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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의 책방 Feb 07. 2024

과학과 종교, 함께 할 수 있을까?

우주중력생물학 루카 박사 인터뷰 3

https://youtu.be/euGKqoKhdlI?feature=shared


루카 : '루카'라는 이름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저는 천주교 신자인데, 세례명이 루크 'Luke'입니다. 한국말로 하면 '루카', 누가복음의 '루카(누가)'입니다. 그다음에 또 한 가지 루카의 의미는 'LUCA'라고 해서 원시 공통 조상, 인류의 원시 공통 조상을 의미해요.

 잘 모르지만 우리는 어떤 생명체가 생겨나 거기서 식물 생기고, 동물, 미생물이 생기고 그다음에 인류가 진화한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그렇게 진화는 이루어지지 않았고요. 원시 공통 조상이라고 하는 '하나'의,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조금은 복잡한 생명체에서 식물도 생기고 동물도 생기고 박테리아, 고세균 이런 것들이 퍼졌다! 학계에서는 그렇게 봅니다. 그래서 아! 내가 과학 커뮤니케이터로서 활동하면서 루카라는 이름을(철자는 다르지만) 쓰면, 이 또한 의미가 있겠다 생각했죠.

오후 : 아! 재밌네요. 박사님은 과학자이면서도 또한 종교인이란 말이에요. 분명히 상충하는 부분도 있을 텐데, 이걸 어떻게 융합해 나가시는지 궁금합니다.     

루카 : 예, 진짜 어려운 부분이고, 제가 미국에서 연구할 때 동료들과 얘기하다 보면 놀라는 점은... 통계적으로 이렇게 나왔더라고요. 한 7% 정도밖에 안 돼요, 신의 존재를 믿는 과학자가. (과학자 전체에서) 

오후 : 저는 오히려 7%가 있다는 게 신기해요

루카 : 아! 그래요? 과학자란 자연의 섭리를 연구하는 사람들인데 신화 속에 나온 얘기를 과학으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 거죠. 과학자들의 본성상! 그런 데다가 제가 가장 많이 고민했던 건 실험동물들... 제가 연구하면서 많은 실험동물들을 희생시켜야 했어요. 또 종교 자체체의 문제, 제가 천주교를 믿지만 예전에 과오가 없는 게 아니니까요. 다른 타 종교들을 배타적으로 대하며 전쟁도 일으키고 서로 죽이고, 타 인종을 배격하고 이런 것에서 오는 혼란들이 있었어요.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 끊임없이 고민했었는데 그러다가 저 나름대로, 제 자신과 타협한 결론은 과학이란 영역과 종교라는 영역을 서로 배타적으로 볼게 아니라, 이를 각자의 영역으로 보자. A라는 영역, B라는 영역. 종교에 나오는, 신화 같은 얘기가 나오면 그거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려면 말이 안 되잖아요. 이걸 어떻게 과학적으로 설명하겠어요? 그런 거를 그렇게 굳이 설명하려고 하지 말고, 과학에서 설명할 수 있는 자연의 섭리나, 과학이 할 수 있는 영역은 그것대로, 또 종교에서는 '어떻게 살 것인가?' 같은 문제, 이런 건 과학으로 안 되잖아요. 우리가 과학으로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다 가치관이 다르고, 인문학적인 내용이니까. 그런 건 종교의 개념으로 떼어두자! 사회를 이끌어 가는데 자기 나름대로의 선한 영향력이 있으니까. 종교는 종교 나름대로의 영역이 있고, 과학은 그 나름대로의 영역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보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오후 : 전 100% 공감합니다. 

루카 : 맨 처음에는 '너 창조론 안 믿어?'라고 공격을 해오면 할 말이 없었어요. 그렇지만 ‘과학에서는 이렇게도 봅니다. 그럼에도 주님 계신 것을 저는 믿지만, 서로의 영역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같이 가는 게 좋겠습니다’라고 이제 보통 얘기하고 다니죠. 지금은!     

오후 : 제가 과학자 중에 '스티븐 제이 굴드'를 참 좋아하고요, 심리학자로는 '켄 윌버'를 참 좋아합니다. '켄 윌버'는 과학, 철학, 영성 세 가지 모두가 인간이 가진 '눈'이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말고 모든 걸 포함해서 보는 눈이 필요하다고 하셨던 분이에요.

