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신문 [국제면] 읽는 방법
경제신문 [국제면]
우리나라는 누가 뭐래도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이다. 따라서 수출 상대국이 어려워지면 함께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특히 수많은 교역국 중에서 가장 신경 써야 할 국가는 우리나라의 수출비중 1, 2위를 차지하는 중국과 미국이다. 실제로 2020년 기준으로 중국이 25.8%, 미국이 14.5%의 수출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UN 산하 기구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글로벌 상품 무역에서 중국이 14.7%의 비중으로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각각 2위, 3위를 차지한 미국(8.1%), 독일(7.8%)보다 훨씬 높은 비중이다.
반대로 수입규모는 미국이 가장 많다. 지난해 세계 각국의 수입총액은 16조5140억달러로, 이중 미국이 14.6%(2조4075억달러)를 차지했다. 중국은 12.4%(2조558억달러)로 2위였다. 그래서 중국은 세계의 공장, 미국은 소비대국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따라서 두 국가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국제면에서 미국과 중국과 관련된 경제지표, 정책, 금리 등의 기사가 나온다면 절대 그냥 지나치지 말아야 한다.
✅국제면 필독 기사 '반도체'
국제면에 자주 등장하는 중국과 미국의 반도체 관련 정책기사는 반드시 챙겨봐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나라가 미국과 중국에 수출하는 품목 중 '반도체'가 늘 1~2위 안에 항상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미국에 수출하는 상위 품목 Top3는 2020년 기준으로 자동차, 반도체, 자동차 부품 순이다. 자동차는 거의 10년 간 1위 자리를 지켜왔고, 반도체는 순위가 꾸준하게 올라왔다.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중국에 수출하는 상위 품목 Top3는 2020년 기준으로 반도체, 합성수지, 평판디스플레이 및 센서 순이다. 반도체는 2015년 이후로 꾸준하게 수출품목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은 한국에 수년째 부동의 큰손이다. 실제로 2020년 한국의 반도체 수출량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40%에 달했다.
따라서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정책 및 반도체 기업의 사업방향에 따라 우리나라의 반도체 기업의 사업방향도 달라지기 때문에 관련 정보를 살펴보면서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국제면에서 미중 간 반도체 패권 경쟁이 심해진다는 기사를 봤다면 우리나라에서 반도체 산업을 주도하는 삼성전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보는 거다. 이 때도 앞서 언급한 과거 사례 분석을 적용해보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경우에는 1986년 미국과 일본의 반도체 협정 이후 일본 업체 몰락으로 글로벌 반도체 선두주자로 도약할 수 있었고, 2020년에 미국의 중국 화웨이 기업 규제로 인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었다. 다만 최근 중국에 대한 미국의 반도체 규제는 ‘미국 반도체 산업의 자립’이기 때문에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과 미국 사이에 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수 있다. 이렇듯 과거 사례를 참고하면서 국제면에서 보이는 반도체 관련 이슈가 단순히 미국과 중국만의 문제가 아닌, 그로 인해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에 미치는 긍정적·부정적 영향들을 함께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국제면 읽기 전에 반드시 알아야 할 배경지식은 미국과 중국의 전쟁이다. 여기서 말하는 것은 실제 폭탄과 총으로 싸우는 물리적 전쟁이 아니라 총성 없는 패권전쟁을 의미한다. 미국과 중국은 반도체 전쟁, 화폐전쟁, 무역전쟁, 환율전쟁, 기술전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싸우고 있다. 왜 이렇게 싸우는 걸까? 바로 중국이 계속해서 세계 1위 강대국 자리를 뺏어오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은 전기차, 반도체 등 10개 하이테크 분야에서 제조업 초강대국이 되겠다는 '중국제조 2025', 2035년에 선진국 수준 제조기술을 달성하겠다는 '중국표준 2035' 등의 정책을 통해 세계 1등이 되겠다는 포부를 당당하게 밝히고 있다. 이에 현재 세계 1등인 미국이 기분이 좋을 리 없다. 그래서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은 세계 1등이 되기 위해 계속해서 부딧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결국 무역전쟁, 반도체 전쟁이라는 타이틀에 '패권'이라는 본질을 숨기고 서로 다투고 있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에 집착하는 이유
미국과 중국의 여러 전쟁 중에서 가장 피 튀기게 싸우는 곳은 '기술패권전쟁'이고, 기술 패권전쟁의 중심은 '반도체 패권전쟁'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시작되면서 세계 각국은 첨단 기술을 주도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특히 미래를 선도하는 기술 5g, AI, 자율주행 등 모두 반도체 없이 성장할 수 없기 때문에 반도체 기술패권을 장악해야만 세계 최강국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이렇듯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서 핵심 역량인 반도체 주도권 확보를 위한 '반도체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이에 중국은 2015년에 중국 제조업을 2025년까지 10년간 독일과 일본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야심 찬 '중국제조 2025'를 발표했는데, 즉 제조업 강대국이 되겠다는 전략이다. 이 전략에는 반도체에 170조원을 쏟아붓고,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로 높이겠다는 계획이 있다. 중국이 반도체 패권을 잡게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2021년 4월에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전 세계 반도체 기업들 불러다가 미국 내 반도체 생산 투자에 협조하라고 입김을 불어넣었듯이, 중국도 이렇게 될 수 있다. 중국의 입김으로 반도체 수급이 어려워지면,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 전 세계 국가들이 흔들릴 수 있다.
지금까지의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전쟁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중국의 반도체 자립 계획)를 견제하기 위해 미국의 반도체 장비를 중국 기업에 공급하지 않게 하는 등의 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을 직접 제재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하지만 지금은 반도체 자체 생산을 늘리는 미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사슬 구축 형태로 전략이 바뀌었다. 즉, 미국의 '반도체 자국주의'가 강화된 건데 현재 반도체 생산 구조를 보면 왜 전략이 달라졌는지 이해할 수 있다.
미국은 한때 반도체 시장을 선도했지만, 현재는 한국과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이 세계 반도체 제조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바로 미국의 반도체 기업들이 파운드리 대신에 '팹리스'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참고로 파운드리는 생산을, 팹리스는 설계를 의미한다. 즉, 파운드리는 반도체를 대신 만들어주는 건데, 설계도를 받아 생산만 기업을 말한다. 반대로 팹리스는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지 않고 설계 및 기술 개발만 하는 기업을 말한다. 미국의 반도체 기업들이 팹리스 모델을 택한 건 수익성이 높기 때문이다. 팹리스 모델을 선택하면 공장 건설, 생산설비에 필요한 수십조원의 투자와 유지 비용을 아끼고 설계 역량 강화 등에 집중시킬 수 있었다. 대신에 생산능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세계 반도체 생산능력의 상당 부분은 아시아로 넘어가게 됐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2000년 24%에 달하던 미국의 반도체 생산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에 12%까지 감소했다.(대만 22.9%, 한국 21.4%, 중국 17%) 또한 기술 진화에 따라 점점 난이도가 높아지는 제조 기술 분야에 대한 미국 기업들의 투자가 지지부진했다는 점도 한 몫했다. 실제로 퀄컴, 엔비디아, AMD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자리 잡고 있지만 이 기업들은 칩을 설계만 하고 실질적인 생산은 대만 TSMC와 삼성전자 등이 맡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이렇게 매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국제면에서 미중 반도체 패권전쟁 관련 기사를 볼 때는 이러한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이 어떤 대처를 하고 있고, 반사이익을 보는 기업이나 국가는 어디인지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글은 제 저서 『투자하려면 경제신문』의 주요 핵심내용을 발췌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은 책을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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