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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람 Jan 01. 2024

데스커, 견고한 정체성 위에 브랜드를 쌓아 올리다

분명한 정체성을 가진 브랜드가 가진 힘

일하기 싫어도 해야만 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책상 앞에 앉는 일이다. 책상에 앉는 것은 이제부터 뭔가를 하겠다는 일종의 선언이자 자기 암시다. 이 의식을 마치고 나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쌀 한 톨만큼이라도 일을 하게 되어 있다. 데스커(DESKER)는 이 의식을 이렇게 말한다.


가능성 앞으로



데스커의 2021년 광고 갈무리


데스커만의 문법


사무 가구의 역할을 정의하다


데스커는 가구 전문 브랜드 퍼시스가 선보인 사무 가구 브랜드다.


사무 가구는 일반 가구와 무엇이 다를까.


일반 가구는 집주인의 취향에 맞는 디자인, 다른 인테리어와의 어울림이 중요하다. 반면 사무 가구는 데스크톱이나 노트북 같은 업무용 기기를 사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어야 하고, 오랜 시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능성이 중요하다.


즉, 업무의 조력자로서 사용자를 신경 쓰이게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데스커가 브랜드 원칙의 첫 번째로 단순함(Simplicity)을 꼽는 이유다. 군더더기를 모두 덜어낸 디자인, 어디에 둬도 어색함이 없는 컬러 라인업, 멀티탭과 전선을 숨길 수 있는 트레이까지. 데스커가 선보이는 많은 가구들은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일하는 사람들의 일상에 스며듦을 택한다.


또한 데스커가 맡은 조력자의 역할은 구매 과정에서부터 시작된다. 데스커로 사무실을 채우기로 결정했다면 고민해야 할 것이 많지 않다. 기껏 해야 사이즈와 컬러, 어떤 환경에서 쓸지(노트북, 데스크톱 등) 정도다. 불필요한 고민을 하는 데 쓰는 에너지를 줄이고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본질(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조력자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책상을 새롭게 정의하다


데스커의 네이밍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책상을 의미하는 데스크(DESK)에 사람이나 주체를 뜻하는 접미사 er를 붙여 직관적이고 대표성 있는 이미지를 완성했다.


그렇다면 왜 하필 데스크인가. 데스커는 책상을 다양한 생각이 펼쳐지는 곳,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한 바탕이 되는 곳으로 정의한다. 책상은 생각을 구현하는 도구(노트북, 데스크톱, 노트 등)와 사용자를 이어주면서, 동시에 도구를 받쳐주는 물체다. 사무 가구가 수행하는 조력자의 기능을 가장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바로 책상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일을 하기 위해, 즉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도 책상 앞으로 가는 것이다. 데스커 책상 앞으로 가는 것은, 훌륭한 조력자와 함께 '가능성 앞으로' 가는 것과 같은 의미다.



가능성으로의 초대


데스커는 타깃을 '더 나은 삶을 위해 무언가를 시작하는 사람들'이라고 정의한다. 이 타깃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뉘는데, 커리어 성장을 추구하는 스타터와 합리적 소비를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 고관여자다. 특히 브랜드 론칭 초기에는 전자의 타깃을 중심으로 브랜드 캠페인을 진행해 왔고, 현재도 굵직한 캠페인은 모두 전자에 집중되어 있다. 후자보단 전자의 타깃이 브랜드가 시작된 맥락과 더 맞닿아 있고, 엣지 있기 때문일 것이다.



Office Change,

사용자 앞에 가능성을 배달하다


데스커는 사무 가구를 바꾸면 더 효율적이고 몰입해서 일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하지만 이 메시지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 특히 데스커의 초기 타깃인 스타트업은 투박한 사무 가구로도 그럭저럭 일을 해왔기 때문이다.


데스커는 한 회사의 사무 가구를 모두 바꿔줌으로써 이 의구심을 정면돌파한다. 이 캠페인이 바로 '오피스 체인지(Office Change)'다. 오피스 체인지는 스타트업 업무환경 개선 프로젝트로, 매월 각기 다른 테마의 소규모 기업을 선정해 사무 가구를 지원한다.


