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을 하면서도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40년간 너무 반복(!)적인 일이라 사실 좀 지루하게 느껴진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물론 농담입니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생각해 왔던 일을 이제 실행에 옮길 때가 온 것 같습니다. 바로 신장기증을 실행하기로 한 것입니다. 일단 사전조사를 하고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란 곳에 전화를 했습니다. 아무래도 가장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해야 안전하게 진행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습니다. 그래서 통화를 했습니다. 담당 팀장이신 사회복지사님과 매칭이 되어 기본적인 진행절차를 알게 되었습니다. 통화를 통해서 전체적인 과정을 잘 설명받았습니다. 그렇게 설명을 들으니 더 무상 기증에 대한 욕구가 커졌습니다. 그리고 최종 기증자의 동의를 구하고 확인하는 서류를 받았습니다.
서류를 받아보니 더 실감이 났습니다. 우선 자격을 보면 이렇습니다. 1) 나이는 20세 이상 60세 미만입니다. 2)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 3) 가족의 동의를 받을 수 있는 사람 4) 검사와 입원을 위해 시간을 낼 수 있는 분(최소 3개월) 5) 일정한 거처와 안정된 직장이 있어 수술 후 복귀가 가능한 사람이라고 나와있습니다. 그리고 제출해야 할 서류도 적혀있었습니다. 저는 제일 걱정이 되는 게 시간을 내는 것과 가족 동의서였습니다. 전화로 상담을 받을 때 제가 헌혈을 오래 하고 헌혈 후 각종 혈액 검사 수치를 막힘없이 얘기하니까 그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에서도 저의 건강 상태에 대해서는 안심을 하더라고요. 집사람에게도 개복수술을 안 하고 복강경 수술이니 금방 끝난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사실 이전부터 전 올해에는 꼭 기증을 해야지 하고 결심을 해온 터였습니다. 이제 고작 4~5년이 남았으니까요. 우선 제출해야 할 서류는 1) 신장기증 등록서 2) 가정 동의서, 기증 서약서 3) 주민등록 등본, 가족관계증명서 1부 4) 사진 1매 5) 주민등록증 앞뒤 사본 6) 개인정보 수집, 이용, 제공, 동의서 이렇게 되어있었습니다. 기증서약서야 제가 사인을 하면 되는 거고 가족 동의서는 가정을 이룬 사람이면 아내의 사인이 필요했습니다. 제가 그냥 가볍게 사인하고 지금까지 기증하고 별 탈 없이 대부분 잘 지내고 있다고 설명을 하고 바로 사인해 달라고 해서 사인은 어렵지 않게 받았습니다. 전화 상담 때 보니까 모든 동의 절차와 심층 면접 상담이 끝나고 환자가 매칭이 되면 현대아산병원에 일주일을 입원한다고 하였습니다.
모든 검사와 수술 간병 비용까지는 당연히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에서 부담을 한다고 하였습니다. 이식 수술 후 최소 1주일에서 보름은 입원하여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수술 후 바로 일상으로 복귀하는 경우도 있으니 앞서 말한 경우는 예외적인 경우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일주일만 직장에 이야기를 하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건강에는 자신이 있었으니까요. 일단 기증을 하면 10년간 정기적인 검사와 예후를 지켜본다고 하였습니다. 일단 대충 설명을 하고 직장에서도 공적인 일이니 휴가를 내줄 것이라고 말해 안심하게 했습니다. 아내도 그렇게 뭐 대대적인 응원과 환영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가 해달라고 하니 사인을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우편으로 서류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면담 날짜를 잡았습니다. 서울 충정로에 있는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에 가서 대면면담을 하는 과정이 남았습니다. 드디어 저도 이제 평생의 숙제를 하는구나 하니까 홀가분하면서도 휴가를 말을 잘해서 또 받아야 하고... 별 탈이야 있겠어 생각하니 마음이 좀 들뜨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