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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이블루 Oct 06. 2020

서른, 연애에 대하여

느끼는 점이 참 많다..이게 바로 서른의 연애인가

일단 쉽지 않다.


연애는 참 쉽지 않다. 좋았던 시간은 솜사탕 한입이 녹아 사라지듯 사라졌다. 먹을 땐 좋았는데 끈끈한 설탕 결정들이 여기저기 들러붙어 몸이 영 편하지가 않다. 솔로로 지낸 2년 반의 시간 동안 누군가와 맞춰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었는지,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는 일이었는지 잊고 있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생각을 어림짐작하는 것은 굉장히 큰 에너지를 소요하게 만든다. 어림짐작은 말 그대로 어림하여 짐작하는 것이다. 정확하지 않은 내 판단과 결정으로 상대방의 상황과 생각을 추리하고 절망에 빠지기도 하고 혼자 위안을 얻기도 한다. 지금도 오지 않는 카톡을 보며 집에 무슨 일이 있는 거겠지. 유독 이번 주 한주가 힘들었던 거겠지. 나 혼자 어림짐작을 해본다.


도저히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답을 알 수 없다.


현명해진다는 게 '척'이 늘어나는 건가 싶다.


한번, 힘든 연애의 마침표를 찍으며 나 스스로 성장했다고, 이제 이전보다 현명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가져보았는데.. 도저히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답을 알 수 없다. 그냥 계속 해결책을 찾기 위해 이전 연애경험을 더듬어 나갈 뿐이다. 한동안은 달콤할 줄 알았는데.. 전 연애와는 다를 거라 믿었는데. 그건 그냥 믿음이었다. 사람은 달라졌지만 연애의 문제는 거의 동일하다. 마음이 참 씁쓸하다. 나이가 먹을수록 나의 감정에 더 솔직할 수 없어지는 것 같다. 왠지 더 깊게 생각하는 척을 해야 할 것 같다. 말 그대로 '척'. 현명해진다는 게 '척'이 늘어나는 건가 싶다. 이젠 '척'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겠다. 힘들다.. 마음이 고단하다. 내 어려움을 온전히 얘기하지 못하는 것이 고단하다. 모든 연애가 다 이런 것일까?


어떻게 현명하게 연애할 수 있을까?


연애란? 낯선 땅에서 한 번도 가꿔보지 않은 식물을 가꾸기 시작하는 것.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연애’란 혼인 관계에 의해 맺어지지 않은 남녀 간의 유동적이고 가변적인 사랑의 형식을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 '유동적이고 가변적'이란 말이 연애를 참 포괄적으로 설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동적이고 가변적이라니.. 너무 책임감 없는 표현이 아닌가..?


내가 생각하는 연애는 비유를 통해 말하면 낯선 땅에서 한 번도 가꿔보지 않은 식물을 가꾸기 시작하는 것이다. 비료를 얼마나 줘야 하는지, 물은 얼마나 자주 줘야 하는지 알 수 없는 것. 경험으로 느껴야 하는 것. 이 세상에 똑같은 땅은 없기에 직접 가꾸어야만 알 수 있는 것. 연애는 진정 한 사람의 삶에 들어가 낯선 땅을 함께 가꿔 나가는 것이다. 연애가 어려운 이유는 주인조차 자신의 땅을 어떻게 잘 가꿀 수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서툰 사람들끼리 하나가 아닌 두 개의 땅을 일궈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연애는 계속해서 물어보고 경험해서 그 땅에 대해 설명서를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닐까... 그렇지만 너무나 아무것도 모르는 나머지 가꾸기도 전에 포기하고 싶기도 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연애를 하다 보면 어림짐작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때로는 친구들의 추리에 기대어, 때로는 SNS에 떠도는 연애에 관한 글을 읽으며, 때로는 '이런 남자 or여자, 절대 만나면 안 된다!' 같은 자극적인 유튜브 타이틀에 이끌려. '내 여자 친구는 아니네!' 혹은 '내 남자 친구도 회피형인 거 같은데?'라고 짐작하며 불안에 떨기도 하고 안심을 하기도 한다. 우리는 타인의 말에 기대어 상대방의 설명서를 작성해간다. 그래서 우리가 작성한 설명서는 오로지 '내 연인'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이런 사람'에 대한 포괄적인 설명서가 되어버리는 것 같다.


그러나 설명서를 작성하려는 노력 자체로 우린 충분히 괜찮은 연인이다.


현명한 연애는 분명 타인에게 들은 정보만으로 내 연인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한 줄 글로 설명하기엔 간단한 이 답이 실제 상황에선 적용시키기가 너무 힘들다. 어떤 타이밍에 연락을 해야 되는지, 어떤 식으로 물어봐야 되는지, 어느 정도까지 물어봐야 하는지가 명확하지 않다. 타인에게 정보를 듣지 않고 상대방에게 들은 정보만으로 설명서를 적기엔 분명 한계가 있다. 그래서 나는, 현명한 연애는 설명서를 작성하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정의하기로 했다. (이 답은 아마 나이가 먹으면서 또 변하고 더 구체적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사실 연인을 이해하기 위해 설명서를 작성하려는 노력 자체로 우린 충분히 괜찮은 연인이다. 편하게 혼자 살 수 있음에도 낯선 땅을 가꾸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니 말이다. 앞으로 완성해나가야 할 설명서가 막연하게 느껴지긴 한다. 최대한 올바른 정보를 기입하면서도 때로는 타인의 정보에 기대기도 하면서, 차근차근 작성해 나가 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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