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우 인터뷰 2회
소설 <서울 이데아>, <레지스탕스>의 작가 '이우'와 인터뷰 (2회)
그의 소설에는 철학적 사유가 가득합니다. 주인공은 경계 위에서 위태롭게, 치열하게 한발 한발 걸어갑니다. 작가 이우는 '초인의 계보'를 잇는 마음으로 집필한다고 말합니다. 그의 문학세계에 영향을 준 철학과 작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https://youtu.be/yXNRlOVaUGQ?si=ixwBVOfB3zfg1b9-
오후 : 작가님의 소설이나 글을 읽으면 철학적인 사유가 많이 담겨있는 것 같아요.
이우 : 소설가들마다 다를 것 같은데, 저는 어떤 사상, 그러니까 행동의 원리, 말의 원리 이런 것들이 좀 내포되어 있어야 독자들에게도 좋은 울림을 줄 수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저는 행동의 동기를 잘 설명하는 것이 사상을 풀어내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예를 들어서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을 보면 라스콜리니코프 Raskolnikov가 살인을 하는데, 살인자의 동기를 길게 서술하잖아요. 그런 게 저는 철학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죄와 벌>에서 라스콜리니코프의 살인 동기는 바로 '계몽주의'거든요. 프랑스혁명과 계몽주의로부터 온 것인데, 철학적인 담론과 시대적인 논의가 다 함축되어 있는 소설이 <죄와 벌>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페르소나를 위하여>라는 책에서 주인공은 20대 여성이에요. 인플루언서 이야기인데, 그 친구가 인플루언서로 살아가는 삶 그리고 SNS에 존재하는 내가 현실의 나보다 중요한 이유, 이런 것들의 이유를 되게 많이 담았거든요. 그런 것처럼 행동의 원리를 담는 게 소설가의 역할이라고 생각을 해요.
소설에서 주인공은, 요즘 시대로 보면 공론화하면 문제가 될 만한 인물들이 굉장히 많잖아요. 예를 들어서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 같은 소설을 보면 불륜을 저지르는 여성의 이야기잖아요. 이처럼 인륜, 도덕 이런 울타리가 있다고 가정하면, 이 울타리 너머의 인간을 쓰는 게 소설이어야 하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도덕과 규범을 잘 지키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통해 어떤 깊은 담론을 이야기하기는 좀 힘들거든요. 전쟁을 치른 전쟁광들, 아우슈비츠에서 범죄를 저지른 정치범들. 이런 사람들을 이야기하면 시대와 도덕상에 대해 깊은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요. 같은 맥락에서 ‘비극’적인 이야기를 다뤄야 그리고 담장 밖에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아야….
오후 : 저도 방금 그 생각을 했어요. '담장을 뛰어넘는 사람들', '담장 밖에 있는 사람들' 아니면 '경계선에 서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이우 : 맞아요. 그런 인물들을 포착해 내는 것, 그려내는 것이 소설가의 일인 것 같고 그러기 위해서는 철학적인 관점이 많이 필요한 것 같아요.
오후 : 오후의 책방에서 소설을 소개한 적이 거의 없어요. 저의 독서가 굉장히 편향되어 있어요. 대개는 정보성 책들….
이우 : 인문학 도서 리뷰도 많이 하셨잖아요.
오후 : 맞아요. 그런 책들도 좋아해요. 반면에 소설을 잘 읽지 않았던 게 첫 번째 원인이고 두 번째는 소설을 소개할 자신이 없었어요. '소설의 주제가 이거야'라고 말하면 스토리가 가지는 힘을 제가 없애버리는 것 같더라고요. 진짜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소설에 대한 평은 "읽어봐!, 읽고 느껴봐!" 밖엔..
이우 : 저도 '스토리의 힘'이 굉장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왜냐하면 우리의 삶이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우리가 어렸을 때 할아버지 품에서 듣던 증조부의 이야기 그리고 자라면서 듣는 전래동화, 단군신화, 그리고 성경도 이야기잖아요.
오후 : 그럼요, 엄청난 스토리텔링이죠.
이우 : 맞아요. 우리가 친구랑 오랜만에 전화를 해서 안부를 묻는 것도 어떤 서사가 다 있거든요. 그렇다 보니까 이야기의 힘이 저는 굉장히 크다고 생각하고 우리가 이야기가 아닌 그런 단순 지식으로 접하는 것과 이야기로 접하는 것의 힘이 또 다른 것 같아요.
오후 : 정말 공감합니다. 작가님께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 철학사조, 철학이 있다면?
이우 : 저는 철학을 문학으로 접한 케이스인 것 같아요. 제가 문학에서 나름의 계보를 저 혼자 만들었거든요. 그걸 "초인의 계보"라고 불러요. 계몽주의 시대가 되면서 기존의 도덕과 관습과 인습과 그런 모든 기존에 있던 사상, 인식으로부터 벗어나서 새로운 인류가 되려고 하는 시도들이 문학사조에서 제가 발견한 것들이 있거든요.
