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시시. 숨길 수 없는 즐거운 표정. 까불까불함이 찐득하게 묻어나는 포즈. 어깨춤이 절로 나는 아우라! 아이의 등교 모습이다. 재택을 하는 와이프가 매일 아침 사진을 보내준다. 나는 매일매일 보내주는 이 사진이 너무 좋다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너무나 좋다. 나의 저렴한 어휘력이 아쉬울 따름이다. 그만큼 아이의 등교 사진을 보고 있자면 매일이 흐뭇하다.
어떤 날은 엉덩이를 씰룩씰룩~ 어떤 날은 양손을 흔들고 바이바이~ 또 어떤 날은 깨방정 자세로 집 앞을 나선다. 학교를 옮겼을 뿐인데 등교 길이 이렇게나 신명 나는 걸까? 환경은 생각보다 정말 많은 영향을 미치나 보다. 학교가 가기 싫어 뚱하고, 퉁퉁 불은 얼굴로 등교했던 초등시절을 떠올려보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시간이 한참 지난 것도 아닌, 이제 막 중등입학 초반이니 불과 몇 달 사이에 일어난 대반전이다.
아이는 친구 한 명 없는 재미난학교 중등에 입학했다. 생활환경도 모두 바뀌었다. 태어나서 줄곧 살았던 집 주변의 또래 아이들, 만만하게 드나들었던 가게, 놀이터, 학원 등등이 모두 바뀌었다. 처음부터 하나하나 다시 정을 붙이고 새롭게 출발해야 했다. 아이는 아는 이웃과 친구 한 명 없는 휑~한 동네에서 자신의 힘으로 친구를 사귀고 울타리를 넓혀야 했다. 물론 나도 와이프도 그건 마찬가지다.
아이는 친구 관계가 서툴렀다. 붙임성도 사교성도 고만고만했고, 그런 이유로 친구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늘 친구들을 그리워했다. 외동이라 집에서 같이 놀 또래가 없어, 엄빠랑 대부분 시간을 보냈다. 어쩌다 친구들이랑 함께 놀 기회가 생기면 신이 나서 펄쩍펄쩍 뛰었다. 또래들 사이에 먼저 다가가지 못하고, 누군가 같이 놀자고 손을 내밀어 주면 그제야 뒤섞여 함께 놀았다. 안타깝기도 했지만 본인이 스스로 극복해야 할 문제라 생각했다.
재미난학교 겪어보기를 하러 간 날 아이의 긴장되었던 얼굴이 기억난다. 와이프는 사진을 내게 보내주었다. 떨린다는 말을 엄마에게 남기고 학교로 들어갈 때 표정이라고 했다. 잔뜩 쫄아있었다. 그날 저녁 아이는 놀랍게도 너무 재밌었다고 말했다. ‘학교 이름이 재미난학교라 그런지 재미 하나는 확실히 보장되나?’ 아이는 3일간 학교 겪어보기를 마친 후 스스로 재미난학교로 입학을 결정했고, 지금은 매일 아침 그렇게 들뜬 채로 학교로 향한다.
아이가 즐거워하니 나와 와이프도 덩달아 동네에 애정이 갔다. 부모 마음은 다 똑같은 거 아니겠나. 아침마다 아이의 흐뭇한 사진을 볼 때면 재미난학교에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학교 행사와 학부모들과의 만남도 부담보단 재밌는 사교 모임으로 느껴진다. 교사들과 학부모들이 종종 이런 말을 건넨다. “왜 이제서야 왔냐고, 초등 때부터 다녀서 9년은 다녔어야 했는데...” 그럴 때면 나도 한마디 건넨다. “그러게. 진작에 좀 알려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