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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ed Enabler May 01. 2022

지금을 살고 있는 나에게

한 달에 번 하는 정기 독서모임이 있다.

코치님들과 진행하는 모임인데 한 권이 끝나면 돌아가면서 읽을 책을 추천한다. 이번엔 '격려 기술'(학지사)이라는 책이 선정되었다.

제목을 듣고, '헐... 재미없겠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 제목도 재밌게 잘 짓던데, 격려 기술이라니... 찾아보니 2012년 발행된 책이었다.


첫인상의 불평이 무색하게도, 책을 읽는 내내 줄도 긋고, 포스트 잇도 달고, 문구도 써가며 읽었는데 포스트잇이 너무 많이 달려버렸다.



그중에 마음에 크게 남은 문장이 있었다.

당신 자신에 대해 열광하라

열광 = 너무 기쁘거나 흥분하여 미친 듯이 날뜀, 또는 그런 상태


잠시 생각해본다.

내가 나 자신에 대해 너무 기쁘고, 기대되고, 한 마디로 난 나의 팬인 적이 있었는지...


평소에 나는 나 자신에게 칭찬 한 마디는커녕,

'아유, 또 게으르게...'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돼, 너 좀 정신 차려'

기대하는 어떤 것을 해내면,

'응? 생각보다 쉬웠네, 그다음엔 뭘 하지?'

해낼 수 없도록 해낼 때까지 걱정과 채근... 아마 그런 연속이지 않았던가.

나는 없고, 내 역할과 기능만 있는 상태...

그래서 이 문장에 크게 걸렸나 보다.




며칠 전, 아이의 반에서 학부모 참여수업을 했다.

줌으로 진행되어 모든 아이들의 발표를 볼 수 있었다.

한 명 한 명 자신이 잘하는 것, 듣고 싶은 말, 되고 싶은 나를 발표하는 시간에 한 아이가 했던 말이 쉽게 지워지지가 않았다.

'저는 저를 바꾸고 싶어요.'

선생님이 물으셨다. '너는 너의 어떤 부분을 바꾸고 싶니?'

아이가 담담히 조용히 대답했다. 

'저 자체요. 전부 다요.' 


아이는 무엇 때문에 자신을 다 바꾸고 싶어 했을까? 그날 그 아이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나는 내 아이가 어떤 마음이길 바라는가?


'난 나에게 열광하지 않아. 난 자신 없고, 초라해. 난 너무 바쁠 뿐이야. 난 내가 뭘 하는지 도통 모르겠어'

난 나 자신, 내 아이의 어깨가 처지기를 바라지 않는다.

난 나와 아이가 이 아닌 앞을 보며 당당함치는 어깨를 갖기를 바란다.


아이에게 책의 구절 보여주며, '너는  자신에 대해서, 네가 좋아하는 나영석 PD님처럼 좋고 팬이고 싶은 마음이 있어?'라고 물었다.

아이는 '응! 난 그래'

'그래? 그건 어떤 거야?' 가 물었다.

'학기 초에는 내가 발표할 때 너무 긴장해서 잘 못했잖아, 지금은 용기 내어서 하고 있는데, 긴장되지만 씩씩하게 발표하는 나 자신이 너무 자랑스러워.'

자랑스러움.

아이는 한 발을 내어가는 자신에 대기대 지지, 응원을 하고 있었다.




얼마 알뜰 신잡에 연한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의 세미나를 듣게 됐다. 나는 생물학을 잘 모르지만, 김상욱 교수의 설명은 이랬다.


우리가 태아가 되는 과정 중, 수정란 상태에서 몸의 가장 먼저 생기는 부분은 바로 입과 항문이라고 했다.

결국 입과 항문은 하나의 연결 통로로 둥근 수정란에 홀이 생기는 것인데, 그 홀은 세포들의 자발적 죽음에 의해서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세포들의 자발적 죽음! 인간의 탄생에는 수억 마리 중 한 마리가 선택되야 하고, 그렇게 선택되고 결합된 수정란에서 태아로 자랄 때까지 부단하고 끈질긴 생명의 힘이 필요한 과정이 있다는 것이다.


러한 과정을 이겨내어 탄생한 아이가 나이고, 내 아이며, 나의 부모이고, 나의 친구들, 나와 함께 하는 이들이다.

그리고 여전히 지금 이 순간에도 내 안의 세포들은 지금 여기에 존재하기 위해 쉼 없이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다.


결과를 내지 않아도, 역할이 부족해도, 아무것을 하지 않아도 이 세상에 존재하고, 살아내고 있는 우리들은 그렇게 대단다.


그런 나에게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얼마나 열광하고 있는가?

오늘은 머릿속에 맴도는 문장을 입 밖에 내어 보며, 나와 그리고 내 아이에게 격한 격려를 해본다.

'나는 나 자신 모든 것에 열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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