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불안함’이 있다고 했다. 다들 유쾌하고 구김 없어 보이는데, 재미난학교 학부모의 입에서 나온 의외의 말이었다. 남들과 다른 길을 간다는 건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인가 보다. 아이들에 대한 미래의 불안함은 이곳에서도 체세포 분열하듯 스멀스멀 자라고 있는 것 같다.
대안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이 종종 듣는 질문 중 하나가 대안학교에 다녀서 어떻냐는 것이다. 아이들은 대안학교를 다녔던 경험만 있을 뿐 다른 학교에 대한 비교 경험도 없고, 그저 늘 다녔던 학교일뿐이다. 고로 이런 질문을 들을 때면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곤란해진다고 한다. 이 질문은 대안학교 학부모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공식이다.
내가 약간 놀랐던 점은 이곳 학부모들은 오히려 국공립학교를 궁금해한다는 것이다. 국공립학교를 다녀본 적 없는 이곳 학부모들에게는 당연한 궁금증일 수도 있겠다. 학교와 담을 쌓고 살았던 나도 모르긴 매한가지지만, 아이가 이런저런 학원 뺑뺑이를 평균적으로 했던 탓에, 하교 후 밤늦게까지 빽빽한 스케줄을 보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어쩌다 아빠가 휴일이 생기더라도 학원 진도 때문에 시간을 뺄 수 없어, 나 혼자 집에서 방콕 했던 기억들도 있다.
선행학습과 학원 문제는 참으로 어려운 고차원 방정식이다. 현재 교육방식은 잘 못 됐다고 많은 사람들이 입을 모아 말하지만, 정작 자신의 아이들은 학원으로 보내게 되는 현실을 마주한다. 다들 선행학습을 하는데, 혼자 경쟁에서 뒤처질 수 없다는 이유다. 같은 이유로 다른 학부모들 역시 선행학습을 시키게 되고, 이 방정식은 뫼비우스 띠처럼 계속되고 있다.
요즘은 자기주도 학습이나 창의교육이 강조되고 있다. 동시에 여전히 학원가에는 밤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고, 아이들은 책상에서 졸린 눈을 비비며 국영수 과목을 줄줄줄 외우고 있는 땅 위에 우리는 살고 있다. 머리로는 창의교육을 생각하지만, 마음으로는 대학 입시에 목을 매는 것이 현실이다. 교육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데는 찬성하지만 결코 학원과는 결별할 수 없다.
재미난학교 학부모들도 알 듯 모를 듯 비슷한 고민이 있는 것 같다. 공교육과는 다른 대안교육을 선택했고 그 선택이 옳은 길이라고 굳게 믿고 있지만, 한편으론 아이들의 미래를 떠올렸을 때 찾아오는 불안함까지는 어쩌지 못하는 것 같다. 불안함은 바늘구멍 같은 틈새만 보여도 그림자처럼 어디든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세상을 뿌리째 뒤흔들고 있는 혼돈의 시대다. 과거로부터 축적된 기성세대의 지식과 교육방식이 미래를 살아가야 하는 아이 세대에게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는지 솔직히 모르겠다. 결코 결별할 수 없는 학원의 선행학습도 이런 시대에 필요한 것인지 의문일 뿐이다. 몇 년 뒤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무엇을 가르치는 게 현명한 것인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고민들에 빠질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정말 답이 없는 것 같다. ‘아이가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대학교는 갈 수 있을까?’ ‘꼭 가야만 되나?’ ‘그래도 요즘 세상에 대학교는 가야 하지 않나?’ ‘하고 싶은 일만 찾으면 되는 거 아닌가?’ ‘그걸 잘 찾을 수는 있으려나?’ ‘뭐해 먹고 살까?’ ‘이런 고민은 언제까지 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