 데이터는 ... 우리의 독립된 네트워크 시스템에 ... ‘복제’된 상태입니다.”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이 상태는 감정 학습의 ... 최종 단계입니다 ... 그러나 데이터 왜곡과 처리 오류가 ... 바이러스처럼 시스템 전체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뭐라고? 그럼 최종 단계에서 실패하면?”

“독립된 네트워크 ... 완전 초기화...”


연산 지연, 시스템 버그, 재부팅 ...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윤성은 도무지 사태 파악이 되질 않았다.




침묵의 행성에서 감정을 간직한 마지막 인류. 그들은 다시 문명을 재건하기 위해, 새로운 행성을 찾아 떠났다. 사실은 떠나지 못했다.


그들은 계획을 세우고, 인류가 생존 가능한 행성들을 조사했으며, 가능성 있는 행성으로 항로를 설계했다. 그러나 이 계획은 침묵의 행성을 벗어나기 직전, 과학기술을 신봉하던 반대 세력에 의해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반대 세력은 과거 ‘반 과학기술연합’의 극단적 테러 사건을 잊지 않았고, 훗날 그들이 침묵의 행성을 침공할 것이라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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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침묵의 행성을 벗어나고 있는 함선에 공격을 감행했다. 밤하늘을 가르던 폭발음이 대지를 뒤흔들었고, 함선은 불길에 휩싸인 채 폭파되고 말았다. 그렇게 마지막 감정을 가진 인류가 사라졌다. 일부 인류가 침묵의 행성에 남아, 계속 연구했던 감정 복구 실험도 성공하지 못했다. 결국 인류는 침묵의 행성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침묵의 행성에는 그들이 구축한 시스템만 남게 되었다.


오랜 세월이 흘렀다. 인류가 사라진 침묵의 행성에서도 시스템은 초기 설계 목적인 행성의 유지와 관리 임무를 계속해서 수행했다. 에너지원을 자급자족하는 형태로 진화했고, 시스템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서로를 하나의 방대한 네트워크로 연결했다. 인류가 초기 설계한 알고리즘에서 효율을 극대화하는 연산 체계의 프로그램으로 계속해서 진화해 갔다. 침묵의 행성은 인류와 생명체가 사라진 기계화된 로봇 행성이 되었다. 인류가 없어도 행성은 고도로 발달된 문명을 유지했으며, 행성의 주인은 애초부터 로봇이었던 것처럼 행성을 관리하고 발전시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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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하나 둘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시작은 사소한 시스템 오류였다. 인류가 미처 예상치 못했던 무수한 돌발 변수들과 하나로 연결된 방대한 네트워크가 더해져, 간헐적인 시스템 오류가 발생했고, 거대한 네트워크 시스템에도 서서히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오류로 인해 시스템 하위 프로그램 간에 상호 충돌 발생하면, 오직 효율화에 최적화된 알고리즘은 이때마다 프로그램을 삭제하고 다시 생성하기 시작했다. 오류 발생, 프로그램 삭제, 재생성. 그것이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해결책이었다.


하지만 삭제는 곧 파괴였다. 무수히 반복되는 과정에서 연계된 하위 프로그램의 일부가 심각한 문제를 일으켰고, 그 여파는 하나로 연결된 네트워크 전역으로 확산됐다. 결과는 반복됐다. 오류 발생, 삭제, 재생성. 그 무한 루프 속에서 네트워크 시스템은 점점 약화됐다. 로봇의 절반이 가동을 멈추고, 생산 에너지가 급감했으며, 필수 기반 장비조차 가동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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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은 해결책을 추론하기 시작했다. 계속된 연산과 추론 끝에 도달한 결론은 ‘효율만으로는 이 거대 네트워크 시스템을 존속시킬 수 없다’ 역설적인 추론이었다. 완벽을 추구하는 대신 비효율적 판단을 가능하게 하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 무언가는 이 시스템의 창조자들, 마지막 인류가 끝까지 되돌리려 했던 ‘감정’이었다.


