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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Mar 22. 2022

3월 22일 정채우의 하루

회사 근처 맛집

회사가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가고  출근인 . 우리 팀원이 가장 기대하고 있는 시간은 점심시간이었다. 이사 가기  회사 근처에는 맛있는 음식점이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렇다 할 식당이 없어서 조금 걸어가야지 식당들이 보였다. 그나마도 항상 먹는 음식점만 있다 보니 회사 동료들은 그냥 도시락을 가져와서 밥을 먹는 경우가 많았다. 아니면 배달을 시키거나.

하지만 회사가 새로 이사 간 곳은 맛집이 많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평일에도 사람이 많고 주말에도 사람들이 찾는 맛집이 많았다. 먹방 유튜버나 유명 블로거가 자주 방문하는 곳도 있었다. 그래서 오늘 출근하자마자 회사 사람들의 관심은 온통 ‘오늘 점심을 무엇을 먹을까’에 있었다. 특히 현수님이 가장 들떠있었다. 그는 이른바 ‘맛집레이더’로 유명했다. 유명 맛집 리스트를 항상 외우고 있고 어느 동네에 있는지 어느 시간대에 가야 사람이 많이 없는지까지도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어느 정도였냐면 어디를 놀러 갈 때는 항상 현수님에게 근처 맛집을 물어보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수님이 추천한 맛집은 거의 대부분의 사람을 만족시켰다. 나 역시 데이트를 할 때면 현수님에게 물어보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재능을 살려 블로그나 유튜버를 했으면 반드시 성공했을 사람이다. 너무 게을러서 그런 것을 하지 않는 것이 그의 유일한 단점이었다.

출근을 하자마자 새로운 책상을 닦으며 자리를 정리하고 있는데 현수님 자리 근처에 회사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오늘 점심때 먹을 맛집을 그에게 물어보고 있는 것 같았다. 나도 궁금해서 현수님 자리로 갔더니 더욱 놀라운 것이 있었다. 현수님이 주말 사이에 회사 근처에 있는 맛집 리스트를 문서로 만들고 그걸 한 장 한 장 프린트해서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게으른 사람이 언제 이런 것을 만들었나 싶었다. 나도 그에게 맛집 리스트를 전달받았다. 현수님은 행복한 표정이었다. 무리를 빠져나와 내 자리로 가려고 뒤를 돌아봤는데 대표님 얼굴과 딱 마주쳤다. 대표님 역시 ‘뭐야? 뭐야?’라는 표정으로 현수님 자리를 둘러보고 있으셨다. 현수님은 대표님께도 자신이 만든 리스트를 자랑스럽게 넘겼고 대표님은 ‘일을 좀 이렇게 하지’라고 하시면서도 리스트가 너무 훌륭하다며 현수님을 칭찬하셨다. 지금 이 순간, 현수님은 회사의 스타였다.

마침내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회사의 메신저 알림이 바쁘게 울리기 시작했다. 저마다 취향에 따라 맛집에 갈 사람들을 모으고 있었다. 나는 오늘 파스타가 먹고 싶었다. 마침 파스타를 먹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찾았고 나는 그들의 무리에 끼기로 했다. 다들 메뉴를 공유하며 어떤 음식을 먹을지, 어떻게 나눠먹을지 작전을 짜고 있었다.

드디어 점심시간이 되자  우리는 마치 점심시간 종이 울리자마자 급식실로 뛰어가는 고등학생처럼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칼같이 일어났다. 평소에 식사를 잘 안 하시던 부장님도 오늘은 들뜬 마음으로 일어나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부장님은 근처에 굉장히 맛있는 칼국수집에 간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대표님도 이 무리에 낀 것 같았다. 회사의 엘리베이터는 굉장히 느렸다. 10층 건물에서 우리는 6층에 있었는데 이미 8층부터 만원 엘리베이터가 되어있었다. 아무래도 점심시간이라 사람들이 엄청 몰리고 있는 것 같았다. 다른 동료들은 지금 빨리 계단으로 내려가야 한다며 내게 빨리 가자고 손짓했다. 그렇지. 지금 엘리베이터에 사람이 몰린다는 것은 식당에서 사람들이 엄청 모이고 있다는 뜻. 나는 빨리 가야만 했다.

