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급 사피엔스 Oct 27. 2024

사라진 주말을 찾습니다!

‘아직도 일정이 꽤 남았네?’ 중간중간 추가되는 예상치 못한 일정까지 생각하면, 올해의 끝이 보인다고 아직 안심할 수 없다. 재미난학교 학부모가 되어 이곳으로 이사 온 지 8개월 차. 학교와 관련된 크고 작은 행사들은 매월 끊.김.이. 없이 계속됐다. 매년 기본적으로 진행되는 학교 행사와 더불어 올해 개교 20주년을 맞이해 열리는 기념행사들까지. 유독 행사가 많은 한 해라고 했다. 그리고 이 기념행사들은 10월인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한 달 전쯤 인가? 주말 오후 한가롭게 소파에 누워 뒹굴거리고 있는 내 모습이 약간 낯설게 느껴졌다. ‘하루 종일 집안에서만 늘어져 있던 게 얼마 만인가?‘ 핸드폰에 저장된 학교 일정 메모장을 열어봤다. 그동안 적어 놓았던 학교 관련 스케줄 목록은 손가락으로 몇 번을 계속해서 내려볼 정도로 주루룩~ 쌓여있었다.


***


01월 13일(토): 재미난 중등 모꼬지 (신입가정 환영회)

02월 24일(토): 학교 겨울 대청소 (겨울방학 개학 전 대청소)

03월 01일(금): 열음식 (학교 개학 및 입학식. 삼일절 휴일)

03월 10일(일): 책책산중 (재미난과학책 모임)

03월 23일(토): 재미난학교 교육철학의 이해 (학부모 교육)

03월 24일(일): 라바축구 (마을배움터 수유재 행사)

03월 30일(토): 재미난학교 통합교육의 이해 (학부모 교육)

03월 31일(일): 중등1학년 가정모임 (아이와 부모들 친목 모임) *산책모임 발기일

04월 06일(토): 손에 손잡고 (어울림위원회 미션 수행)

04월 10일(수): 수유비어 탐방 (마을협동조합 번개 모임. 총선 임시휴일)

04월 14일(일): 책책산중 (재미난과학책 모임)

04월 20일(토): 학교 소개자료집 회의 (학교 홍보책자 제작)

04월 21일(일): 산책모임 (삼각산재미난학교 책을 쓰는 모임) *산책모임 첫 회의

04월 26일(금): 학부모 자기활동 (학부모 돌봄&일일 수업. 개인 휴가)

04월 27일(토): 대안교육연대 축구한마당 (전국대안학교연합 축구대회)

04월 28일(일): 재미난카페 대청소 (마을공유공간 대청소)

05월 05일~ 06일(일/월): 산책모임 (워크샵 - 책의 방향과 소재, 목차 회의. 대체휴일)

05월 12일(일): 책책산중 (재미난과학책 모임)

05월 15일(수): 산책모임 (첫 원고 제출. 광복절 휴일)

05월 25일(토): 재미난카페 청소 (마을공유 공간 주간 청소 도우미)

05월 26일(일): 산책모임 (원고 취합 후 첫 합평)

06월 01일(토): 상반기 학교설명회 (아이 돌봄 도우미)

06월 16일(일): 책책산중 (재미난과학책 모임)

06월 29일(토): 20주년 기념 포럼 (‘대안교육의 미래, 함께 길을 찾다’ 참관)

07월 14일(일): 재미난푸줏간 (20주년 기념사업 펀딩 모금 활동)

08월 04일(일): 산책모임 (여름 방학 기념 단체 물놀이)

08월 10일(토): 재미난도서관캠프 (미션도우미)

08월 17일(토): 학교 여름 대청소 (여름방학 개학 전 대청소)

08월 24일(토): 학교 소개자료집 회의 (학교 홍보책자 제작)

08월 31일(일): 산책모임 (전체 원고 합평, 투고기획서 준비)

09월 07일(토): 907 기후정의행진 참가 (강남역 일대 기후, 환경 프로그램 참가)

09월 08일(일): 어울림위원회 영화단체 관람 (발달장애 독립영화 ‘그녀에게’)

09월 22일(일): 학교 소개자료집 회의 (학교 홍보책자 제작)

09월 28일(토): 강북 캠퍼스 피크닉 참가 (지역 축제 내 학교 홍보 부스 행사)

09월 29일(일): 늘보반점 (재미난 쿠폰 이벤트)

10월 01일(화): 산책모임 (원고 합평과 출판사 투고 회의 *임시공휴일)

10월 06일(일): 재미난카페 일손 지원 (기증물품 정리정돈 도우미)

10월 12일(토): 재미난한마당 (연례 학교 축제)

10월 13일(일): 책책산중 (재미난과학책 모임)

10월 19일(토): 퍼레이드로 만나는 ‘신비한 멸종위기 동물 사전’ (멸종위기 동물 인형탈 퍼레이드)

10월 20일(일): 대안교육한마당 먹거리 판매 메뉴 회의 (20주년 기념사업 펀딩 모금 활동)

11월 02일(토): 대안교육한마당 부스 행사 (먹거리 판매)

11월 09일(토): 학교 하반기 입학설명회 (아이 돌봄 도우미)

11월 15일(금): 도서관잔치 (먹거리 장터 도우미. 개인 휴가)

11월 17일(일): 책책산중 (재미난과학책 모임)

12월 14일(토): 마무리잔치 + 20주년 행사 (학교 마무리 축제 + 20주년 기념행사)


***


올해 특별히 진행되는 20주년 기념행사들을 제외한다 하더라도 내년, 내후년까지 이런 패턴들은 엇비슷하게 흘러갈 것이다. 따지고 보면 이건 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산책모임 덕분(?)이다. 학부모 입장에서 학교의 관찰일기를 쓰려면 그만큼 학교의 이런저런 활동들을 몸소 경험해 봐야만 했고, 그 덕에 학교 행사나 소소한 일거리에도 자주 참여하는 부류의 학부모가 되었다. 그리고 내년에도 줄기차게 학교 행사나 일거리들을 쫓아다닐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도 다다르게 됐다. 매년 한 권씩 3부작의 책을 쓰기로 했으므로…


누구를 탓하랴! 아이가 재미난학교를 선택했고, 부모로서 아이의 선택을 지지해 주었고, 산책모임은 심지어 내가 앞장서서(?) 학부모들을 끌어 모으기도 했다. 그 결과 메모장의 목록처럼 나의 주말은 저렇게 꽉 차게 됐다. 아이가 초등학생일 때 주말을 떠올려 보면 지금과는 사뭇 딴판이었다. 소파에 꾸덕하게 눌어붙은 가로본능 나무늘보가 되어, TV를 보다가 낮잠을 자고, 가끔씩 외출하는 게 일상의 풍경이었다. 좋게 표현하면 한가로움이요, 다르게 보면 권태로움이다. 해서 사라진 주말이 아쉽거나 아깝지는 않다. 어차피 TV나 보고 있었을 주말일 테니까!

이전 11화 제가 학생회 대표인단이 된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