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숙제를 끝냈습니다(667회 헌혈일기)

by 황규석

667회 헌혈을 일요일 오전에 겨우 마쳤습니다. 겨우라는 것은 예정일 그러니까 계획에 잡았던 날짜보다 사흘이나 지나원래 헌혈가능일은 지난 목요일이었습니다. 그러니까 666회 헌혈을 했던 날짜로 계산하면 딱 2주전 4월 일에 헌혈을 했습니다. 앞에도 말했듯이 정기헌혈자(헌혈중독자)들은 헌혈날자를 위주로 생활을 하기에 정기헌현혈일 근처가 다가오면 좀 예민해집니다. 혹시 헌혈 제때에 하지 못해 날짜가 지나갈까봐서입니다. 물론 날짜가 지나가도 가능한 시간에 헌혈을 할 수 있지만 제때에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루라도 지나가면 뭐랄까 뭔가 누군가에게 약속을 지키지 못한것 같고 숙제를 안하고 학교에 가는 것 같고 그렇습니다. 정기적으로 헌혈을 하는 다회 헌혈자 사람들은 거의 그렇다고 보면 됩니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사이트에 접속하면 명예의 전당이라는 코너가 있습니다. 헌혈 명예의 전당은 헌혈 100회 이상의 헌혈자들이 이름을 올리는 곳입니다. 거기는 지금 보이지 않는 레이스가 펼쳐지는 곳이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그렇습니다. 헌혈왕(!) 레이스(!!)가 펼쳐지고 있는데 현재 1위는 786회를 하고 제주에 계신분입니다. 그리고 100회 헌혈을 달성하고 헌혈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시는 헌혈자도 매달 추가뒤어 등재되고 있습니다. 이제 헌혈이 생명과 희망 나눔의 봉사활동이자 또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한 멋진 여가활동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각자의 시간을 활용하며 전국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모습으로 인식됩니다. 그런데 몇 일을 지나가다니 마음이 조급해졌습니다.


몇일 후면 휴일도 있으니까 그날 하면 되지 하고 마음을 먹다가도 그러면 정해진 헌혈 정년(69세)이 더 빨리 다가오니까 불안해지는 마음입니다. 아마 100만 넘어도 그런 생각들을 하시리라 믿습니다. 여하튼 오늘은 다른 일정이 없어서 이틀 전에 일요일 오전 오픈하는 시간인 10시 서현역 헌혈의 집을 예약했습니다. 지하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올라가니 먼저 오신 두 분이 계시더라구요. 남자분 한분과 여성분 한분이 문진을 하고 계셨습니다. 저도 헌혈 침대에 누웠습니다. 바늘을 팔뚝에 꽂고 혈액 검사를 합니다. 우선 5개의 샘플을 받고 시작을 합니다. 궁금해서 그날 저도 처음 물어보았습니다. 각 병마다 어떤 검사를 하는데 쓰는가하고요. 검사를 하면 바로 다음날이면 혈액검사를 알수 있습니다. 예전에 이 검사결과도 우편으로 왔는데 자원 낭비로 폐지되고 이제 온라인으로 받아볼수 있습니다. 헌혈은 그러니까 자신의 건강상태를 알수 있는 건강 검사의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헌혈시작후 뽑는 혈액 검사 샘플
각 샘플의 검사 내용 설명

누워있는 동안 쿠션을 잡고 손운동을 하기도 하고 책을 보거나 하는데 요새는 다들 스마트폰 삼매경입니다. 바늘이 들어가는 순간 그때 드디어 안도의 한숨이 나옵니다. 이제 느낌도 없네요.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그 한마디가 참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간호사 선생님이 알콜솜으로 팔뚝을 문지르고 바늘을 잡고 "조금 따끕합니다. 따~끔!" 그러면 어느새 바늘은 들어가고 곧 따끈한 피가 관을 타고 내 몸에서 빠져나옵니다.


제가 한 성분(혈장) 헌혈은 보름에 한번씩 할 수 있어 다회 헌혈자가 자주 하는 헌혈입니다. 두 달에 한 번 하는 전혈은 성격 급한 저로서는 도저히 할 수가 없어요... 기다리지 못합니다. 혈액을 일단 빼고 혈장 성분을 뺀뒤 혈액 성분은 다시 헌혈자의 몸으로 들어가는 헌혈입니다. 혈액은 크게 액체성분인 혈장과 세포성분인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등으로 구성됩니다. 성분헌혈은 다시 세가지 헌혈로 나뉩니다. 혈장, 혈소판, 다중 혈소판이 그것입니다. 성분 헌혈은 혈액성분채혈기를 사용해 적혈구나 혈소판, 백혈구, 혈장 등 특정 성분만 채혈한 뒤 나머지 혈액 성분은 헌혈자에게 되돌려 주는 방식입니다.


40여분이 걸리는 성분헌혈로 노오란 혈장 성분 500ml가 모여졌습니다. 혈장은 혈액 응고 인자와 단백질을 포함하고 있어 다양한 질환 치료에 사용됩니다. 또한 알부민 제제를 만드는 등 의약품 제조에도 활용이 된다고 합니다. 여하튼 이렇게 여유있게 시간에 쫒기지 않고 헌혈을 할 수 있어서 또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입니다. 아무리 내가 하고 싶어도 여건이 안되면 할 수 없는데 여러 여건이 맞아 헌혈을 할 수 있었으니까요. 헌혈후 기념품은 지역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 성남시에서 주는 성남사랑 상품권도 있어서 좋았어요. 집사람을 주니까 아주 좋아하더라구요~ 장볼때 요긴하게 쓸수 있으니 전 헌혈도 하고 일거양득이었습니다. 이제 또 다음 헌혈을 할 수 있는 보름후까지 건강에 유의하면서 열심히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월,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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