'리처드 도킨스'처럼 극단적인 무신론자도 있지만, 스티브 제이 굴드 같은 분은, 지금 박사님께서 말씀하신 바와 결이 같은 이야기를 하거든요. 영역이 다를 뿐이다, 그 자체로 존중하고!

 

루카 : 그렇죠. 그걸 인정하지 않으면 서로 싸움밖에 안 되는 거니까요. 인류의 진화상으로, 원시시대를 생각해 보자면, 우리가 나무 위에서 살 때가 있었잖아요. 원숭이처럼 살았던. 그럴 때 외부에서 불이 나거나, 맹수가 달려들면 항상 우리 인간은 그것을 피하려고 하는 본능이 있단 말이죠. 살아남기 위해서. 그러다 보니 항상 절대적인 거 태양의 색깔이 조금만 변해도 '아! 뭔가 이게 우리한테 주는 메시지다'라고 해석하기도 하죠. 어떤 분은 '믿음의 엔진이 있다, 우리 뇌에는' 이렇게 표현하시는 분도 계시더라고요. 항상 인류는 그렇게 진화해 왔다는 거죠. 어떤 존재든지 믿음의 대상으로 만들려고 하는 항상 인간의 본능 상, 주변에 있는 어떤 것들을 항상 믿으려고 하는 절대적으로 의존하려고 우리가 나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의존하려고 하는 그런 본능이 있다! 그렇게 설명하신 분 계시더라고요. 

 그런 맥락에서라도 어차피 인류는 절대자를 믿으려고 하는 생각이 있으니, 그걸 계속해서 과학과 종교를 하나로 생각하면, 너는 왜 그렇게 생각하냐, 너는 이렇게 하냐 서로 싸움밖에 안 되니 그게 제 나름대로의, 어떻게 보면 타협인데 그런 식의 생각을 정립하게 됐어요. 

    

오후 : 공감합니다. 우주인과 외계 환경에 대해서 연구를 계속하다 보니까 오히려 지구 위에서 살아가는 이 삶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 또 책에서 지구 환경에 대해 걱정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박사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루카 : 우리가 잘 느끼지 못해서, 기후 위기나 지구 환경의 심각한 오염이나 이런 것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건 실제 피부로 직접 지금은 안 와닿고 있죠. 전체 지구의 역사를 돌아봤을 때 근 100년 동안에 엄청나게 많은 온도가 올라가 있거든요.

 지구에 사는 우리의 존재를 봤을 때 엄청나게 넓은 우주 속에서, 이 지구에 사는, 특히 대한민국에 사는 나는 어떤 존재인가?라는 걸 고민해 보면, 먼지보다도 못한 존재죠 우리 지구에 있는 먼지는 눈에라도 보이잖아요. 그 넓은 우주에서 우리 사람은 진짜 아무것도 아닌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사람들이, 지구 안에 살면서 지구 환경을 파괴하고, 우리 스스로를 옭아매고 이렇게 하고 있는 거란 말이죠.

 영화 '월-E'에서도 나오지만 개척행성에 나갔던 지구인들이 지구로 나중에 돌아오기 위해서 '월-E'라는 쓰레기 처리 로봇을 남겨놓고 걔가 막 이렇게 일을 하잖아요. 어떻게 보면 미래에 진짜 우리한테 닥칠 문제인지도 모르고, 항상 그런 거를 염두에 두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까 항상 겸손해야겠다, 진짜로 지구에 사는 사람으로서, 과학자지만 그렇게 넓은 우주 속에서, 그런 아주 작은 존재인데 거기에서 우리가 아등바등하고, 서로 싸우는 자체가, 아!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죠. 제 스스로도 멀리 보지 못하고, 항상 자기 생활하는데 경제적인 부분이나, 서로 자기 이익과 관련된 부분에 있어서 서로를 배척하려고 하다 보니까 그런 부분을 놓치고 있는 게 안타깝다 그래서 서로 배려하고 좀 더 겸손해줬으면 좋겠다, 인간 자체가!

