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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Mar 20. 2022

3월 20일 최원호의 하루

어머니 생신

원호는 오늘 어머니의 생신을 맞이하여 부모님께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기로 했다. 

서울의 괜찮은 한정식 식당을 예약하고 부모님과 동생 부부까지 초대하였다. 원래 모두 서울과 경기도에 같이 살았지만 원호가 얼마 전 취직을 하면서 지방으로 이사를 가야 했기 때문에 원호는 처음으로 부모님과 떨어져 살게 되었다. 그래도 주말에는 서울로 올라와 부모님과 함께 하는 날이 많았다. 

룸이 있는 곳을 예약한 원호는 부모님을 위해 꽤 비싼 코스로 주문했다. 동생 부부는 형 덕분에 맛있는 것 먹어서 고맙다면서도 미안하다고 했다. 동생 부부는 케이크를 준비했고 식사를 마친 후 자신들의 집으로 초대해 커피를 마실 수 있게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식당에서 동생네 부부의 집까지 그리 멀지 않은 덕분이었다.

식사 자리는 만족스러웠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정갈한 음식들이 나왔고 음식의 맛도 괜찮았다. 부모님은 아들 덕분에 괜찮은 식사 자리를 할 수 있어 계속 좋다고 했고 원호는 다음에 더 비싼 음식을 사드리겠다고 말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오랜만에 가족들이 웃으면서 즐겁게 지냈다.

그러던 중 동생이 어머니에게 기쁜 소식을 알렸다. 바로 임신 소식이었다. 원호의 어머니는 기뻐했고 며느리의 손을 꼭 잡으며 고맙다고 말했다. 원호는 미소를 지으며 동생에게 축하한다는 인사를 전했다. 갑작스러운 손주 소식에 원호의 어머니는 기뻐했지만 원호의 얼굴을 보니 다시 걱정하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어머니는 원호가 결혼 시기를 놓치고 동생을 먼저 결혼을 시킨 것을 계속 마음에 두고 있었다. 원호는 결혼 이야기만 나오면 약간 짜증 섞인 반응을 보였다. 오늘도 그러했다. 어머니의 생신이라 그러면 안 됐지만 원호는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자신을 기다려주지 않고 압박만 하는 부모님이 원망스러웠다. 아들의 예민한 반응에 아버지는 가족들을 진정시키며 이야기 주제를 돌리려고 했다. 아버지 역시 원호가 결혼하기를 바라고 있지만 그걸 강요할 수는 없기 때문에 잘 티는 내지 않았다. 

식사를 마치고 원호는 기분 좋게 계산을 했다. 그리고 어머니에게 따로 준비한 선물까지 건넸다. 어머니는 밥까지 샀는데 이런 선물은 왜 샀냐고 말은 했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이제 며느리만 있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순간 생각했지만 어머니는 이내 마음을 숨기고 아들을 향해 환한 미소를 보여줬다. 

식당을 나와 동생네 부부 집으로 갔다. 원호는 집들이할 때 빼고는 동생네 집에 갈 일이 없었다. 동생 부부는 서울 시내 꽤 괜찮은 곳에 전세로 집을 얻어 살고 있었다. 신혼부부의 평수 치고는 꽤나 넓었는데 동생네 처가 쪽이 잘 살기 때문에 집을 얻는데 조금 더 많이 보탠 덕분이었다. 그래서 동생네는 다른 신혼부부보다 조금 여유로운 상태에서 출발할 수 있었다. 원호는 그런 동생이 조금 부럽기도 했었다. 

동생의 집은 매우 깨끗했다. 동생 부부 둘 다 유난히 깨끗한 성격이었던 덕분에 어디 하나 흐트러지지 않고 깔끔한 모습을 유지했다. 원호 동생의 아내는 미리 냉장고에 넣어둔 케이크를 꺼냈고 고급 원두로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임신한 며느리가 움직이는 모습이 안쓰러워 자신이 직접 커피를 내리겠다고 했고 동생은 어머니를 말렸다. 그리고 자신의 아내에게 앉아있으라고 한 후, 동생이 직접 카레를 내리기 시작했다. 원호는 그런 모습을 보며 동생네처럼 결혼을 하면 자신도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그렇다고 지금 원호가 불행한 것은 아니었다. 직장을 구해서 일을 하는 것도 재미있었고 혼자 사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조금 앞선 상태이고 누군가 함께 하는 동생의 모습을 보니 조금 부러운 것도 사실이었다. 

마침내 케이크를 먹을 준비를 마친 가족들은 초를 켜고 어머니의 생신을 축하하는 노래를 불렀다. 어머니는 세상 행복한 표정으로 초를 불었고 가족들은 박수를 쳤다. 동생 부부는 미리 준비한 선물을 어머니에게 줬다. 원호가 자세히 보니 꽤나 비싼 명품 지갑이었다. 어머니는 행복해했고 원호는 말없이 박수를 쳤다.

커피를 다 마신 원호는 부모님을 모시고 집으로 갈 준비를 했다. 동생은 원호에게 서울 오면 자주 놀러 오라고 했다. 원호는 그런 동생을 보며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차에 부모님을 태우고 부모님 댁으로 향했다.

부모님을 댁으로 모시고 원호는 다시 내려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 원호는 어머니에게 오래 같이 못 있어 죄송하다고 말했고 어머니는 괜찮다고 했다. 아버지는 원호에게 차비나 하라면서 봉투를 내밀었다. 원호는 놀라 손을 흔들면서 이제 자신이 돈을 버니까 괜찮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모님의 마음은 그런 것은 아니었다. 얼마 안 되니깐 계속 받으라고 하는 부모님의 성화에 못 이겨 원호는 봉투를 받았다. 원호는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에 또 맛있는 것을 사드리겠다고 부모님에게 말했다. 그리고 부모님께 인사를 하고 원호는 집을 나섰다. 

원호는 조금 정신없는 하루였지만 그래도 이제 자식의 도리를 다하고 부모님께 효를 다할 수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은 하루였다. 원호는 다음에 아버지 생신, 내년에 돌아올 어머니의 생신 때 더 좋은 것을 해드리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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