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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람 Jan 08. 2024

캐치테이블, 미식 이상의 '차별'을 판매하다

일상적 행위를 특별하게 파는 방법

특별한 날이면 찾게 되는 앱이 있다. 바로 캐치테이블이다. 하루를 좀 더 근사하게 보내고 싶을 때, 좋은 곳에서 식사를 대접하고 싶을 때 예외 없이 캐치테이블을 찾게 된다. 우연히 알게 된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의 인스타그램을 찾아갔을 때 예약은 캐치테이블을 이용해 달라는 문구가 있는 것이 이제는 당연하게 느껴진다.


캐치테이블이 정식 론칭한 지 1년이 막 지났을 무렵, <미쉐린 가이드 2022>에 선정된 레스토랑의 79%를 입점시켰을 정도니 태생부터 '캐치테이블=특별한 날에 갈만한 레스토랑을 예약하는 곳'이라는 공식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캐치테이블이 파는 가치


편리함 이상의 '특별함'


캐치테이블을 기능적으로만 보면 파인 다이닝이나 웨이팅이 필수인 레스토랑을 전화 없이 예약할 수 있는 예약 플랫폼이다. 그러나 캐치테이블이 파는 건 이와 같은 단순한 편리함이 아닌 '특별함'이라는 감각에 가깝다.


특별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사전에서는 특별함을 '보통과 구별되게 다르다'라고 정의한다. 결국 일상적이고 흔하게 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닌, 희소성 있는 경험을 의미하는 것이다.


캐치테이블에서 예약 가능한 CGV 씨네드쉐프 다이닝코스와 미슐랭 레스토랑


캐치테이블은 서비스 론칭 초반부터 희소함이라는 가치를 다양한 방식으로 판매해 왔다. 미식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알만한 <미쉐린 가이드 서울>에 선정된 미슐랭 레스토랑과 제휴하는 것부터 시작해 최고급 영화관에서 수준급의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씨네드쉐프'를 자사 플랫폼에 입점시키고, 롯데백화점 우수고객에게만 발급되는 신용카드 이용자에게 레스토랑 바우처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 모든 캠페인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키워드는 '구분'과 '차별'이다. 매일 먹는 음식과 미슐랭 레스토랑의 음식, 언제든 갈 수 있는 영화관과 그보다 몇 배는 더 비싼 프리미엄 영화관, 아무나 발급해 주지 않는 우수고객 전용 카드까지. 일상과 비일상성, 평범함과 특별함을 분명하게 구분함으로써 캐치테이블을 이용하면서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함이라는 가치를 실체화해 냈다.


이러한 방식은 제휴처의 권위를 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사 고객에게도 비슷하게 적용된다. 캐치테이블 VIP 고객에게만 특별한 코스요리를 제공하거나, 예약이 어려운 레스토랑의 일부 자리를 선점해 제공하는 '캐치 더 테이블' 캠페인이 그 예다.


앞선 제휴 마케팅이 특별함을 선망하는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 위함이었다면, '캐치 더 테이블은' 불러 모은 사람들 중 캐치테이블의 뮤즈(주요 타깃)를 가려내는 캠페인이라 할 수 있다.



미식은 평범할 수 없다


물론 캐치테이블을 통해 예약할 수 있는 레스토랑이 미슐랭이나 파인 다이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합리적인 가격에 훌륭한 음식으로 사람들을 줄 세우는 '웨이팅 맛집' 역시 캐치테이블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대개 일부 상권에만 입점하거나 하루에 판매하는 개수를 제한하여 희소성을 판매하는 맛집들이다.


즉, 캐치테이블이 판매하는 희소성은 가격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캐치테이블 앱 화면 갈무리


이 때문인지 캐치테이블은 브랜드 네이밍, 디자인, 커뮤니케이션 메시지에서 고급화 전략을 취하지 않는다. 그저 '즐거운 미식생활의 시작'이라는 슬로건만 있을 뿐이다. 미식이라 하면 값비싸고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연상되지만 단어의 의미를 찾아보면 그렇지 않다. 그저 '좋은 음식(또는 그런 음식을 먹음)'을 뜻하는 말이다. '좋다'라는 건 보통 이상의 수준, 만족감을 내포하지만 이 기준은 절대적이지도, 금전적 기준만큼 껄끄럽지도(?) 않다.


캐치테이블은 '미식'이라는 보통 이상, 그러나 다양한 가치를 포용할 수 있는 언어를 통해 차별적인 가치를 안전하게 얻어냈다.



플랫폼이 권위를 갖는 방법


캐치테이블의 초기 커뮤니케이션을 보면 미슐랭 레스토랑이나 CGV 씨네드쉐프, 롯데백화점 VIP 등 기존 플레이어들이 가지고 있는 권위를 잘 활용한다. 캐치테이블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플랫폼이 초기에 취하는 효과적인 전략 중 하나다.


그러나 다른 브랜드의 권위에 기대어 브랜딩을 하는 것만큼 지속하기 어려운 것도 없다. 제휴처가 줄어들면 자연히 사라지는 가치일 뿐만 아니라 유저의 최종 경험(레스토랑 음식, 분위기 등)에 플랫폼에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현저히 적기 때문이다.


캐치테이블은 이 다음 단계의 답을 데이터에서 찾았다. 큐레이션을 통해 자신만의 브랜드 자산을 만들고, 플랫폼으로서 영향력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캐치테이블의 큐레이션


데이터를 활용해 입문용으로 방문하기 좋은 파인 레스토랑을 추천하고, 아직 핫 플레이스는 아니지만 주목할 만한 맛집을 소개한다. 분위기 좋고 인기 많은 레스토랑을 가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비주류의 희소성, 나만 알고 싶은 맛집을 알아가는 즐거움까지 제공한다.



캐치테이블의 브랜딩


브랜드는 목장 주인들이 자신의 소와 다른 목장의 소를 구분하기 위해 낙인을 찍는 데서 시작된 개념이라고 한다. 즉, 구분과 차별화 자체가 브랜드의 목적인 것이다.


이러한 어원을 생각해 보면, 구분과 차별을 통해 브랜드로서 차별화하는 데 성공한 캐치테이블이야말로 목적과 수단이 완벽하게 일치한 브랜드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즐거운 미식 생활의 시작'을 자처한 캐치테이블이 어떻게 미식 생활의 시작을 연장해 갈지, 그리고 그 속에서 어떤 구분점을 만들어 나갈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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