그 맥을 이야기해 드리면 제 나름대로 계보를 만들었는데, 우선 괴테로부터 시작해요. 괴테의 <파우스트>, 니체의 <자라투스트라>, 그리고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그리고 토마스 만도 존재론적으로 좀 이어지는 면이 있지만, ‘초인의 계보’와는 좀 다른 면이 있어요. 일단 이렇게 세 명이 있고, 저는 이 '맥脈'에서 우리 인류가 나아가야 될 어떤 지향점? 새로운 시도들이 있었던 작품들이라고 생각을 해요.
먼저 괴테의 <파우스트>부터 보자면 계몽주의 시대 위에서 피어났지만 어떤 기독교적인 관점을 아직 버리지 못한 초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괴테는 기독교적인 사상과 인습으로부터 벗어난 존재를 파우스트를 통해 표현하려고 했지만 그 끝이 결국 기독교적이더라고요. 그런데 <자라투스트라>는 기독교를 완전히 탈피한, 완전히 깨부순 존재이고 <데미안>은 니체적 사상 위에서 조금 더 인간으로 돌아와서 이 현실에서, 이 시대를 초월해서 '나'를 찾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이걸 "초인의 계보"라고 나름대로 혼자 정의하고 있어요. 저도 "초인의 계보를 잇고 있다"라고 생각을 하면서 집필 활동을 하고 있거든요.
버틀런드 러셀이란 철학자가 이런 얘기를 했어요. ‘독일이 나치즘으로 귀결되고 홀로코스트의 책임은 니체에게 있다’고요. 왜냐면 니체는 우리가 그동안 인습적으로 쌓았던 전통 이런 거를 모두 버려야 신인류로 갈 수 있다고 했는데, 이를 나치즘이 많이 투영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어떤 기독교적인 신앙 전통적인 왕조 이런 거를 다 버리고 우리가 新독일을 위해 신인류를 위해 뭉쳐야 새로운 나라를 건설할 수 있다. 이렇게 귀결이 됐던 게 니체의 책임이라고 하는데….
저는 초인의 대해 연구하면서 깨달은 것이, 어떤 신인류, 초인 이런 사상을 제시했던 철학자들은 방법은 제시해 놓고 그다음을 이야기하지 못했더라고요. '깨부수고 부정해야 된다'까지는 갔지만, 부정한 다음 '무엇을, 어떻게?'는 다 제시하지 못했더라고요. 그렇지만 전 그런 시도들에서 많은 울림을 받았어요. 이건 알베르 카뮈의 사상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하거든요. 카뮈도 ‘초인의 사상’으로부터 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고 보고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1, 2차 세계대전을 발발시켰음에도 카뮈가 이 초인 사상에 주목하는 건 인류 역사를 보면 '반항의...' 우리가 질서를 거부하고 재정립하고 이런 과정이 어떻게 보면 정반합의 역사가 계속 흘러갔잖아요. 우리가 반항하게 되는 원리, 동기 이런 것이 ‘초인사상’과 맥이 닿아있는 것 같더라고요. 이러한 철학사조를 좋아합니다.
오후 : 그래서 작품에 그런 내용들을 많이 투영하려고 하시고...
이후 : 맞아요. PD님도 철학을 굉장히 좋아하시죠?
오후 : 좋아해요. 잘 알지 못하지만. 제가 간서치看書癡(책만 보는 바보)거든요? 책을 읽어도 오랫동안 기억을 잘못해요. 요즘은 이런 생각이 들어요. 인류사의 모든 과정은 '인간이 인간 자신을 발견해 나가는 과정'이 아닐까?
고대, 중세를 거치며 '인권人權'이 등장하고, '반항'이 등장하고, 과거에는 '신神' 혹은 권력자 한 명에게 주권이 주어졌다면, 이제 모든 만인이 자기 자신의 주권을 발견해 나가는 과정이 아닌가. 이 우주 안에서 ‘인간이란 존재는 무엇인가’를 끝없이 찾아 나가는 과정은 곧 인간이 인간 자신을 발견해 나가는 과정이고 인간 자신이 자기의 존재를 마침내 발견했을 때, 그와 하나 되었을 때 그것이 초인사상이 추구하는 인간상이 아닐까!
이것이 영화로는 슈퍼맨 같은 영화로 드러나고, 조셉 캠벨의 신화 구조에서도 보면 '영웅의 서사'로 드러나기도 하거든요. 니체 이후에 철학의 사조는 그렇게 ‘인간이 인간 자신을 찾으려고 하는 치열한 과정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고 있어요.
3부에서는 그에게 영향을 준 철학과 삶의 경험이 작품속에 어떤 방식으로 녹아들어 갔는지 이야기를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