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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의 책방 Mar 01. 2024

나무가 나에게 준 지혜

《나의 2평짜리 베란다 목공소》김준호 작가

오후 : 오늘은 목공 작가 김준호 님을 찾아왔습니다. 《나의 2평짜리 베란다 목공소》라는 책을 쓰신 분인데요. 김준호 작가님의 자택에 베란다에 마련된 2평짜리 목공소에서 직접 인터뷰를 하기로 했습니다. 지금 찾아가는 길입니다.

https://youtu.be/TFPxv_3yS4M?feature=shared

※ 유튜브 오후의 책방에 '여러분의 힐링공간 혹은 꼭 하고 싶은 나만의 일'을 댓글로 적어주세요. 다섯분께 작가 사인본을 보내드립니다.


오후 : 《나의 2평짜리 베란다 목공소》, 이곳을 세상에서 가장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이라 하셨어요. 그러고 보니, 우린 자기만의 공간이 참 부족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작가님께 이 공간이 어떤 의미인지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김준호 : 저한테는 이곳이 '힐링의 공간'이고 '쉼의 공간'입니다 사실 작업을 하지만 이 안에 들어와 있으면 아무도 방해하는 사람이 없고 저만의 세계를 만드는 거죠. 그래서 작업하는 게 굉장히 즐겁고 또 이 공간은 제가 선택해서 만들어 놓은 공간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저기에다 자물쇠도 걸어 놨어요. 아무도 못 들어오게 애들이 들어오면 좀 위험한 것도 있고 하니까 근데 어쨌든 저한테는 제가 선택한 공간 저만의 안식처, 그런 의미입니다.      


오후 : 목공의 매력이 뭔가요?

김준호 : 목공이 가지는 매력은 일단 '몰입감'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목공을 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지나가요 들어가서 아침에 시작하면 어느새 점심때 되어 있고 저녁때가 되어 있고 그래서 목공 하는 사람들한테는 목공이 시간 도둑이라고 하거든요. '몰입'에서 느끼는 그 느낌이 굉장히 좋고요. 책에도 소개를 했는데 《안나 까레니나》, 톨스토이 작품이잖아요. 레빈이 낫질을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 부분이 톨스토이라는 작가가 최고의 행복감을 표현한 부분이라고 하는 거예요. 그만큼 목공은 몰입을 통한 즐거움을 많이 느낄 수가 있습니다.

      

오후 : 나무를 만지고 다듬는 과정에서 얻은 지혜를 하나 꼽아주신다면?

김준호 : 목공 작업 중에 '집성'이라는 게 있어요. 예를 들어서 이렇게 큰 테이블을 한 판으로 만드는 게 아니고 잘라서 붙이는 작업을 하는 게 '집성'인데 그 집성을 해 놓으면 나중에 이게 접합면이 뜯어지면 뜯어졌지 절대로 떨어지는 일은 없거든요. 그게 이제 마치 결이 붙어 가지고 생기는 작업인데 그게 저는 아내와 삶의 결이 붙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저희도 살면서 좋은 일만 있었겠어요? 나쁜 일도 있고 싸우기도 하는데 그런 삶의 결들이 이제 붙어서 더 이상은 떨어지지 않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가끔은 떨어지고 싶지만 그게 저는 목공 하면서 많이 느꼈던 부분이고요.

 또 하나 말씀을 드리면, 제가 좀 성격이 급하거든요. 그래서 작업을 할 땐 다 순서를 만들어 놓고 소위 설계도를 만들어 놓고 작업을 하는 데 그래도 실수를 합니다. 앞에 붙일 거 뒤에 붙이고, 밑에 해야 될 거 위로 가고 그러니까. 그거는 저만 아는 실수도 있고 진짜 말도 안 되는 실수도 있어요. 그래서 저한테 가르침을 주셨던 목공 장인이 계세요 그래서 물어봤죠. '말도 안 되는 실수를 하냐?' 그랬더니 선생님께서 뭐라고 하냐면 한 30분만 쉬었다 해보라는 거예요. 그 소리가 '팅!', 종소리처럼 절 때리고 지나갔는데 돌아보는 거죠. 삶을 돌아보듯이 그래서 그때는 일부러라도 쉬고 작업한 거를 돌아보고 해야 할 일도 한 번씩 다시 체크해 보고, 실수가 많이 줄었습니다. 그래서 목공 하면서, 급한 성격을 타고난 건 어쩔 수는 없지만, 자주자주 돌아보면서 작업을 해요, 그런 것들은 사실 목공을 통해서 배운 거죠.