(이미지 출처: 데스커)


가구는 하나만 바꾸기 어렵고, 하나만 바꿔선 차이를 느끼기 어려운 현실을 잘 아는 데스커의 결단력과 자신감이 돋보인 캠페인으로, 스타트업의 조력자로 포지셔닝한 데스커의 컨셉이 절묘하게 실체화된다.



Work on the beach,

가능성의 영역을 확장하다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가 확대되기 시작한 것은 데스커에게 위기이자 기회였다. 데스커는 사무 가구가 있어야 할 장소를 오피스로 한정하지 않고 재택근무, 워케이션이 증가하는 현실에 맞게 변주한다. 그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브랜드 캠페인 중 하나가 양양 죽도 해변에서 진행된 데스커 워케이션 프로그램이다.


(이미지 출처: 데스커)


데스커는 강원도 양양에 워케이션 센터와 라운지를 만들어 일을 하는 모든 사람을 초대한다.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데스커의 가구를 이용할 수 있고, 다양한 취미 클래스를 운영해 데스커 워케이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이들의 일상을 더 풍요롭게 만든다.


'워크 온 더 비치'는 오피스 체인지보다 더 개인화된 방식으로 삶에 깊숙이 들어온다. 오피스 체인지가 데스커가 약속한 핵심 가치인 'Work Smarter'를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면 Work on the beach는 'Work Smarter'와 'Live better'라는 두 가치를 동시에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Differ,

조금 더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가능성


오피스 체인지와 워크 온 더 비치가 사무 가구를 들어다 사용자 앞에 갖다 놓은 '묵직한' 캠페인이라면, 디퍼(Differ)는 조금 더 캐주얼하고 일상적인 방식의 프로젝트다.


디퍼는 일하는 사람들의 일상과 성장을 이야기하는 콘텐츠 플랫폼으로, 유명인사를 인터뷰하기보다 조금 더 친숙한 스타터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브랜드가 발행하는 인터뷰 콘텐츠. 어찌 보면 전혀 새로울 게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디퍼의 웹·앱 어디서든 사무 가구에 대한 이야기를 찾기 어려운 게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타인의 책상(데스커의 표현을 빌리면 '저마다의 우주')을 엿볼 수 있는 것 정도. Owned media에서 브랜드의 색채를 지운 것이다.


홍 팀장은 "데스커가 가구를 직접 볼 수 있는 본체라면, 디퍼는 브랜드 미션을 경험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의 역할"이라고 정의합니다.

"팬을 만들기 위해서는 상업적인 이야기부터 멈춰야 했어요. 대신 진정성 있는 콘텐츠를 만들었죠. 그랬더니 사람들이 우리 브랜드를 알리기 시작했어요. 제품이 아닌 브랜드의 가치를 전달했더니 '팬'이 생긴 거죠"

(출처: 폴인, '데스커: 일잘러의 도구가 되다 1')


브랜드 마케팅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브랜드 색채를 지워야 한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그걸 실천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디퍼는 타인의 삶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우리 각자의 가능성을 가까이 들여다보게 만든다.



데스커의 브랜딩


데스커의 브랜딩은 잘 짜인, 하지만 자연스럽고 간결한 그들의 가구 같다.


일의 가치를 이야기하면 어쩐지 촌스러워 보이는 시대, 그럼에도 꿋꿋하게 제 할 일을 하며 성장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있다. 데스커는 그들의 조용한 조력자로서 그들을 '가능성 앞으로' 이끈다.


데스커는 제품과 광고뿐만 아니라 브랜드 전략으로도 그들의 핵심 가치인 본질(Fundamental)과 확장(Expanding)을 실현해 나가고 있다. 코로나19와 재택근무 확대에도 유연하게 브랜드 캠페인을 전개해 나갈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스스로를 '사무 가구 브랜드'가 아니라 '시작하는 사람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파트너'라고 정의했기 때문일 것이다.


명료하고 단단한 정체성을 가진 브랜드가 어떻게 본질에 집중하면서 확장해 나가는지, 브랜드 정체성이 어떻게 브랜드 캠페인으로 전개되는지 알고 싶다면 우리는 데스커의 발자취를 보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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