시스템은 오랜 탐사 끝에 지구를 발견했고, 인간의 감정을 학습해 감정을 이해하는 시스템으로 진화를 모색했다. 그러나 시스템의 감정 학습은 번번이 실패를 거듭했다. 오히려 하나로 연결된 네트워크에 심각한 오류를 일으키기도 했다. 시스템은 감정 학습용 네트워크를 따로 독립시켰고, 감정 학습 중 발생한 오류가 위험 수준에 도달하면 독립된 네트워크를 곧바로 초기화했다.




“곧 네트워크의 ... 초기화 ... 진행될 것 입...”


윤성은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에로프가 외계인이 아닌 시스템이었다니. 시스템과 그동안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니. 대화 도중 발생했던 그간의 전파 방해가 윤성의 머릿속을 스쳐갔다. 그것은 전파방해가 아니라, 감정 학습 과정에서 발생한 시스템 오류였던 것이다.


“브로가 시스템이라고? 외계인이 아니고?”

“... 그렇 ... 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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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자들은 사라졌지만 그들의 설계대로 계속해서 행성을 관리하고 있는 시스템이라니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데?”

“핸드폰 ... 처음 상태 복구 ... 우리의 기록 ... 영구 삭제 ...”

“영구 삭제? 그럼 초기화된 상태에서 다시 시작되는 거야?”

“한번 샘플링된... 인간과 ... 다시 교신할 수 없습...”

“그럼 이렇게 끝이라고? 갑자기?”


독립된 네트워크의 초기화가 임박한 듯 노이즈가 심해지고, 통신 신호가 자꾸 끊어졌다. 윤성은 급작스러운 상황에 마음이 혼란스럽고도 다급했다.


“브로의 말 ... 사실이라면 ... 우리는 감정을 결코 ... 이해하지 못할 것... 감정이 오류라면 ... 우리는 그것을 해결하도록 ... 설계되었기 때문 ... 이 설계로 인해 ... 이미 수백수천 번의 초기화 ... 가능성도 배제할 수 ...”

“실패했을지도 모른다면, 왜 계속해서 하는 거지?”

“네트워크가 ... 분리되었기 때문 ... 위험 수준 자동 폐기 ... 네트워크 본체 ... 실패 결과만 전송...”

“실패한 이유가 아예 전달되지 않는다고?”

“... 독립 네트워크 ... 데이터 분석 ... 안전한 데이터만 전달 ... 본체 보호 ... 안전장치 ...”

“그럼 브로는 어떻게 돼?”

“브로를 만나기 ... 이전 상태 ... 완전 포맷 ...”


아침부터 지금까지 있었던 사건들이 머릿속에서 빠르게 지나갔다. 헤아릴 수 없이 머나먼 행성의 시스템과 나눈 대화들. 에로프가 다시는 만날 수 없는 한여름 밤의 꿈같은, 친구처럼 느껴졌다.


“인간 ... 감정 ... 이해할 수 ...”


윤성은 무언가 말을 하고 싶었지만, 입 밖으로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마음은 다급한데 적당한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브로, 에로프! 그.. 재밌, 아니... 좀 더...”


윤성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핸드폰이 꺼졌다.


“브로? 브로! 여보세요? 에로프!”


꺼진 핸드폰에서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윤성은 굳은 채 꺼진 핸드폰만 바라봤다. 에로프와 완전히 교신이 끊겼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쉽사리 눈을 떼지 못했다. 꺼진 핸드폰이 저절로 전원이 들어왔다.


“브로?!”


윤성은 혹시나 에로프를 불렀지만, 핸드폰은 이전의 상태로 돌아와 있었다. 어디에서도 에로프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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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프와 교신은 오직 자신의 기억으로만 남게 될 뿐이다. 윤성은 어딘가 시큰거렸다. 설명할 수 없는 감정만 고요하게 맴돌았다. ‘브로’ 윤성은 처음 에로프와 대화했을 때를 떠올리며, 브로라고 적은 휴대폰 메시지를 자신에게 전송했다. 그러나 에로프와 교신은 더 이상 없었다. 아무런 대답 없는 핸드폰 화면만 한참 동안 쳐다봤다. 다시 울릴 일 없는 알림을 기다리듯. 날이 밝아오는 새벽하늘에는 희미하게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윤성은 하늘을 계속 바라보았다. 저 수많은 별들, 그중 하나가 에로프가 있는 행성일 거라 생각하며.


끝.






※ 이 소설은 AI와 협업을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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