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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이블루 Oct 06. 2020

취업이 축하받을 일일까?

오로지 개인의 생각

대한민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우리는 미취업자, 취업자로 나뉜다. 미취업자는 속히 백수라 불린다. 백수들은 못난 것도 없지만 딱히 잘난 것도 아니므로 동창회, 동호회 등 어떤 모임에 나가기가 꺼려지고 어디에 가서 나를 소개하는 것이 부담스럽게 된다. 취업을 하게 되면 우리는 축하를 받는다. 여기저기서 축하 메시지를 받고 '이제야 사람 구실 하게 되는구나.'라는 말도 듣고 부모님의 행복한 표정을 볼 수 있다. 고등학생 때 대학교만 가면 인생이 탄탄대로 펼쳐질 거란 막연한 믿음처럼 취업만 되면 부모님 용돈도 드리고 옷도 사고 여행도 하고 그동안 못했던걸 다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성공한 사람이 된 것 같고 며칠 혹은 몇 달간은 어딘가 소속된 기분을 즐긴다. 그동안 안 나가던 모임에도 참석하고 당당하게 직장인이라 소개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회사에 다니면 다닐수록 시간과 자유는 사라지고 처리할게 산더미인 '남의 일'과 실적을 쌓아야 한다는 부담감에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가는 나를 보게 된다.


취업은 축하받을 일일까?


분명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


물론 축하받을 수 있는 일이다. 요즘은 취업이 어렵다고들 하고, 일정한 소득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은 삶에 안정감을 준다. 하지만 취업은 위로받아야 될 일이라고도 생각한다. 누군가의 눈치를 끝없이 봐야 하고 돈을 받는 대가로 기계처럼 반복된 업무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취업을 해서도 '내 일'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회사 업무는 그저 생활에 필요한 비용을 버는 수단이고 자기 계발은 퇴근 시간에 따로 하는 부지런한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내 주변을 봤을 때 그런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내가 소수의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취업을 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기계처럼 일해서 돈을 버는 행동이 축하받을 일인가? 분명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 나는 그저 돈벌이를 위해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며 무기력함이 늘어갔다.


진정 축하받을 일은 내가 존재하는 일이 아닐까?


친구들 중에 회사를 그만두고 자영업을 하는 친구들이 늘었다. 본인이 하고 싶었던 공방을 하며 유튜브를 하는 친구도 있고 요식업을 하는 친구도 있다. 진심으로 축하해줬다. 돈은 덜 벌 지언정 적어도 남의 일을 억지로 해주는 기계는 아니니까. 업무를 통해 자기 계발을 해나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내 경우는 아니었다. 내가 하는 일에 '나의 생각'이 줄어들고 '남의 생각'이 늘어나게 되면서 나는 일에 대한 애정이 점점 사라졌다. 때문에 간혹 뒤늦게 취업을 알게 된 이들이 축하한다는 말을 건네면 씁쓸한 웃음을 짓곤 했다.


남의 일을 처리해주는 사람이 아닌 진짜 내 일을 하게 되었을 때 '축하해요.'라는 말을 듣게 된다면 정말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될 수 있을 것 같다. 당장 생활 비용을 위해 취업을 하게 된 이들에게 '축하해요'라는 말을 쉽게 건넬 수 없을 것 같다. 그냥 조용히 어깨를 도닥여주고 싶을 것 같다. 우리도 얼른 '내가 존재하는 일을 찾자.'는 응원과 위로의 마음을 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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