오후 : 작가님은 꼭 나무가 아니더라도 무엇을 하든 세심하게 관찰하고 사색하고 지혜를 얻으셨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 왜 나무였는지, 목공이었는지 궁금합니다.

김준호 : 처음에는 제2의 직업을 선택을 한 거죠, '이제 퇴직하면 뭘 할까?' 이런 생각을 좀 많이 했었고 또 제가 만드는 걸 굉장히 좋아합니다, 손재주도 많고 또 만들어 놓으면, 잘 만든다는 얘기도 듣고 창의적인 일을 굉장히 좋아해요, 사실 제가 생긴 건 공무원같이 생겼어도 원래 전공은 디자인입니다, 그래서 이제 책의 앞에 제 프로필이 있긴 한데 그래서 원래 한때는, 미대 오빠였거든요! 그래서 만드는 거 좋아하고 또 창의적인 일 좋아하고 그림 그리는 거 좋아하고 그런 것들이 모여 가지고 목공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오후 : 작품을 판매하며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알아가는 이야기도 인상 깊습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김준호 : 저는 맞춤 제작을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제 사이즈 변경 같은 것 책에 소개했던 그 모니터 받침대 긴 것을 제작 의뢰하신 분이 있어요, 그거를 나름 초기고하니까, 정성 들여서 만들어서 보냈더니 정말 장문의! 페이지로 따지면 2페이지 정도 될 겁니다, A4 단면으로 댓글을 달아 주셨더라고요. 그 장문의 댓글 다는 것도 힘들었을 텐데 정말 잘 쓰고 있다고 하시니까, 그런 것을 보면 얼굴은 못 뵀지만 교감이 가고 굉장히 공감하고.

 또 고양이 급식대 같은 작은 소품들 만들어서 판매했을 때 좋은 반응 그래서 그분 재구매를 하셨어요. 똑같은 걸 두 개를 구매하시고 어떤 분은 LP를 모으는 취미가 있으신 거 같은데 그 LP판이 너무 넘쳐나니까 또 재구매하시고 그런 경우는 한 세 번 정도 하셨던 거 같아요. 똑같은 디자인을 세 번 그런 분들은 굉장히 기억이 남죠.     


오후 : 목공작가라 불릴 때 어떠신가요?

김준호 : 작가라고 말씀하시면 좀 부끄럽고요. 사실은... 근데 '작가님'이라고 불러 주시는 분들이 많으니까 그건 감사하게 생각을 하는데요. 특히 제작 의뢰하실 때 치수 감각이 좀 없는 분들이 있어요. 그래서 이제 사이즈를 보내주실 때 제가 보면은 요건 조금 늘리고, 요건 조금 줄이고 여기서 하나 더 붙이고 요렇게 하면 훨씬 더 잘 쓸 수 있겠다,라고 역제안을 드리죠. 그럼 대부분 받아들이세요. 그리고 가격을 조금 더 높여도 얼마든지 구매를 하십니다. 그럴 때는 '내가 진짜 작가인가!' 그런 느낌도 좀 들기도 하고, 판매 사이트는 제가 다 디자인을 해서 그렇게 판매를 하는 건데 선호도가 굉장히 좋은 작품들이 있습니다. 다른 작품보다 판매도 많이 되고 좋은 후기도 많이 달리고 그럴 때는 '작가라고 할 수 있겠다!' 뭐 그런 생각도 좀 듭니다.     



오후 : 책에서 목공도 빼고, 모두 다 뺀 뒤에 진짜 메시지가 뭘까, 생각해 보았어요. ‘내가 선택하고, 내가 중심이 되어서 내가 설계해 나가는 삶’이 아닐까란 생각을 했어요.

김준호 : 맞습니다. 저는 창업하는 분들을 지원하거든요. 매일 창업하시는 분들을 만나서 상담하고 정보 제공하고, 그런 일을 하는데. 가만히 보면, 창업을 하시려고 하는 분들의 특징이 뭐냐면 유행을 쫓아가세요. 트렌드를 쫓아가고 젊은 분들은 커피, 디저트 카페를 하고 싶어 하는데, 사실 그 일이 갖고 있는 속성이라는 게 있습니다. 업이 갖고 있는 특징! 그것이 나하고 맞는지 이거를 봐야 되는데, 그거를 조금 돌아보지 못하시더라고요. 소위 말해서 성찰이죠. 그래서 저의 생각에는 자기 일을 찾고 싶으시다면 과연 나는 뭘 좋아하고, 뭘 할 때 행복할까? 또 거기다가 과연 난 뭘 싫어하는지 뭘 할 때 내가 거부감을 느끼는지, 이런 걸 잘 돌아보신다면은 충분히 찾으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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