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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Mar 19. 2022

3월 19일 박다혜의 하루

해외 취업

다혜는 한국생활을 정리하고 다시 미국으로 가기로 했다.

다혜가 미국으로 간 것은 그녀의 나이 다섯 살 때의 일이었다. 가족 전체가 미국으로 이민을 가며 다혜는 낯선 땅에서 적응을 해야 했다. 아주 어린 나이였기에 다혜가 적응하는 데는 그리 어려움은 없었다. 물론 미국에 처음 갔을 때 엉엉  울기만 했다는 것을 지금의 다혜는 기억을 못 하고 있을 뿐이었지만. 그렇게 중학교 때까지 미국에 있던 다혜는 부모님의 귀국으로 자연스럽게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약 10년 만에 돌아왔지만 다혜는 처음 겪는 한국 학교 생활에 당황한 적이 많았고 친구를 만들기도 어려웠다. 그래도 시간이 조금 지나니 한국에서의 생활도 재미있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 다혜는 그럭저럭 한국 생활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다혜의 평생 친구인 수아를 만난 것도 이때였다. 다혜와 수아는 서로를 의지하며 학창 시절을 같이 보냈다. 

대학교 진학을 결정해야 할 때, 다혜는 미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다. 그러나 당장 그럴 수가 없는 형편이었기에 그녀는 한국의 대학교로 진학했다. 한국 대학교 생활 역시 그럭저럭 견딜만했다. 다혜는 술을 많이 마시는 분위기에는 도저히 적응할 수는 없었지만 그밖에 즐길거리가 많은 학교 생활이라 생각했다. 노래를 하는 것을 좋아하던 다혜는 밴드 동아리로 들어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여전히 해외 생활을 그리워하던 다혜는 그동안 모은 돈으로 미국 여행을 다녀왔다. 어릴 적 자신이 살던 동네로 놀러 가기도 했고 어린 시절이라 제대로 보지 못했던 미국의 도시를 구경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행만으로는 다혜의 갈증을 풀 수는 없었다. 여행을 다녀온 다혜는 미국 인턴십의 기회를 찾아다녔고 마침내 기회가 닿아 미국에서 잠시 인턴 생활을 할 수 있었다. 

대학교 졸업 후에는 한국에 있는 외국계로 취업해 일을 했다. 일이 재미있었던 다혜는 회사에서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다혜는 어쩌면 자신이 본사로 이동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에 부풀기도 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그런 기회는 오지 않았다.

항상 미국 생활을 그리워한 다혜였지만 그렇다고 한국이 싫었던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즐거웠던 외국계 회사는 언젠가부터 다혜의 스트레스가 되었고 다혜는 다른 일을 하고 싶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스타트업으로 이직해 그곳에서 새로운 일을 배우며 자신의 역량을 키워갔다. 새로 이직한 스타트업은 외국계가 아니었기 때문에 어쩌면 해외에 갈 기회가 이제 없을 수도 있었지만 다혜는 예전처럼 해외 취업에 집착하지는 않았다. 다혜는 한국에서 이대로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기회는 아주 오래된 인연에게서 다시 찾아왔다. 다혜의 학창 시절 친구인 수아는 한국에서 쭉 살아왔지만 다혜를 보고 자극을 받아 영어 공부를 열심히 했었다. 그리고 오랜 준비 끝에 미국으로 유학을 갔었다. 수아는 미국에서 결혼까지 했다. 미국인과 결혼한 수아는 완전히 미국에 정착하려고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미국 내에 아는 사람이 많아졌는데 그중에는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사람도 있었다. 수아는 지인과 이야기를 하다가 다혜에 대한 말을 하게 되었다. 다혜와 수아는 서로 거리는 멀었지만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여전히 계속하는 사이였기 때문에 수아는 다혜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지인은 다혜가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대해 흥미를 느꼈고 자신이 회사에 다혜를 추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수아는 매우 기뻐하며 이 사실을 다혜에게 알려줬다. 

다혜는 이 소식을 듣고 심히 고민했다. 이제 미국 생활에 대해서는 단념하고 있는 상황이라 갈등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단순히 미국 생활을 다시 할 수 있다는 것보다 다혜의 경력에 있어서 매우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었기 때문에 다혜는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결국 다혜는 추천을 받아 미국 회사와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인터뷰는 오랜 기간 계속되었다. 마침내 다혜는 해외 취업에 성공하게 되었고 이제 해외 취업을 위한 서류 절차를 준비해야 했다. 부모님은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는 딸이 걱정되면서도 대견했다. 한국에서 하던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해외로 나갈 준비를 했다. 

그리고 오늘 다혜는 다시 미국으로 가게 되었다. 부모님의 배웅을 뒤로하고 다혜는 비행기에 오를 준비를 했다. 막상 떠나려고 하니 다혜는 한국에서의 생활이 아쉬워졌다. 이제는 미국에서 보낸 시간보다 한국에서 보낸 시간이 훨씬 길어졌다. 어쩌면 다혜는 10년 후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을지도 모른다. 다혜는 아쉬운 마음에 핸드폰을 들고 인천 공항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출국날이니 한국 음식도 맛있게 먹고 한국에서의 인연들에게 전화를 하며 작별을 고했다. 다혜는 미국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했다. 이제는 정말 한국에서의 생활이 더 편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모처럼 찾아온 기회였기에 놓칠 수는 없었다. 그리고 무조건 잘 적응해야 했다. 다혜는 다시 한번 마음을 잡고 쉽게 심호흡을 했다. 그때 다혜가 타야 하는 비행기의 탑승 안내가 울려 퍼졌다. 이제 다혜는 가야 한다. 비행기에 타기 전, 다시 한번 한국의 모습을 눈에 담은 다혜는 조용히 비행기로 향했다. 다혜는 아주 오랜 여정의 길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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