      

오후 : 겸손하지 못할 만큼 우리가 참 교만했다는 생각과 동시에 그렇게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우주를 올려다볼 수 있는 인간, 스스로 내가 겸손해야 되겠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서 의미를 둘 수 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도 듭니다.     

루카 : 그런 생각을 갖고 있으면서도 지구 환경을 잘 컨트롤하고, 그러니까 더 발전하기 위해서 더 겸손해져야겠단 생각이 들어요.     

오후 : 정말 지혜로운 말씀입니다. 인디언들이 땅을 대하는 태도가 저는 정말 감동적이에요 인디언들은 땅을 어머니라고 표현하잖아요. 사실 한국 사람들도 옛날부터 땅을 어머니라고 그랬어요. 그렇게 돌아보면 우리가 환경을 파괴하고 옥신각신 싸우고 하는 걸 보면 어머니 품에 침을 뱉고 있는 게 아닌가? 우리가 살아갈 이 터전(지구)은 어머니 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박사님께서 준비하시는 다음 책을, 교수님의 SNS에서 보았어요. 제목이 <좀비 영화 속 생명과학 빼먹기> 이더군요. 정말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루카 : 아내가 좀비 영화나 공포물 마니아에요. 작가인 아내가 창작 활동을 하다 보니까 결혼하기 전부터 그런 영화들을 되게 선호하고 그랬어요. 영화를 보자는 데 로맨틱한 게 아니고 그런 영화들만 좀비, 공포 영화 무서운 것만 보았어요. 

 지난 몇 년 동안은 코로나19로 OTT를 접할 기회가 많았고, 그러다 보니 좀비가 나오는 영화를 한번 봐보자 해서, 옛날 영화부터 한번 쫙 봤죠.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나면 질문 거리가 막 쌓여요. 그러면 질문이 막 날아오죠(아내로부터).  제가 뭐 전지전능한 사람도 아니고 그걸 다 어떻게 알겠습니까? 

 미국에서 '좀비 바이올로지'라고 연구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실제로 '좀비 바이올로지'라고 좀비 사회학도 있고, 좀비 생물학도 있고, 좀비 뇌신경 하신 분들도 있어요. 실제로 좀비는 존재하지 않지만!

 옛날에 민속학자, 하버드대에 웨이드 박사인가요? 그분이 예전에 아이티섬을 왔다 갔다 하면서 평생을 연구했어요. 아이티의 토속신앙 부두교 같은 거를 연구하시는 분들이 저술해서 민속학으로서, 하나의 미신처럼 그런 영역을 써 놓으신 책들이 있어요. 이런 것을 좀 더 생물학적으로, ‘어떻게 이런 일이 사후에 일어날 수 있을까, 인체가 어떻게 변하는지... 

 영화마다 좀비가 다르게 나오잖아요. 서양 좀비, 맨 처음 오리지널리티는 원래 되게 느리면서, 뻣뻣한데, K-좀비로 오면서 막 뛰잖아요 날아다니고? 그렇게 해서 제가 3부 정도로 나눴어요. 1관은 서양의 오리지널 좀비 그다음 2관은 동양, 한국의 좀비 여러 영화가 있으니까, 특징들을 엮었고 세 번째는 미래의 좀비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좀비 영화들이 있거든요. 저들이 진화하면서 종속을 다스리는 것도 있고. AI 좀비(게임, 약물 등) 그런 것도 있고 그런 것들을 세 분류를 나누고 실질적인 과학 내용은 어떤 것들은 이거는 실제로 일어날 수 없는 얘기 이런 것들은 과학적으로는 어떻게 해서 이런 얘기를 감독이 실현시키려고 했는지 좀비 영화가 갖는 인문학적인 특징도 있잖아요. 그런 것들은 제가 감히 논평할 건 아니고 과학자의 시선으로 좀 알기 쉽게 설명하려고 그렇게 기획을 했던 겁니다.     

오후 : 이 책이 나오면 다시 한번 뵙겠습니다.

루카 : 여름쯤에 나오지 않을까, 초고는 다 끝났는데, 다듬고 또 이제 아내(작가)에게 혼나야겠죠. 하하! 숙성(교정과 편집)이 되면 여러분들과 만날 수 있는 분량은 나올 것 같아요.      

오후 : 굉장히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주 중력 생물학 루카 박사님과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장소 : 세종책문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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