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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Mar 21. 2022

3월 21일 김우성의 하루

대학교 동기

오늘 평소와 같이 카카오톡에 들어가 생일인 친구가 누가 있는지를 살펴보고 있었다.

거래처 사람들, 회사 사람들, 예전 동료, 친구 등 다양한 사람들이 카톡 친구로 있었기에 생일인 사람들한테 축하 메시지를 보내고 중요한 사람이면 선물도 보냈다. 오늘도 평소처럼 생일인 친구를 보고 있는데 정말 오랫동안 연락을 하지 않았던 한 친구가 오늘 생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 친구는 나와 대학교 동기였다. 정확히 말하면 친구라고 할 수는 없고 그냥 동기였다. 학교에 가면 인사는 하지만 실제로 둘이서 말한 기억은 거의 없는 딱 그 정도의 사람. 그냥 아는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는 정도였다. 


그러고 보니 이 친구를 알게 된 것도 벌써 15년 전의 일이었다. 15년 전, 내가 스무 살 때 말이다. 대학교 선배들이 마련한 술자리에서 이 친구와 처음 인사를 했다. 나랑은 전혀 맞는 사람이 아니었다. 성격도 달랐고 관심사도 달랐다. 술자리에서 꽤나 인기가 있는 스타일이었는데 나는 그런 스타일의 사람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단지 술자리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대학교 생활에서도 그러했다. 서로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이 전혀 달랐고 서로 밥이나 한 끼 제대로 먹은 적도 없었다. 다만 온라인 공간에서는 굉장히 친하게 지냈다.

온라인 채팅과 당시의 SNS를 통해 애들의 안부를 묻곤 했는데 우리 과는 모두 서로 온라인 상 친구로 지냈다. 정작 학교에서는 한마디도 안 하면서 온라인 상에서는 그렇게 가까운 사이가 없었다. 서로 생일 챙겨주는 것은 기본이고, 근황 사진을 올리면 댓글로 반응을 해주고, 방명록을 남겨주었다. 하지만 학교에 가면 정말 모르는 사람처럼 그냥 인사만 하고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정말 아주 가끔 오프라인 상에서 말을 해도 5분이나 말을 할까 하는 정도였다. 그나마도 정말 상대방이 궁금해서 묻는 것이 아니라 할 말이 없어서 예의상 하는 말이었다. 물론 이 친구만 특별히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나랑 친하지 않은 대부분의 동기가 비슷했다. 친하게 지내는 선배, 후배를 제외해도 다 그랬고.

그러다가 대학교 1학년 2학기 때 같은 수업, 같은 조별 수업을 들었다. 같은 조였기 때문에 말을 많이 했을까? 그렇지 않았다. 친해질 줄 알았지만 수업 내용 외에 서로 이야기할 일은 거의 없었고 그나마도 다른 조원들과 더 많이 이야기했다. 같이 수업을 듣는 선배가 시키는 일을 제대로 처리하기도 벅찼다. 그러면서도 온라인상으로는 여전히 친한 척을 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특별히 서로 관심이 없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도 그리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없었던 것 같다. 그렇게 조별과제는 무사히 끝났고 그 친구는 아마 내 기억에 바로 휴학하고 군대를 갔었다. 나는 2학년을 마치고 군대로 갔다. 그래서 복학 후에도 서로 마주칠 일은 거의 없었다. 

군대를 다녀오니 세상이 바뀌어 SNS도 다른 것을 쓰게 되었다. 온라인 상으로 안부도 정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고 그렇게 나는 상당 수의 동기와 멀어지게 되었다. 학점을 회복하고 취업을 하는데 집중해야 했기에 동기들의 근황을 궁금해할 겨를이 없었다. 그나마 복학생끼리 친해지기는 했었다. 1, 2학년 때 친하지 않았던 사람들과도 복학생이라는 이유로, 서로를 의지해야 한다는 이유로 친해졌다. 하지만 그 친구와는 그렇지 않았다. 나보다 1년 먼저 복학했고, 취업 준비 때문에 마주칠 일은 없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나는 직장인이 되었고 퇴근길, 평소와 같이 핸드폰으로 SNS에 접속해 친구들의 근황을 보고 있었다. 거의 기계적으로 좋아요를 누르면서 게시글을 보던 중, 한 친구의 사진에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대학교 때 동기들이었다. 나랑 친하지 않았던 동기들. 그중에 그 친구도 있었다. 나는 오랜만에 보는 동기들이 반가워 그 친구들의 SNS에 들어가 그들을 팔로잉했다. 그러자 그 친구들도 나를 팔로우했다. 스무 살, 온라인 상으로 친구인척 하던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예전에 친하지는 않았던 친구들의 근황을 알게 되었다. 모두 번듯한 직장을 다니고 있었고 장사를 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직업을 선택한 친구들도 있었다. 그리고 내가 계속 이야기하는 그 친구도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당시 내 나이를 생각하면 조금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하는 편에 속했다. 나는 인사치레 댓글로 결혼을 축하한다고 댓글을 달았다.

