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순간에 암초를 만났습니다.

지금은 좌초하지만 훗날을 기약하겠습니다

by 황규석
충정로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사무실 방문

서류를 보내고 잘 받았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제 심층 대면 심사가 있었습니다. 신장 기증자의 의사를 물어보고 각종 여건을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원래 기증자와 동의한 직계 가족이 함께 방문을 해서 기증과정을 자세하게 설명을 듣고 이해하는 자리였습니다. 아울러 최종적으로 기증 당사자의 의사 타진을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그런데 경기도 광주에 사는 집사람은 서울에 나가기를 꺼려했습니다. 한 시간 정도면 된다고 했는데도 집사람은 같이 동행하기를 부담스러워했습니다. 서류에 사인은 했지만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설명을 했음에도 같이 가기를 부담스러워하고 꺼려했습니다. 그 장기기증운동 본부에 전화를 해서 양해를 구했습니다. 사무실에는 제가 혼가 가겠다고 집사람 최종 동의는 전화로 받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로 찾아가는 것도 시간이 잘 안 나서 2주를 허비를 했습니다. 이미 마음은 수술실에 누워있는데 좀 급한 마음이 들었고 불안해졌습니다. 몇 번의 연기 끝에 봄비가 오는 날 오후 시간을 내 충정로 사무실에 갔습니다. 거기서 더 자세하게 일련의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설명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사회복지사 선생님께서 제가 어떻게 이런 마음을 먹게 되었는지 물어보시고 어떤 일을 하느냐고 자세하게 물어보셨습니다. 어떻게 보면 저의 청문회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정말이지 간단히 생각하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담장 부장님도 오셔서 자세하게 제 이야기를 듣고 또 물어보셨습니다. 수십 년간 해온 헌혈에 대해서도 많이 놀라는 모습이셨습니다.


"어떻게 해서 이렇게 신장기증을 생각하셨습니까?"

"나이가 더 들기 전에 몸이 건강할 때 저는 하나 없어도 되는 거니까 나눠줘 어려운 분에게 희망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헌혈은 언제부터 하셨나요? 정말로 헌혈을 많이 하셨네요. 처음 봅니다. 이렇게 많이 하신 분은..."

"헌혈은 고1 때인 1985년 학교 헌혈버스에서 처음 했고요. 이제 40년이 되었네요...

"지금 어디 아프신 데는 없는 거 맞죠?"

"그럼요, 담배는 안 피우고 술은 관리를 합니다. 그리고 지하철은 항상 계단을 이용합니다. 거의 15년간 생활 철직으로 계단을 이용합니다"

"부인께서는 동의를 하신 거 맞죠? 수술대 누웠는데 가족이 반대해서 취소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네 그럼요, 뭐 지금까지 제가 하는 일 특별히 반대를 안 했거든요. 이상 없습니다."


그런데 사흘 후 일이 터졌습니다. 제 인터뷰가 끝나고 며칠 아무 연락도 없기에 기증운동본부에 했습니다. 전우리 집사람에게 화를 드렸나고요. 담당자님께서 그러시더군요. "사모님께서 말씀 안 하시던가요... 사모임이..." 그날 저녁에 집에 와서 대판 싸웠습니다. "아니 이 사람아! 왜 그냥 알았다고 대답하면 되지 뭐 말이 많아서 그리 반대를 하고 그래!" "여보, 우리 집 가장인데 무슨 일 있으면 어떻게 해. 나는 여보 밖에 없잖아...."

"1주일 입원하면 끝나는 일인데 말이야. 그냥 휴가 간다는 셈 치고 있으면 다 해주는데 뭐가 불안해서 그래"

"나중에 생각해 보니까 안 되겠어. 지금 헌혈만 열심히 하면 되잖아. 신장은 말리고 싶어서 그랬어...."

"아, 남 참말로 다 된다고 했는데 남자 체면이 뭐가 돼." '아냐, 난 싫어!"


결국 아내라는 암초를 만나 제 안 지기의 반대로 마지막 관문을 넘지 못했습니다. 정말 올해는 뭔가 더 보람찬 일을 하기로 했는데 결국 이렇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포기하느냐? 전혀 그러지 않을 겁니다. 아직 4년이 남았으니까 시간을 둬서 좀 더 설득하고 동의를 구해야겠습니다. 그냥 사인만 보고 허락했으면 좋았는데 말입니다. 한 일주일 출장 갔다고 하고 병원에 누워 있다가 오면 좋은데... 이렇게 변죽만 올린 것 같아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 아직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의욕이 솟네요. 불끈!

월,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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