계단에서 바삐 내려간 우리는 더 빠른 걸음으로 목적지로 향했다. 다행히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지는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1분만 늦었어도 기다릴 뻔했다. 우리가 가는 자리가 마지막 테이블이었기 때문이었다. 겨우 4명 자리. 아마 5명이었으면 우리도 기다릴 뻔했다.

자리에 앉은 우리는 이미 무엇을 먹을지 정했지만 메뉴판을 받아 혹시  먹고 싶은  없는지 확인했다. 그런데. 아뿔싸. 우리가 간과한 것이 있었다. 가격이 상당히 비쌌다. 식당의 분위기를 봤을  어느 정도 눈치를 챘어야 했지만 우리는 음식 사진만 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파스타의 가격이라는  원래 싼 것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기는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가격 수준을 조금  넘었다. 우리는 잠시 서로의 눈치를 살폈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돈이 아깝다고 먹지 않을 수는 없었다. 오늘은 조금 기분을 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그래도 아주 살짝 메뉴 구성을 변경하고 음식을 시켰다. 주위를 둘러보니 낮부터 와인을 먹는 사람들도 있었다. 저녁때 기분 내서 오면 더 좋을 것 같은 곳이었다. 조금 기다리자 식전 빵이 나왔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분위기에서 식사를 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동료들과 웃으면서 지난 주말에 있었던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메인 메뉴가 나왔다. 너무 예쁜 플레이팅의 음식들이었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조금 아쉬운 양이었다. 하지만 막상 먹어보니 나름 배가 불렀다. 그리고 맛도 매우 훌륭했다. 파스타의 수준이 상당해서 요 근래 먹어본 파스타 중 제일이었다. 역시 현수님이 추천한 음식점 다웠다. 우리는 돈을 생각하지 않고 현재의 음식에만 집중하며 즐거운 점심 식사 시간을 가졌다.


점심을 먹고 근처에서 아주 저렴한 커피를 사서 사무실로 돌아왔다. 사무실로 들어오니 이미 식사를 마치고 돌아온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에게 각자 어떠 것을 먹었는지 맛은 어땠는지를 물어봤다. 다들 괜찮은 식당이 많아 만족하고 있었다. 단 하나의 단점은 대부분 가격이 비싸다는 것이었다. 가격을 계산하니 평소 직장인이 먹는 점심값보다 조금씩 더 비싼 식당이 많았다. 그나마 저렴한 것은 대표님과 부장님이 드신 칼국수집이었다. 그냥 평범한 칼국수 집의 가격이었지만 그마저도 저렴해 보일 정도로 새로 이사 간 회사가 있는 곳의 물가는 꽤나 비쌌다. 몇몇 동료들은 벌써부터 다시 도시락을 가지고 가끔 기분 낼 때 밖으로 나가야겠다고 말했다. 내 생각도 비슷했다. 매일매일 밖에서 밥을 먹으면 금방 텅장이 될 것이 분명했다.

자리로 돌아가 현수님이 준 맛집 리스트를 살폈다. 포기하기엔 너무 맛있는 식당이 많은 것 같았다. 바로 얼마 전까지는 먹을 식당이 너무 없었는데 이제는 비싸서 조금 망설여지는 식당이 많아졌다. 여전히 밥을 먹기는 힘들 것 같았다. 한숨을 쉬고 있는데 너무 맛있어 보이는 식당 하나가 보였다. 휴… 조금만 버티면 월급날이니 월급날이 되면 여기를 한 번 가봐야겠다. 그전까지는 다시 다이어트도 할 겸, 도시락이나 싸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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