다음 날, 그 친구가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나는 그 친구의 번호를 내가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까먹고 있었다. 세월이 그렇게 흘렀는데 둘 다 번호를 바꾸지 않은 것도 신기했다. 그 친구는 내 댓글을 보고 생각이 나서 메시지를 보냈다고 했다. 


“우성아, 잘 지내냐? 댓글 남겨준 거 보고 연락했어. 결혼 축하해줘서 고마워 ^^”


 나는 메시지를 보고 한참 고민하다가 메시지를 확인한 지 5시간이 지나서야 답변을 했다.


“와? 오랜만이다 ㅎㅎ 연락 줘서 고마워. 나야 잘 지내지. 결혼 정말 축하해 (이모티콘)”


메시지를 보내고 일을 하려고 하는데 바로 답장이 왔다. 


“고마워. 애들이랑 만나기로 했는데 혹시 다음 주 목요일에 시간 괜찮아? 오랜만에 이야기도 나누고 싶다.”


아마 청첩장 모임 같은데, 나한테까지 보낼 정도인가? 순간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갑자기 연락해서 모바일 청첩장 보내는 것 보다야….


“다음 주 목요일? 글쎄 나도 시간을 봐야 해서. 어디서 볼 거야? 내가 늦게라도 잠깐 얼굴 비추러 갈게.”


원래는 거절할까 했는데 그래도 오랜만에 동기들 얼굴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여지를 남기고 메시지를 보냈다.


“우리 학교 근처에서 보려고 해. 내가 장소는 나중에 다시 보내줄게. 아무튼 정말 고마워. 우리 가끔 이렇게 연락하자. 잘 지내!”


“응 그러자. 연락 줘!”


서로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이제 세월이 지나니 누구와 정말 친하게 지냈는지도 모르겠다. 정말 친하게 지냈던 친구와도 이제 잘 연락하지 않게 되었는데 이렇게라도 연락을 할 수 있는 친구가 있는 것이 어딘가 싶었다. 

하지만 나는 결국 모임에 가지 못했다. 갑작스러운 프로젝트로 야근을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 친구에게 미안하다고 하면서 나중에 모바일 청첩장을 보내주면 결혼식에 꼭 가겠다고 말했다. 그 친구는  축의금 없이 와도 괜찮다며 청첩장을 보내줬다. 부담 없이 얼굴이라도 보고 가라고 그는 말했다. 

그리고 결혼식 날, 나는 그날도 결혼식에 가지 못했다. 다른 일이 바빠서 우선순위에서 멀어졌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그 친구의 결혼식 날인 것도 까먹고 있었다. 결혼식 다음 날이 되어서야 나는 그 친구의 결혼식을 가야 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미안한 마음에 축의금만 계좌로 보내줬다. 그마저도 친구에게 말하고 보낸 지 않고 청첩장에 있는 계좌번호로 보낸 것이라 그 친구가 내 축의금이 도착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다시 세월이 흘러, 그 친구의 SNS에서 아이의 탄생 소식을 알게 되었다. 나는 이번에는 댓글을 남기지 않고 좋아요만 해줬다. 그리고 나 역시 결혼을 하는 날이 다가왔다. 카카오톡 연락처에서 결혼식 소식을 알릴 사람을 추리다가 그 친구의 이름 앞에서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내가 그 친구에게 무슨 염치로 연락을 할 수 있겠냐는 생각에 그를 제외하고 다른 친구들에게 연락을 했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옛 기억의 동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사이가 되었다. 


다시 오늘. 나는 그 친구의 생일임을 알고 한참을 망설이다가 건강식품을 선물로 구매하고 생일 축하 메시지를 남겼다. 그럴 이유가 없었는데 오늘은 어째서인지 그러고 싶었다. 그날, 그의 결혼식을 가지 못했다는 내 마음의 부채감 때문에 그런 것 같았다. 메시지를 보내고 한참이 지나서야 친구에게서 고맙다는 메시지가 왔다. 그리고 시간 괜찮으면 술이나 한 잔 하자고 그 친구가 말했다. 나는 웃으며 그 친구에게 약속 시간을 잡자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 친구와 내가 어떤 사이가 될지는 모르겠다. 이렇게 잠깐 밥을 먹고 옛 추억을 이야기하다가 다시 친하지 않았던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고, 아니면 아저씨들끼리 이제 와서 친해질 수도 있다.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오랜만에 그 친구의 메시지를 보며 추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미안한 기억도 떠올랐고. 이번에는 꼭 이 친구를 만나야겠다. 내 동기와의 만남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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