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을 정기적으로 하다 보니 어떤 혈액형을 가진 사람들이 헌혈을 많이 하는지 또 어떤 성격의 사람들이 헌혈을 즐겨하는지 느낌을 갖고 있다. 나는 B형 혈액형이다. 늘 헌혈의 집을 오가고 또 혈액 보유현황을 보면 항상 B형 혈액형을 가진 헌혈자들이 많이 있다. 아래 사진은 헌혈 앱 '레드커넥트'에서 캡처한 사진이다. 사진에서도 항상 B형의 혈액의 보유량이 다른 혈액형 보다 1.5배 여유가 있는 상황을 볼 수 있다. B형은 사실 외형적인 사람이 아니다. 말수가 적고 내향적인 성격이 많은 편이다. 그렇지만 자기와의 약속이랄까 그런 어떤 신념이 있고 지키고자 노력하는 사람이다. 인내력도 강한 성격인데 B형 혈액을 가진 사람의 특징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소심하기도 하다. 전면에 자신을 드러내기를 좀 주저하기도 하는 성격이 B형이지 않을까 싶다. 내 성격도 비슷하다.
헌혈을 하려면 정말이지 자기 몸의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어느 정도 타고난 체력이나 건강이 있어야 한다고 나도 생각하긴 한다. 하지만 그것을 관리하는 책임은 오로지 본인 자신에게 있다. 어떤 분야에서 인정받기 위한 과정이 대부분 철저한 자기 관리가 필수요소이지 않을까 싶다. 나는 담배는 애초에 안 폈다. 이상하게 담배에는 관삼이 없었다. 헌혈을 하기 위한 필수 요건 중의 하나가 그것이다. 흡연은 어느 곳에나 안 좋다. 그리고 음주문제. 당연히 흡연자나 애주가의 혈액이 좋을 리가 없다. 담배와 달리 내 경우 술을 완전히 안 먹는 것은 아니지만 적당히 절주를 하면서 먹는 편이다. 헌혈 2,3일 전에는 당연히 금주를 해야 한다. 음주 후 혈액을 하면 혈액 검사에서도 간 수치가 높게 나오기도 한다. 이런 결과도 당연히 경험이 있어서 하는 말이다. 음주도 이제 가끔씩 할 때가 있는데 나이가 되니 가볍게 분위기가 오를 정도로 하는 편이다.
무엇보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헌혈은 시간과의 전쟁이다. 시간을 만들어내야 한다. 나 같은 경우 예전에는 쥐어 짜내서 했다는 표현이 적절했다. 휴일도 한 달에 두 번, 격주 일요일에 쉬어야 했기 때문에 시간을 내기가 참 힘들었다. 헌혈을 그날 쉬는 날에 하기에는 좀 아쉬웠다. 친구도 만나고 미루었던 일을 해야 했기에 말이다. 그러나 주중에 시간이 안되면 쉬는 날도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하고 헌혈을 하러 나갔다. 그러니까 내가 좋아하는 취미나 기타 연애 혹은 효도 등 모든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 중의 하나가 되어야 한다. 그런 가치와 동등한 가치를 설정해야만 우선적으로 시간을 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얼마 후엔 헌혈을 해야 직성이 풀리고 모든 일이 제대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래서 나중에는 모든 일에 우선하는 가치로 헌혈을 제일 위에 배치하는 순간까지 가게 된다. 아무나 헌혈을 쉽게 할 수 있었다면 나는 결코 헌혈을 하지 않았으리라.
어찌 보면 나는 헌혈에 미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헌혈중독자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헌혈을 이렇게 평생 하리라 나도 생각은 하지 못했다. 헌혈에 적성을 발견하게 될 줄은 몰랐다. 역설적으로 헌혈은 누구와 겨루는 것이 아니다. 나 자신과의 순수한 열정에 대한 행동이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편하게 말하고 있다. 헌혈왕이라고 불리는 게 쑥스럽다. 지금도 재난현장이나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봉사하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가. 냉난방이 잘 되는 편안한 공간에서 그저 누워서 잠깐의 바늘 찔림만 참고 있으면 기계가 알아서 다 해주니까 말이다. 그래서 이런 혈액 나눔 봉사 활동이 한편으로는 되게 미안하고 죄송스러운 마음이 든다. 직접 현장에서 이웃을 돕는 분들에게 말이다.
여하튼 지금부터 시작하면 할 수 있다. 횟수는 중요하지 않다, 수백 번 한 사람들에게 기죽지 말고 오늘 당장 헌혈을 했다면 작지만 아름다운 사랑과 생명 나눔의 봉사활동을 한 것이다. 그 뿌듯함은 오로지 지금 헌혈한 사람의 몫이다. 그런 뿌듯함이랄까 행복한 기분을 잊지 않고 바로 직접적으로 느끼기 위해 다음 헌혈을 기대하고 헌혈의 집으로 달려가지 않을까 싶다. 친구와 만나 술을 마시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도 좋다. 그저 한두 시간을 보름에(성분헌혈) 한번 혹은 두 달(전혈)에 한번 내어보면 어떨까 싶다. 나의 자존을 높이고 쓸모 있는 인간이라는 자긍심을 느낄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내가 헌혈을 못 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